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익명 사용하지 않고 말할래요. 이번이 이 소재로 이곳에 글쓰게 된 것은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글은 대학생 돈 빌려가는 엄마, 하는 일마다 트집잡는 아빠 때문에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받고 결국 휴학하고 돈 벌고 있다고.. 너무 힘든데 남자친구 가족들이 제게 정말 잘해주셔서 결혼하고 싶다고 글 남겼었어요.
순식간에 어린 남자애 발목잡을 일 있냐는 댓글들이 달렸었어요. 서로 힘들 때 의지해가며 잘 만나고 있는터라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에 너무 충격받아서 글 삭제했어요. 내가 너무나도 당연시했다는 것에 두려워서, 그리고 나는 그 누구랑 만나도 내가 그 사람 발목잡을까봐, 내 가족이 그 사람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해야하는 지경이구나를 그때서야 알았어요. 나는 그냥 집에 돌아오면 내 사람들의 냄새가 나고, 따뜻한 공기에,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정말 갖고 싶었는데. 그건 내 욕심이었겠죠..ㅎㅎ 그 댓글들 캡쳐해두고 내가 남자친구한테 기대고 싶을 때면 그 글 읽었어요.
두 번째는 정말 힘들었던 하루였는데 학원생들이 무심코 던진 말들에 얻어맞고 돌아온 날이었어요. 제 안에 분노가 생기더라구요. 당신들이 뭐길래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 당신들 말이 나를 너무 몰아세웠다. 이 커뮤니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아예 똥을 싸지르고 갔죠. 제가 어그로를 자청했다보니 유명 4년제 국립 사범대 다닌다는 그 한 마디에 달려들어 해봤자 기간제 교사니 뭐니하는 댓글도 달리고. 그냥 그 때는 제정신이 아니어서 저도 막 발톱세우고 그러고 지금 한 달도 채 안 흘렀네요.
그냥 조금 감정이 내려 앉아서 왔어요.
얼마 전에 학생들한테 영어지문 분석해주다가 분위기, 심경 지문에 몸이 아파서 아들의 결혼식에 갈 수 없는 엄마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제가 가정교육과라 발표 준비하다가 읽은 책에서 나온 말인데. 누구나 가정에는 아픈 가시가 있다고. 화목한 가정이라도 내 가족만 생각하면 찡해오는게 가정이라고. 그런 말이 떠올라서 애들한테 다 괜찮다고,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면 지나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해주다가 저혼자 울컥했네요.
지나고보면 다 괜찮다는 말. 사실인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너무 힘들어서 발버둥치고 있네요. 이제는 조금 가라앉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냥 정리하 듯 글 써봅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혼자 힘들어 하는 거. 이제 좀 내려두자.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는데. 어른이라는 건 스무살이라고 덜컥 주어지는게 아니네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안 믿어요. 근데 신은 감당할 만큼 시련을 준다는거(참고로 무신론자임..ㅇ.ㅇ), 그리고 아픈 만큼 큰다는 거. 그 말들 믿고 버티고 싶습니다.
이 새벽까지 고민 안고 있는 모든 청춘들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