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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수님 트윗을 봤지만, 냉정하게 이렇게 보면 안되겠습니까
게시물ID : gametalk_120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포즈
추천 : 17
조회수 : 1038회
댓글수 : 74개
등록시간 : 2013/11/05 00: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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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왕창 먹을 것 같지만, 한번 써봅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게임은 많이 좋아합니다.


진교수님 트윗에서와는 조금 다르게
게임중독이든, 마약이나 도박, 음주에서의 중독도 마찬가지로 전부 의학적인 중독 내지는 의존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나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중독이나 의존의 성질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행위 역시 뇌내 보상회로에서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자꾸 게임을 하려고 하는 성질을 나타내는 점이 그것이에요.
사람들이 게임은 중독되지 않는다, 않는다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의학적으로 게임을 하면 나타나는 보상성 반응(이를테면 레벨이 올라가서 강해진다거나, 보스레이드에 성공한다거나 하는 점이요)은
분명히 이 회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만,
이번 게임법안을 만든 쪽을 사실 의학적인 논리로 이길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신의진 의원부터가 일단 소아정신과적으로 상당히 권위에 올라있는 사람이고,
찬성론자로 대부분 정신과 전문의가 나와서 논리를 펴는걸요.
현안에 대해 중독이 맞다, 아니다라고 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낮을 뿐더러 이길 수도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중독이라는데, 말이 많아?' 는 우스개로 많이 나옵니다만,
토론자의 자세라는 측면에선 잘못되었을지언정,
임상적으로는 정신과 의사가 중독이라면 중독이 맞습니다. 오진이라면 오진인 근거를 대어야겠지요.


게임하시는 일반인들께 부탁컨대
'게임은 취미생활일 뿐, 중독증상은 없다'보다
앞으로는 '왜 하필 게임인가'와 '게임중독의 사회적 문제를 왜 게임제작사만이 일방적으로 져야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적으로 난 게임을 잘 조절할 수 있으며, 중독은 없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심각하게 주는 행독이면 어느 정도 중독이라고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월급이 200인데, 가족을 내팽겨치고 200만원을 통째로, 혹은 그 이상 빚을 내어 현질을 해대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중독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의 성격이 자제심이 없다, 경각심이 부족하다 는 사실 반대쪽에서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논리적으로는 타당성이 많이 떨어지는 말입니다.
게임 뿐만이 아닙니다.
흔히 비꼬는 운동이나 섹스나 기타 등등 다른 행위들도 어느정도는 뇌내 보상회로에 작용하며,
어느 정도의 의존성과 중독성을 지닙니다.
공부를 무척 잘하는 사람이나, 커피를 매우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도 아마 어느정도는 같은 기전이 나타날 겁니다.


왜 하필 많은 다른 행위들을 두고, '게임'을 음주, 도박, 마약에 같이 묶어서 통제하는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에 논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예를 하나 들면 왜 흡연은 저기에 포함되지 않고 게임이 들어있는가 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중독적인 것들과 함께 게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이며 어디까지를 국가적, 법적으로 제한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또 하나는
이 문제가 '왜 제작사만 책임을 일방적으로 져야하는가',
음주를 예로 들었을 때, '술 권하는 사회'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국에서 반드시 이것을
양조회사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
게임으로 야기된 사회적 문제 (솔직히 아예 없지는 않을 겁니다. 냉정하게 문제라고 보고 싶지 않은 거겠죠. 저도 일부 그럴정도니까요.)
에 대해 징벌적인 책임을 왜 제작사에만 물리는가.
가정과 학교는 이에 대해 어떤 교육과 방침을 둘 것인가 하는 점 말입니다.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법에 대해서 학교적인 차원에서 교육을 하거나 캠페인을 벌이거나
뭐 이런 노력이 보이는 것은 없고, 다짜고짜 셧다운하니, 세금을 걷겠니 하는 겁니다.
아울러 다른 국가에서의 게임규제 현황 등이 나타난다면 좀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연구는 없는 걸로 알지만,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자살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뭐 많은 분들이 다들 말씀하신 내용들입니다만,
좀 포인트가 맞지 않게 짚으시는 분들이 조금 안타까워서 조심스레 한 말씀 드리며,

한가지 더, 더더욱 조심스럽게,
이 법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인의 시각이 어떻게 보면 중립을 지키지 않고 정치의 힘에 좌지우지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이제 신의진 의원은 의사가 아니고 그냥 정치인입니다. 제게도 마찬가지구요.)
그 시각 자체를 무시하고 깔아뭉게는 것은 좀 지양해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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