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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때 나온 아리송한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싸가자
추천 : 18
조회수 : 36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10/13 21:23:20
오늘 회식을 했습니다.
오늘의 유머 얘기는 안하고, 직원들에게 지난 번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류재식(가명) 대리가 썩 입을 열었습니다.
류대리는 32살, 고향은 경북 울진군 **면입니다(면 명칭을 까먹었음). 고교 때 포항으로 나와서 대학은 부산으로 갔답니다. 
누구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그렇고 류대리도 그렇고,,,
잠자리가 바뀌면 100% 꿈을 꿉니다. 100%...
류대리가 이야기합니다.
"저는 잠자리가 바뀌면 100% 꿈을 꿉니다. 정말로 한번도 안꾸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 나도 그런데 류대리도 그래? 난 안방에서 늘 자다가 하루는 건넌방에서 자면 바로 꿔. 고향에 가도 그래."
"그런데 제가 군대 있을 때, 한번 몸살이 된통 난 적이 있었거든요. 아시죠? 군대에선 규칙적인 생활때문에도 그렇고, 긴장해서 그런지 몸살따윈 잘 안나잖아요."
"으응,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나? 나도 그러고 보니 군대에서 아픈 적이 있었나? 없었나?"
"몸살이 너무 심해서 오한이 나더라구요. 막 벌벌 떠니까 소대장이랑 선임하사가 데리고 읍내 병원으로 직행하더라구요. 군 병원 가 봤자니까..."
"그래서?"
"해열주사 맞고, 링겔 하나 맞고,,,그날 하루 푹 쉬었죠."
이 때 누군가 입을 엽니다.
"돈은? 류대리가 낸거야? 아니면 소대장이 낸거야?"
"그건,,,,"
류대리가 말을 흐리길래, 제가 받아 넘겼습니다.
"아, 대답 못하는 거 보니까 소대장이 냈나 보지."
"아뇨. 아무도 안냈습니다."
"어? 그럼 공짜였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하여튼 병원에 있었는데? 그 다음이 뭐야?"
"아, 예. 제가 탈영을 할 놈도 아니니까 그냥 그날 하루 병원에서 잤습니다."
"그게 다야?"
"아뇨. 왜 연합병원이라고, 한 병원에 내과/정형외과 이렇게 다 있는 병원 있잖습니까? 그런 병원이었는데, 저는 TA(교통사고)도 아니고, 잠깐 머무는 거라서 그냥 치료실(드레싱하고 주사 맞고, 뭐 그런 곳이지요)에 누워서 잤습니다."
"뭐야? 중요한 게 뭔데?"
"아, 또 꿈을 꾸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땀을 푹 흘리고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어디서 소곤소곤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노래 같기도 하고, 뭐, 환청이랄까요? 소리가 들리는데 몸을 돌리기는 귀찮고,,,가만히 들어보니까 돈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구요. 남자 둘이서, 얼마냐고 누가 물어보니까 또 다른 남자가 뭐라고 대답하고, 어떤 약을 썼냐고 하니까, 무슨무슨 약을 썼다고 하고,,누가 아프냐고 하니까,,,누가 아프다고 대답하는데,,,,그게 제 이름이에요."
"호,,,,그래서..."
"저는 의사는 아닌 것 같고, 남자니까 당직 서는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하나보다 하고 그냥 잠이 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10시쯤 되니까 아버지께서 오셨더라구요. 아버지께서 저를 안으시고 등을 토닥이면서 같이 온 소대장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뭐,,,그런거 있잖습니까? 고맙다는 인사,,,"
류대리는 양해를 구하고 담배를 한대 물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도 제 이야기를 안했다는 겁니다. 아버지께 소대장이 전화한 것도 아니고, 선임하사도 안 했고, 병원에서도 안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아버지께서 어찌 오신거야? 그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버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라고 제가 여쭈어봤죠.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많이 아팠던 날 일찍 주무셨대요. 그런데 꿈을 꾸는데 왠 노인이랑 꼬마가 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가 아프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셨다는거에요. 뭐 수액이라는 말을 들으셨대요. 우리야 링겔이라고 하지만 병원에서는 수액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얼마짜리 약이다. 끝에 들어보니까 제 이름을 말하더래요.... 아버지께서는 새벽에 잠을 깨셨다가 바로 차를 몰고 저희 부대로 가셨다가 마침 아침 구보 나온 소대장을 만나셔서,,,,다짜고짜 누구 애비요...그랬더니 소대장이 아버지 모시고 온거라고 하더라구요."
"허허,,그것 참 묘한 이야기로구먼. 혹시 꾸민 거 아니겠지? 내가 귀신 얘기 해달라니까."
"과장님도,,,제가 왜 꾸며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요. 저희 아버지께서는,,,음, 종교라고 해야 하겠죠? 교회도 아니고, 절도 아니지만,,,,"
"그럼? 뭐,,,혹시 이상한 데 다니셨던 거 아냐?"
"제가 아팠던 날, 사실 일찍 일어나셔서 그냥 개꿈인가보다 하시려다가 마당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있던 산신님이랑 동자를 보셨다고 하더라구요. 뭐,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실리가 없잖아요."
"그런가? 그럼 류대리가 들은 말소리의 주인이 산신이랑 동자야?"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나중에 저도 아버지께 꿈 얘기를 해드렸더니만, 아버지께서는 그렇잖아도 산신님이 링겔 값도 알려주셨다고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연한회색,,,그 병원건물 색을 잘 아시더라구요. 소대장도 신기해 했어요. 병원 이름도 말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께서 자꾸 연회색연회색연회색....그러시다가 병원 앞에 딱 차를 세우시더라고 했습니다."
"음,,,그 참 신기할세...그럼 우리 다음주에 류대리 아버지께 로또 번호나 좀 알려달라고 할까? 하하하."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쓰고 보니까 무슨 믿거나 말거나가 되었습니다. 저랑 같은 공기로 호흡한지 4년이 다 되어가는 류대리는 늘 말을 아끼고, 믿을만한 부하직원이라 그가 꾸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 참...류대리는 울진이 고향이라서 울산에서 계속 살려고 맘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아직 **화학 귀신을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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