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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다스릴때는 관의 창고가 아니라 백성의 곳간에 양식을 쌓아둔다
게시물ID : sisa_1207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광필
추천 : 3
조회수 : 7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07/16 07:57:23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지백이라는 신하가 실권을 잡고 6경들을 핍박할때의 일이었습니다.
 
지백은 6경 중 한축을 담당하는 한씨와 위씨에게 각각 1만호(1만 가족)가 사는 땅을 요구해 받아내죠. 그리고 조씨에게도 1만호의 땅을 바치라 합니다만 조씨는 거부합니다. 이에 지백이 조씨를 공격하려 하고 힘이 딸리는 조 양자가 일단 도읍을 옮겨 대항하려 합니다.
 
조 양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신하 장맹담에게 묻자 장맹담은 "진양으로 가시지요"라고 합니다. 마침 돌아가신 아버지도 조 양자에게 "무슨 일이 있거든 진양으로 가라"고 한 적이 있어 조 양자는 진양으로 갑니다.
 
근데 진양에 가보니 엉망입니다. 성곽은 거의 다 부서져 있고 창고는 비어 있다시피 하네요. 물어보니 진양은 지난 10년간 세금을 거의 거두지 않고 백성들에게 쓰기만 했답니다.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낙제나 다름없는 곳인거죠. 조 양자는 불평합니다.
 
"아니 아버지도 그렇고 장맹담도 그렇고, 왜 이런 성곽도 무너져 있고 창고도 빈 곳으로 가라 한거지? 장차 무엇을 가지고 적과 맞선단 말인가?"
 
그러자 장맹담이 답합니다.
 
"신이 듣기로 성인이 다스릴때는 관의 창고가 아니라 백성의 곳간에 양식을 쌓아둔다고 합니다. 주군께서는 명령을 내리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각각 3년치 먹을 양식만 남기고 모두 관의 창고에 넣으라 하시고, 남는 인원은 성곽을 보수하게 하소서"
 
명령을 내리자 마자 백성들이 그날 저녁으로 돈과 식량을 가져왔는데, 너무 많아서 창고에 다 넣을 수 없을 정도였고 모두 달려들어 성곽을 보수하니 성곽이 3일만에 세워졌다고 하죠.
 
이후 지백이 도착해 싸웠는데 2년이 넘도록 점령을 당하지 않고, 지백이 강의 물길을 돌려 성을 물에 잠기게 했는데도 백성들중 단 한명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와중에 이전에 지백에게 땅을 빼앗겼던 적이 있는 위씨와 한씨가 내응해 물길을 지백에게 돌리고 결국 지백을 사로잡습니다.
 
조양자는 지백을 죽여 두개골에 옻칠을 해서 술잔인지 변기인지로 삼고 지백의 땅은 한, 위, 조 3명이 나눠 가져 각각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를 세우며 전국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가계 부채는 전세계에서도 높은 축에 들지만 국가 채무는 셰계에서 별로 높은 축에 들지도 않는 나라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며 이런 저런 보조금을 줄이고 공무원 수도 줄이고 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 이번 정부 사람들은 "성인이 다스릴때는 관의 창고가 아니라 백성의 곳간에 양식을 쌓아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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