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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서 학교에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내가 자리에 눕고 고작 3초 정도 지났을까 하고 느껴졌을때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었지. 학교에 갔더니 오늘1교시에는 수업 진행 대신 모든 학생들을 강당에 집합시켰어. 강당에는 끔찍하게 죽어간 친구들을 기리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학교 차원에서 작은 기념공원 자리를 마련해주어 학생들이 서로 슬픔을 공유하도록 해주고, 더 나아가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문가에게 개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어. 난 왠지 모르게 이 모든 것에 화가 났었지. 작년 Tricia가 죽었을 때는 학교는 점심시간에 슬픈 노래를 몇 곡 틀어줬던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아무도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꽃을 보내지도, 심지어 신경을 쓰는거 같지도 않았단 말이야. 근데 Brett과 Jill이 죽으니 그애들이 성자로 추대라도 해야되는 양 유난을 떨고 자빠져있으니. 난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 물론, 사실은 속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잠이 모자라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보니 주변 상황에 과잉반응했기 때문이었을꺼야. 난 상담사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내가 그 애들의 죽음에 너무 상심이 커서 속이 좋지 않아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꺼 같다고 핑계를 대고 조퇴를 했어.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지. 그 추모집회에 있는 동안 내 주의를 끈 사실은 단 하나 뿐이었지. Matt이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던 거야. 물론 Matt의 결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게 맞겠지, 걔도 나와마찬가지로 밤새도록 숲 속을 헤매고 다녔으니 도저히 등교할 몸상태가 아니었을수도 있잖아. 난 상담사에게 받은 조퇴증을 제출하고 내가 놓칠 수업을 대신할 과제를 받으러 당당히 교무실로 쳐들어갔어. 난 내심 교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자원봉사를 하시는Matt의 어머니와 마주치길 기대하고 있었지. 하지만 Matt의 어머니도 교무실에 계시질 않았어. 난 혼자 Matt의 집으로 차를 몰았어. 도착해보니 그 애의 집 앞에 경찰차가 몇 대 서있었지. 난 일단 속도를 늦추지 않고 차를 몰아 그대로 지나쳤어.
난 차를 세우로 Tricia의 어머니와 통화해보기로 결정했어. 전화를 건 나는 어머니께 잠시동안 이사하느라 고생하시진 않으셨는지, 주부로 사시다가 일을 다시 시작하시니 기분이 어떠신지, 그리고 Texas는 날씨가 좋은지 등등 기본적인 안부를 물어봤어. 여러분 중 몇 분이 궁금해 했기 때문에, 난 어머니께 Tricia의 병명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봤지.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Tricia는 아주 어린 나이, 한 6살 쯤, 아스버거 신드롬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대. 그리고 한동안 그런줄 알고 살고 있다가, 아무래도 동네 병원의 진단에 의심이 든 어머니는 Tricia를 뉴욕에 있는 자폐증 행동 치료 전문 병원으로 Tricia를 데려갔대. 전문 병원의 의사에 따르면 Tricia가 앓고 있는 것은 아스버거 신드롬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어. 의사들은 청소년기 성격장애를 전문분야로 하는 소아 정신과 전문의를 소개시켜줬지. 몇 달간 Tricia를 관찰한 소아 정신과 전문의는, Tricia가 이른 청소년기에 분열형 인격장애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지. 그 후로 Tricia의 병명은 바뀌지 않았어. 처방받은 약은Tricia의 상태를 호전시키긴 했지만, Tricia가 약을 먹는 것을 거부했대. 계속해서 억지로 약을 게워내던 그녀는 결국 심각한 체중 감소와 영양실조로 병원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지. 그녀는 자기가 “보지 못하게”되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없게 된고 믿었대. 약을 먹으면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거였지.
