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혹은 사기 전까지만 해도 두근거렸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확 식었던 적이 있나요?
저는 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만화책이고 하나는 소설이었는데
만화책은 택배를 받고 표지를 보자마자 아 이거 내가 안 좋아하는 그림첸데 하는게 딱 생각나더군요
사기 전까지만 해도 잘만 봤었는데 말이죠
뒤이어 내용도 왠지 모르게 유치하게 느껴져서 바로 탈덕했고요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에 빠진것 같았습니다
그걸 느껴볼 일도 없었고 그 후로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서도요
다행히 만화책은 1권밖에 안 나와있어고 손실도 적었지만 소설책은...
하필 시리즈가 다 나와있었고 마침 학교에서도 소문이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정말 취향이더군요.....
제가 또래 여아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걸 빨리 생각해냈어야 했는데..........
하필 또 생일이었던지라 서점에 가서 그 책 시리즈를 보자마자 받을 선물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어릴적 서점에서 해리포터와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도 그러했지요
물론 내용물은 비교하는게 미안해질 정도지만요
사실 책을 사오고나서 며칠 동안은 방치해뒀었습니다
잡은 물고기에 안달내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생각해보면 내 손에 있는 것보다는 닿지 않는것에 더 연연할 때가 더 많긴 하더군요
품절이라던가 절판이라던가 등등..
그래도 일러는 바로 확인했습니다
몇 번 봐도 정말 취향이더군요
그리고 1권을 읽는데....
어릴 때 마냥 좋다고 멋모르고 읽던 인소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더군요
내가 도대체 뭘 읽고 있는가에 대한 고뇌를 느끼며 간신히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 십분지 일을 채 못 읽고 덮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돈이 아까워 몇번이고 책을 읽으려 해봤지만 가뜩이나 로맨스물을 거부하던 제 뇌는 결국 받아들이지 못하더군요
그러기를 반복하며 2년여에 걸쳐서 마침내 1권을 읽는것을 성공해냈습니다
그리고 2권을 펼쳤죠
아뿔싸, 1편만한 2편이 없다라더니 설마 더 퇴보할 수도 있다는것은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결국 몇 장 못넘기고 봉인해 뒀고 그 시리즈들은 학교에 같은 반 아이들이 실컷 돌려보더군요
정말 믿을만한 친구가 아니면 직접 산 책은 결코 빌려주지 않는다는 제 철칙을 세우고 난 이래로 처음으로 깨준 책이었습니다
중고로 판다는 생각도 채 못하고 그 책은 아는 사람에게 그냥 넘겨줘 버렸습니다
이 일 이후로 책은 무조건 도서관에서 먼저 본 다음에 사게 되었죠
책게인들의 경험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