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꾼 것 같았다.
나는 막 태어난 잉어였다. 아이의 칭얼거림에 부모가 마지못해 가져온 작은 잉어였다. 작은 연못의 둘레를 몇 번 도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내 부모가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연못 밖에서 나에게 밥을 던져주는 인간에게 가족애나 연대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지금에 나는 나의 원래 부모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
가져 온지 1달이 지났다. 가져온 당시 나의 비늘을 만지며 까르르 웃던 아이는 더는 수면 위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제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부모들 밖에 없었다,
가져 온지 2달이 지났다. 나의 연못에 와 먹이를 주던 부모는 이제 먹이를 주는 시간마저 간간히 잊어먹었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 그래도 그들이 나에게 아직 신경을 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가져 온지 2달 15일이 지났다. 일에 한번 겨우 주던 밥도 끊겼다. 부모도 아이도 나의 공간인 연못을 치워주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물때와 이물질이 부패하는 물의 악취가 뿜어져 왔다 그러나 나는 저 연못에 얼굴을 비추는 아이의 부모가 짐같은 나를 버리지도 않는 것에 애정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또한 나를 이 세상에 데려온 부모같은 존재에게 불경한 생각을 하는 것은 죄였다
가져 온지 3달이 지났다. 새끼잉어의 노력으로 연못을 청소하려지만 결국 연못은 점점 부패해갔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썩은 물에 점점 오염되어가는 나의 몸을 움직여 수면위에 얼굴을 내밀거나 몸을 솟구치며 노력을 했지만 그들의 관심은 언제나 나에게 없었고 그저 아이의 칭얼거림에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들이 이런 나를 보면 바로 조치를 취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들은 나의 부모 같은 존재이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물은 세척되는 일은 없었다. 더는 먹이조차 주지 않았다. 물 썩은 내와 썩다 못해 검은 익사채의 머리카락처럼 변색 된 녹조류는 나의 후각과 시각을 차단했다. 그리고 그 부패의 여파는 새끼잉어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영향을 끼쳤다. 붉은 색 비늘은 이제 썩어버린 이 같이 검게 변색되어 간 것처럼, 내 정신은 마치 가죽이 벗겨진 시체처럼 괴이한 단말마를 내뿜으며 그 시 뿔건 그로테스하게 역동하는 악의를 드러냈다
나는 저주했다. 나를 외면한 아이도 부모도. 나는 내 지느러미를 편집증처럼 물어뜯었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을 먹어치웠다. 이제는 비늘도 지느러미도 거죽도 다 닳았다. 물에 색이 빠진 변사체처럼 나의 몸은 너덜거리는 넝마가 되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아이가 수조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마치 나를 약 올리듯 나의 세상을 휘저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손가락을 물었다. 이빨도 없는 주둥이지만 그를 물었다. 비릿하지만 역동적이고 질척한 액체가 내 입을 채웠다. 그 상처는 악의 독니였을까? 나는 그것을 일순간이지만 빨았고 일종의 청량감에 도취되어 그리고 오랜만의 포만감에 따라오는 허기에 움찔한 손가락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간 붉은 궤적의 모든 것을 마셨다. 또 나의 악의도 주둥이를 내밀고 그것을 빨아 마셨다. 아이가 물을 간다고 자기가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수조에 손을 된 것도 상관없이, 어머니와 아이가 괴이하게 변한 나를 보며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린 것도 상관없이. 나에게 모든 것은 벗겨졌다. 남은 것은 그로테스하게 움츠렸다 펴져다하는 시뻘건 악의들만 나에게 남았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만 남았다.