난 어머니께 도형들에 대해서도 여쭤봤어. 어머니는 그 애의 도형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외할머니 때문에 생겼을 거라고 했어. Tricia가 너무 심각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는것을 본 외할머니는 손녀의 마음고생이라도 조금 덜어줄 수 있을까해서 일종의 마법 같은 걸 소개해줬나봐. 외할머니는 Tricia에게 도형을 이용해 사악함을 물리칠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줬어. 아마도 외할머니는 호랑이를 무서워 하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곶감을 주는 것과 같은 생각이셨겠지. 그 애가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고 안전하다고 느끼면 상태가 호전되리라 기대하시면서. 하지만 예의 집요함이 발동한 Tricia는 외할머니가 가르쳐준 마법에 완전히 꽂혀버렸지. 외할머니가 가르쳐 주신 것을 기초로 삼아 그녀는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어. 그녀는 결국 “성스러운 기하학”을 찾아내버렸지. 그 도형엔 완벽함과 신성함이 깃들어있어 사악함이 감히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다고 했어.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 어머니는 Tricia가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굳게 믿고 계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더 깊은 대화를 이어할 수는 없었어. 우리는 잠시 Tricia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지.
난 달리 갈 곳도 없었기 때문에,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숲으로 돌아가서 어제 밤에 발견했던 세 그루의 나무를 조사해보기로 했어. 난 자동차 트렁크에서 쇠지레를 꺼내서 가져갔어. 쇠지레를 들고 있는 내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거 외에 달리 무기로 쓸만한게 없었어. 학교 뒤 숲은 어제 밤 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어. 내가 어제 여기서 어떻게 헤매고 다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지. 나무가 우거진 것도 전혀 아니고 말이야. 주택가, 공원, 학교, 그리고 묘지로 둘러싸인 그 숲은, 오히려 숲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미개발 택지 몇 에이커에 불과해 보였어. 어제 본 세 그루의 나무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 난 그 나무를 찾느라 고생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무에는 한눈에도 선명히 보이게 도형들이 세겨져 있었어. 나무를 둘러싼 땅은, 마치 누군가가 파 놓은 것 처럼 땅이 뒤집어져있었어. 난 나무 사이에 뭔가 묻혀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쇠지레를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어. 쇠지레가 땅파기 그렇게 좋은 도구는 아니었지만, 얼마 파내려가지 않아 상자가 하나 나왔어. 그 상자는 Tricia가 보내준 나무상자와 비슷했는데, 좀 더 정교했어. 거기엔 예의 세 도형 세트가 반복해서, 완벽하게 열을 맞춰 빼곡하게 새겨져있었어. 상자의 안, 밖, 옆면, 그리고 위아래면 전부 다. 상자의 안에는 흰 빛을 띄는 듯 투명한 크리스탈 덩어리가 들어있었어. 그 크리스탈 덩어리의 중심까지 구멍이 뚫어져있었지. 의심할 필요 없이 이건 Tricia가 한 일이었을꺼야. Jill이 죽은 후 Brett과 Matt이 숲 속을 헤맨게 이 상자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애들은 왜 이 상자를 찾으려고 한거지? 난 상자를 원래 자리에 다시 묻어놓고 주변에서 마른 잎을 주워서 덮어뒀어. 난 전혀 헤매는 일 없이 바로 내 차로 돌아갔지. 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좀 좋지 않아서 상담사의 허락을 받고 조퇴했다고 알려줬어. 집으로 돌아간 나는 잠시 잠을 잤지. 난 정말 오랜만에 완전히 푹 잘 수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앞으로 그렇게 숙면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 집에 돌아오신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날 깨워주셨어. 난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마법 의식과 기하학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하고 있었지.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지고 있을 때 별안간 내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지.
모르는 번호였지만, 일단 받았어.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상당히 쉰 목소리였지만, 그건 분명히 Matt의 목소리였어. “이 썅년, 너 이 개같은 년아. 어디에 숨겼어? 네가 알고 있는 거 다 안다. 말해, 말해, 말해.”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 오지랖년이, 말해! 말해!” “너 지금 어디야?” 난 최대한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물어봤지만,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어. 전화 속 목소리는 캑캑대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더니 뭔가를 뱉어내는 소리가 났어. “썅년, 이 씨발 썅년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던 분노에 찬 목소리는 별안간 갑자기 흐느껴 우는 소리로 바뀌었어. “오 제발, Andrea, 나 좀 도와줘. 제발 살려줘. 내가 그걸 찾지 못하면 “그 것”이 날 죽여버린대. 나 지금 피가 나고 있어. 너무 아파. 제발…” 잠시 고통스러운 헐떡이는 소리가 들린 후, 다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어, “이 어리석은 년, 넌 지금 니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어. 당장 내놔!”
