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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라는 형벌
게시물ID : sisa_731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라마
추천 : 11
조회수 : 65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4/29 04: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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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물질적 가치가 삶의 가치로 치환된 시대를 살면서 가난이란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 

 돈앞에서 명함도 내밀어 보지 못한채 서슴없이 버려진 양심, 연민 같은 '인간적 가치' 따위는, 신림역3번출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마냥 땅 바닥을 굴러 다닌다.  

 사람으로 살기위해 스스로 분신을 택한 한 남자의 동상만 청계천 어느 다리위에 덩그러니 남았고, 자본의 매카니즘은 그 톱니바퀴를 더욱 정교하고 견고히 해 나간다.

 물질의 가치를 우상처럼 숭배하는 시대에 물질로 설명되지 않는 결핍은 '불량'으로 정의되어, 욕망의 톱니바퀴에서 다른 부품으로 교체 되어갔다.  

 지켜야 하는 가치가 '가훈' 대신 아파트 브랜드 이름이 되어버린 부모들 에게, 장애인 시설이나 아파트 경비의 인권 따위는 자식들의 교육환경 이나 아파트 시세보다 가치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사람에도 소고기처럼 등급을 매기고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하위등급과 명확한 선을 긋는, 속물적 근성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관에 가격을 매겨 보자면 그들의 소비자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도 0원 에 무한히 가까울 것이다.  

보톡스와 보형물로 치장된 성형외과 광고판의 모델은 아름다움의 기준마저 성형해놓았고 개성은 함몰되었으며,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조화 같은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부채질 한다   

젊음을 학자금 대출에 저당잡히고 출신 학교와 토익점수를 가격표 처럼 붙여 스스로를 매대에 진열시킨 청춘 들에게 정부와 기업이 손을잡고 본인의 동의도 없이 '열정페이' 라는 할인스티커를 붙여도, 최저시급6030원 짜리 '노동자' 가 되는게 두려워 침묵하는,'아프니까 청춘' 이 아니라 돈이 없어 아픔을 참아야만 하는 청춘.

  '희망' 이라는 낱말을 진통제 삼아 학벌과 스팩이라는 가격표에 숫자 하나라도 더 붙이려는 취준생과, 하루벌어 하루 막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다리펴 눕기도 힘든, 1.5평 고시원을 동물원 구경하듯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재벌들은 아직도 버스비를 60원만 지불하고있다.

 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이유로 부모는 자식에게 죄인이 되고 가난을 증명해야 점심을 굶지 않을수 있는 아이들은, 금수저 흙수저는 커녕 떠먹을 밥 조차 물려받지 못한다. 

 TV 광고에선, 전화한통 만으로 5분도 채 되지 않아 3백만원짜리 희망을 대출받고, 그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3백만원은 마이너스 1천만원짜리 절망으로 표정을 바꾸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인 목숨으로 채무상환을 시도하는 채무자도 속출한다.

 목숨으로 부채상환에 성공한 채무자 에겐 납골당 전망좋은 1천만원 짜리 로얄층은 목숨값 세개는 더 있어야 입주가 가능했고. 로얄층은 커녕 그늘진 구석의, 고시원 단칸방 같은 납골당 한 칸 조차 그는 끝내 소유하지 못했다. 

 돈 이라는 21세기 면죄부는 죽어서의 천국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생의 모든 죄 사함을 일시불, 또는 평생 무이자 할부로 보장해주는 한도 무제한 '플래티넘 카드' 가 되었다.

 편의점 숫자보다 많은 교회지붕엔 구원의 십자가 대신 한국 조폐공사 직인을 새기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1988년 발표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라는 시 는 2016년 대한민국에 여전히 유효하다.
출처 내 ㄹ핸드폰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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