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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흙수저 영어강사가 스페인어 책을 내기까지...
게시물ID : boast_161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민돌킴
추천 : 3
조회수 : 12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4/26 12:46:05

2015년 1월의 어느날, 계속 일하기에 너무나도 지쳐버린 제 몸은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몇년 동안 거의 매일을 3-4시간씩 자면서 강의 준비와 강의에 매진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책임감 있는 흙수저 가장으로써 갑자기 돈을 안벌고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마침 이날따라 새벽 1시쯤 모처럼 일찍(?) 강의 준비가 끝나서 아내와 함께 집 앞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산책을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힘들어서 의도치않게 연신 한숨을 내쉬어대는 제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아내는 갑자기 뜬금없이 제안합니다.

"좀 쉬어. 내가 벌고 있잖아. 그리고 남미에 가. 그리고 쉬면서 스페인어 책을 써!"

스페인어 독학

제가 종종 입버릇처럼 말하던 "스페인어 책을 써야 하는데"라는 말이 제 입이 아닌 아내의 입에서 나오다니...

게다가 남미에 다녀 오라는 제안은 정말 기대치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보통 그런 제안이라면 예의상이라도 두어번은 거절하는 게 상식일텐데 

개념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예의를 차리기엔 너무나 지쳐 있었던건지 

단 1초 만에 "정말? 그래도 돼?"라는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1.jpg
 -콜롬비아 행 비행기 안에서 보는 노을-

그렇게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고

막상 헤어지려니 힘들었던 아내는 인천공항에서 제게 가지 말라며 울고 있었습니다. 

저도 마음이 아팠지만 '남자가 큰 일을 하는데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문제는 그 '큰 일'이라는 게 정작 제가 살면서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자료를 써야겠다'는 컨셉은 있었지만 막상 그 일을 위해 어떻게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지식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콜롬비아에 도착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 몇주 동안은 방을 알아보러 발바닥에 불이 나게 돌아다녔고 

요리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몇달 동안 매일같이 볶음밥 아니면 스파게티만 해 먹었습니다.

돈을 계속해서 벌어야 했기에 현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동시에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고

무엇보다도 책에 들어갈 이야기를 같이 쓸 사람을 구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저자들 모임에도 가 보고 방송 작가도 만나봤지만 제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과 같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신의 도우심이 있는 법인가 봅니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마음이 초조해지던 어느날 한국에서 부터 잘 알고 지내던 한 현지인 친구와 연락이 닿은 것입니다.

그는 바로 영어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하는, '개구리 주스'라는 우리말 단어를 제일 좋아하는 에벌트란 친구였습니다.

'올라, 꼬모 에스따스'와 같이 맨날 보는 평범한 내용보다는 기상천외한 시트콤 형식의 대화를 쓰고 싶었는데

위트잇고 센스있는 에벌트는 이런 작업을 하기에 딱 맞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 자료 제작을 위해 녹음실을 알아볼 때도 이벌트의 인맥이 큰 도움이 되었고

녹음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에벌트의 좋은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2.jpg

-민킴의 절친 알레호와 이벌트-


이렇게 현지에서 약 5개월간의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 손에는 55개의 짧은 이야기와 60개의 다이얼로그 + 일기가 쥐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내용을 쓰는게 아닌 출판사를 만나는 데 있었습니다.


외국어 출판사에 아는 인맥도 없고 그렇다고 보여지는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책은 처음으로 작업을 하는 신인 작가에게 출판사가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약 20 군데의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후로 약 한달간의 기다림은 정말이지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안되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저에게 아내는 '안되면 말지'라는 말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계속되는 거절메일에 익숙해질 즈음 너무 감사하게도 한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들어왔고 왔고 머지않아 

사람in이란 출판사에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람in에서 온 메일은 정말이지 하늘에서 온 선물이었습니다.

애초에 책을 내려고 생각했을 때 부터 왠지 사람in 출판사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만나보자는 이메일은 받은 게 딱 제 생일날 아침이었기 때문에 제게는 너무나도 기분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기회를 주신 박효상 대표님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김현 편집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5.png

3.png

-최근에 나온 시안. 출간을 위해 하나씩 진행되는 작업을 보니 너무나 기쁘다-


이제는 제가 할 거의 모든 일이 끝나고 가만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속에 들어갈 내용과 표지의 시안도 나왔습니다.

빨리 책이 보고 싶어 좀이 쑤시지만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아마 4월이 지나가기 전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제 첫 번째 책이 드디어 나온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리고 나오게 될 책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니 큰 보람이 느껴집니다.

정말이지 이번 프로젝트는 저에게는 너무나도 뜻 깊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저의 이 보잘것 없는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 블로그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성원에 큰 힘을 얻습니다.

앞으로도 민킴은 여러분의 영어, 스페인어 실력의 수직상승을 위해서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민킴의 스토리로 익히는 스페인어 스크립트 및 mp3 제작 프로젝트

민킴이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한 방법



출처 http://blog.daum.net/mh_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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