난 급히 전화기를 끄고 덜덜떨면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두려움 때문에 나는 건지 Matt이 불쌍해서 나는 건지 알 수 없었지. 내가 들었던 모욕과 협박보다 대화 중간에 터져나온 Matt의 고통스러운 목소리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 견딜수가 없었지. 어디에다가 신고를 해야되는건 아닐까? 경찰에 신고할까? 하지만 뭐라고 신고를 하지? 부모님이 주무시려고하던 바로 그때, 집 전화가 울렸고 엄마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어. “Andrea!” 엄마가 불렀어. “널 찾는구나. 시간이 늦었으니 용건만 간단히 해라.” 난 아래층으로 내려가 전화를 받았어. 내가 여보세요라고 하는 순간 엄마가 방에서 전화를 내려놓는 딸각소리가 들렸어.
“마지막. 내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거칠고 공허한 목소리는 분명히 Matt의 목소리였어. “그걸 어디다 숨겨놨는지만 알려주면 너는 살려주마. 하지만 다른 놈들은 안돼. 이놈들은 내 꺼야. 니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소용없어. 하지만 내 말을 들으면 너는 살려주마. 넌 그 년이 날 가두려고 무슨 미친 짓을 했는지만 나한테 알려주면 돼. 약속하지. 그 년이 그걸 어디다 숨겨뒀는지만 나한테 알려만 주면 두 번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
난 말 한마디도 못하고 눈을 감았어. 마치 목에 뭔가 커다란게 걸려있는 느낌이었지. 아무 말도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어. 겨우 몇 초나 됐을까? 하지만 나한테는 훨씬 더 길게 느껴졌지.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 난 대답하고 빠르게 전화를 끊고는 전화선을 뽑았어.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부모님이 잠드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부모님 방으로 들어가서 부모님 방의 전화기의 선도 뽑았어.
난 좀 더 조사를 하려 했지만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어. 조퇴해서 받은 숙제는 손도 대지 않았지. 당장 내일 등교하면 바로 제출해야 되는데 말이야.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마치 전염성 강한 광기가 나와Matt을 덮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
게다가 지금 집 밖에 누가 있어. 계속 뭔가 집 밖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와 땡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있어. 바로 어제 밤 들었던 Matt이 삽을 끌고 다니던 소리, 그 삽이 땅에 긁히는 소리와 어디 부딪혀서 나던 땡 소리말이야. 그리곤 집에서 멀어지는 것 처럼 소리가 잦아 들고는 잠시 아무 소리도 없다가,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고 있어. 아무래도 Matt이 우리집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거 같아. 난 포스트잇에다가 Tricia가 가르쳐준 도형을 최대한 빠르게 휘갈기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 내가 그린 도형은 너무 허접해. Tricia가 그렸던 도형은 깔끔하고 단정해서 아주 단단해 보였는데. 계속 그리다 보니 쓸만한게 몇개 나온거 같아. 난 집 밖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마다 잽싸게 집 벽에 도형을 그린 포스트잇을 붙여뒀어. 아무래도 내가 미쳐가는거 같아. 아니면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는거겠지. 차라리 내가 미친거면 좋겠어.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할거 같아. 나는 문이랑 창문마다 수호의 도형을 그린 포스트잇을 발라뒀어. 그리고 나서 지금 깜깜한 방에서 불도 켜지 않고 이 글을 쓰고 있는거야. 진짜 불 켜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러면 Matt한테 내가 어느 방에 있는지 알리는 꼴이 될까봐 도저히 못하겠어.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3pgob4/the_new_girl_part_fou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