그리고 며칠 후였나? 싸이렌과 푸른빛이 멀리서 들어왔고 아이엄마가 고함을 질러다. 그리고 몇 시간이 안 되어 집안은 훌쩍거리는 두 소음만 남았다. 그리고 갑자기 내 수저가 뒤집어졌다. 부패한 수조는 뒤집어지고 이상한 액체와 찡그린 여자의 얼굴이 내비쳤다 그리고 그 손에 들린 펜을 내 몸을 향에 내리쳤다. 내 몸은 큰 구멍이 생겼다. 비명은 나오지 않고 입만 뻐금거렸다. 여자는 미친 듯이 내 몸을 찍어댔다. 비늘이 전부 달아버린 내 몸은 두부 썰리듯 짖 물러졌고 나의 내장은 저 수조의 맞은 편 벽에 들러붙었다. 내 눈의 막은 금이 가 이내 깨져버렸고 막 안에서 퍼져버린 눈과 비슷한 국물은 그 투명한 막 안에서 피와 섞여 금이 간 틈새 밖으로 찔끔 찔끔 흘러내렸다.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다. 나는 저 년을 씹을 것이다. 그 애새끼의 손가락을 물어 피를 차지한 것처럼 파편이 되어버린 이 몸을 이끌고 네 년의 목과 어깨를 그리고 그 음부를 씹어서 그 즙을 탐할 것이다. 어딘가의 악의는 계속 웃어 댔다. 마치 무언가 목적을 이룬 것처럼. 내 의식은 흐려졌다. 그때쯤인가 역동적인 행동의 엄마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화장실 밖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순간 미소를 지으며 웃는데 마치 내가 그 아이의 즙을 탐할 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일순간의 표정을 지으며 그 엄마는 펜으로 아버지의 어깨를 찔렀다. 그리고 비명 온전치 않는 나의 눈은 거기까지 였다. 비명과 격통의 소리가 들렸다. 괴이하고 불경한 소리들이지만 그 소리는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래 마치 나의 속에서 매일 웃었던 악의들의 웃음과 같이 그리고 나는 어둠에 먹혀졌다.
이윽고 내 눈이 떠졌다. 눈이 열리자 내 안구에 어둠이 마치 타르처럼 달라붙었다. 그런 끈적끈적한 장막을 느낄 때쯤 마치 내 귓구멍에 수많은 촉수가 나의 뇌를 내 정신을 핥아 대듯 고요가 나를 맞이했다.
‘나는 어떻게 되었지?’
끈적한 체액의 냄새가 옷에 달라붙어 있었으나 그 특유의 열기는 이미 식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리고 내 하반신의 액체도 이미 물기는 사라지고 암모니아 특유의 냄새만 남은 듯하다. 몸도 특이한 고통도 없었고 말이다. 확실한 건 내 눈에 들어온 그 마경의 찰나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긴장이 순식간에 날라 갔다. 그러자 불쾌감이 엄습했다. 목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혹시 아까의 이상상태를 끝으로 정전이 끝나지 않았을까? 나는 손으로 바로 옆에 있는 욕실 전등을 켜봤다. 그러나 반응은 없었다.
‘결국 정전은 현재진행형인 거로군’
다시 한 번 문을 열어 주위를 둘러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긴장이 풀렸다고는 하나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 내게 있어서는 휴대폰이든 무엇이든 밖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나 아니면 방을 빠져나간 룸메가 돌아오는 것이다. 일단 먼저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할까 했지만 그것보다는 육체적으로 좀 씻고 싶었다. 아까 그 지옥을 보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친 나이기에 그런 충동보다는 내 안전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아 보이지만 긴장이 풀리고 시간이 약간이라도 지나니 그런건 다 집어치우고 일단 목욕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상반신을 탈의 한 채로 목욕실에 들어가 더듬거리며 물을 틀어 목욕을 했다 정전의 영향이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것 때문에 상당히 고생했지만.
나는 목욕을 끝마치고 옷을 입었다. 몸이 깨끗해진 탓일까?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심지어는 방금까지 있었던 일까지 나의 백일몽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그러나 들어오지 않는 전기와 방금까지 나의 몰골은 내가 겪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는 믿고 싶지 않는 강력한 증거였다. 어쨌든 지금 나는 사실상 갇힌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문 앞에는 아까의 괴물이 있을 지도 모르고 문을 제외하면 창문이 유일한 통로지만 이방은 8층이다. 나가는 순간 죽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나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기에 결국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침이 되면 분명 누군가 기숙사의 이변을 알아챌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일은 지금 이 방 안에서 괴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며 최대한 기다리는 일뿐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먼저 문을 막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비록 기숙사라 막을 만한 물건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들어오는 것을 지연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의자와 문 옆에 위치한 옷장을 낑낑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 수분 후에 비록 문 바깥으로 열리는 문이기에 열리는 것을 막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바리게이트는 만들었다. 이정도면 최대한 움직임은 늦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전부 했다. 이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일뿐이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손을 옆에 내려놓으니 핸드폰이 만져졌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1시?’
내가 깨어나고 겨우 20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에 놀랐고 의심도 내 안에 피어올랐다. 그러나 끔찍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흔히 말하듯이 그거와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앞으로 통학시간이 8시간이나 남았나...’
8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마치 영원과 같이 느껴졌다. 마치 내일로 가는 것을 거부당한 듯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의 눈은 점점 감겨졌다. 마치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카운트다운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