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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 논술교육을 도와주면서 저는 논알못이 되어버렸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2070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닭면
추천 : 2
조회수 : 4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0 18:48:51
논알못: 논술 알지도 못하는 놈

저랑 좀 나이차는 사촌동생들이 있는데, 외삼촌가족으로 아들 하나에 딸 둘입니다.

이중에 아들녀석(외가가 1남 5녀인데 이녀석이 또 독자라 관심과 애정이 남달...)이 이번에 입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논술로 수능 없이 대학을 들어왔기도 했고, 글쓰는걸로 공모전해서 입상한 전적이 있는 터라

거기에 이녀석이 상경계를 원한다고 해서 제가 또 상경계로 입학했기 때문에 멘토로 당첨이 되었습니다.

이녀석은 저 뿐만 아니라 이미 논술학원도 다닌것 같은 눈치입니다.

그리고 저는 멀리 강원도 원주까지 가서 글쓰기를 도와줄 수는 없기에 

메신저, 스카이프, 카톡 등을 활용하여 원거리로 논술교육을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진 모르겠는데 작년 이맘때 쯤 

교내에 있는 글쓰기 센터 안에 국문과 교수님들 중 특히 논술채점기간이 되면 혹사되는 분의 수업을 

듣게 되어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연히 개인 상담을 하다가 논술채점을 하게되면 진짜 다 똑같은 이야기를 써놔서 신경이 곤두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근데 정작 학생들은 똑같은 이야기라면 대체 무엇인지 이해를 할수가 없을거에요.

사실 저도 대학에서 매년 교수님들이 논술채점하기 귀찮다고 다 똑같은 소리만 써놔서 재미없다고 하시는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거든요. 정작 제가 논술로 들어왔어도 그게 무슨 의미에서 나오는 말씀인지 잘 이해를 못했죠.

그래서 좀더 자세히 여쭈었더니 해주시는 말씀이.

연상퀴즈를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희학교의 경우 눈에 띄지는 않지만 대립되는 2가지 상황을 주고

 이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몇개의 지문을 읽게 한 다음, 이에 대해서 누구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시오...이런식이거든요.

예를 들어 자연법에 대한 이야기와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써놓고,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을 보여주는 식이죠.

그러면 애들이 하나같이 다 비슷한 예시를 쓴다는거에요.

안티고네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물론 거의 탈락이지만..

크레온이 대변하는 국법의 논리와 안티고네가 대변하는 신법, 양심의 논리는 상호 양립할 수 없는 선의 충돌이기 때문에

양비론, 양시론의 함정을 파놓으면 애들이 정신을 못차린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시험문제는 사실 제가 쳤었던 논술문제였기도 해서, 어렵게 기출을 구해 사촌에게 주고 풀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학원에서 가르쳐준 그대로 써서 보내준거에요.

양시론이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은근한 양시론이라고 해야할까요. A도 맞고 B도 맞다. 하지만 나는 A가 더 좋다.

문제는 여기서 갈리는데, 논술 자체가 상대방 기분좋으라고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양시론으로 시작해더라도

공격적인 예시와 함께 논거를 들어 자신이 하나를 선택하여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야 하거든요.

저의 경우는 당시 한겨레21에 나왔던 종교적인 이유로 수술 수혈을 거부하다가 사망한 사례를 통해 비판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저는 이대로 글을 쓰는건 아닌 것 같다. 논술은 평론을 쓰는게 아니라 확실한 호불호를 말해줘야 한다. 라고 이야기했더니...

어제 다시 연락이 와서는 논술선생님이 저보고 비전문가니, 논술을 알지도 못하는 대학생한테 그런걸 맡기지 말라니...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알았다고 한 다음 정말로 그사람이 얼마나 전문가인진 모르겠지만

속상한 자존심은 좀 접어두고 사촌동생의 비문을 쓰는 버릇이나 번역투를 교정해주는것 정도를 봐주기로 했는데

오늘 쓴 글을 읽으니 이건 정말로... 고등학생의 논리야놀자 수준의 글을 딱 적어온 거에요.

솔직히 말해서 돈받고 여러명의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나 개개인별로 잘 가르쳐줄지 저는 의심스럽거든요.

저 스스로 논술공부 할때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선생님이랑 거의 1:1로 하다싶이했었고, 학원은 안 다녔었기 때문에...

고민되네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좀 공격적으로 외숙모에게 찔러서 제가 이녀석을 전담마크 하기엔 저도 준비하는게 있고...

그렇다고 이대로 놓기에는 학원에서 그저그런 글쓰기만 배우다가 돈만 내버릴것 같고...

답답하네요

(거기에 이녀석이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친한친구가 다녀서라는 이유를 입수했습니다. 이새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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