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더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이
내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영향과
상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한가지 일을 위해 한 공간에 모여있다는건
이다지도 외로운 일이었나.
상대의 영역과
자신의 영역을 은연중에,
하지만 확실히 선을 긋고.
예의를 가지고 친절하게 말 하지만
단지 그것 뿐인 깊이 없는 관계.
그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외롭다.
어렸을 땐 이렇지 않았다.
서로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미숙한 아이들끼리
어쩌다보니 서로 뒤엉켜 싸우기도 하고 친하게도 지내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는 공유하는 영역이 생기고
그 만큼 끈끈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서로가 각자의 사정에 쫓겨 만나지도 못하고.
그 간의 공백에 달라져버린 서로를 인식하게되면
또 그 만큼 멀어지게 된다.
친구가
없어지는거다.
새로운 친구는 사귀지도 못한채
없어지기만 하는거다.
어른이 되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상대는
서로에게 당연하게 영향을 주고
당연하게 뒤엉킬 수 있는 사람은 만날 수 없는걸까.
어렸을땐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나 얽혀오는 녀석들을 귀찮아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된 뒤에야 뒤늦게 깨달아본다.
나는 친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