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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 남자
게시물ID : panic_874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크림빠앙
추천 : 52
조회수 : 5939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6/04/25 23: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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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선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고양이와 사귄 여인, 남자가 사랑할 때, 라푼젤, 콩쥐팥쥐 모두 베스트로 보내주셨네요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기억나는 조선 비화 입니다 다섯번째 이야기 ㄱㄱ '_' /


4월의 어는 날이었다. 어느 사내가 죽은 여자의 시신을 겁간한 그야말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을 겁간하는 것을 `시간`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엽기적인 사건에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죽은 여자는 며칠 전에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진 여인이었다.

유난히 의처증이 심한 그녀의 남편은 매일같이 술 먹고 아내를 폭행했다. 사건이 일어나던 그 날도 남편은 술에
잔뜩 취해 몇 시간 동안 아내를 폭행한 뒤 잠이 들었고, 더욱 거칠어지는 남편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서 그녀는
새벽에 남편 목에 칼을 꽂아 버린 것이다.

남편을 죽인 여인은 무조건 사형이었다. 그래서 숭례문 밖에서 그녀가 교수형으로 죽었는데 시체가 밤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민심이 흉흉해지고 의금부는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여인이 살던 마을을 주변으로 
해서 탐문 수사를 펼치던 금부도사는 죽은 여인을 평소 좋아했던 같은 마을 사내의 행적을 조사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집안을 급습하였다. 의금부에서 그 사내의 집을 들이닥쳤을 때, 죽은 여인의 시신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발가벗긴 채 누워 있었다. 

의금부에서는 그 사내를 잡아 와 조사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죽은 여인과
사내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여인이 집안에 빚이 많아 돈 많은 역관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역관은 돈 때문에 팔려온 이 여자를 매일 학대했다. 의처증까지 심한 역관은 자기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여자를 끊임없이 구타했다. 학대에 못이긴 여인은 어느날 술을 마시고 들어와 새벽까지 자신을 매질하고 잠든 남편의
목에 칼을 꽂아 버린 것 이다. 그리고 아침 관가에 가서 자수를 했다. 

사건의 내막 보다는 남편을 죽인 아내는 무조건 중죄로 다스리는 것이 당시 사회 분위기였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교수형에 처해진 것이다. 그나마 자수를 했고, 남편의 폭력이 인정되어 참수형에서 감형이 된 것이 교수형이었다.
이 참담한 소식을 전해들은 그녀를 짝사랑했던 사내는 밤사이 아무도 모르게 여자의 시신을 들쳐 업고 자기 집에
몰래 들어왔다.

사내가 죽은 시신을 겁간하기 위해 옷을 벗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한 여인의 모습이 너무 더러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기 전에 몸을 깨끗이 닦아 주려고 그랬던 것이다. 그러니까 시신을 겁간하려 했다는 것은 
죄인을 더 무거운 형벌로 정하길 좋아하는 형조 관리들의 못된 선입견 때문이었다. 포졸들이 들이닥친 순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시체를 보았으니 죄인의 마음을 읽는 형조 관리가 없는 점을 감안 한다면 이런 전후
사정은 형조가 올리는 죄에 감안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내는 자기에게 덧씌우는 죄를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결국 사대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하지만 당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시신을 잘 거두어 양지 바른 곳에 함께
묻어 주었다. 사람들은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 함께 하도록 기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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