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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책] 검이야기(하) - BGM
게시물ID :
mabinogi_12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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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커피와책과..
추천 :
5
조회수 :
61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02 01:40:30
검이야기
The Sword
스법군/류트
이곳은 이멘 마하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진열된 곳은 이멘 마하 무기점의 진열대인 것이다.
무기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으며 상체에는 가슴을 가리는 플레이트를 입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에서 어떤 한 사내와 대화를 나누다 사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더니 무기점의 주인은 곧바로 문을 열고 무기점으로 들어와 진열대 위에 놓인 나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대부분의 팔라딘 수련생들은 이 배틀 소드를 선호하는데요오~
살상용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성능은 바스타드 소드와 동급이거나 개조를 하면 그 이상이 되기도 하니 기사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검이지요오~."
"흠. 전에 쓰던 바스타드 소드도 마음에 들었지만? 오슬라 씨가 추천해주는 무기니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슬라라는 여주인이 나를 배틀 소드라 부르며 하얀빛이 감도는 중갑옷을 입은 늠름한 사내에게 건내주었다.
사내는 검 손잡이를 힘껏 쥐어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둘러보다 곧게 뻗은 검신을 바라보며 이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금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무기점을 떠나며 나를 허리춤에 찬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훗. 내 무기로써 선택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나만큼 실력이 뛰어난 팔라딘 수련생은 아마 없을 테니까!"
그가 말하는 팔라딘 수련생이란 게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주인이었던 소년의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고 떠도는 소문으로도 들린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이멘 마하를 빠져나와 팔라딘 수련장이란 곳을 향해 갔다.
팔라딘 수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외길로 이어진 흙길과 양측으로 호수가 보였는데, 그 호수에 비친 나의 모습은 너무나 놀라웠다.
롱 소드보다 긴 검신은 족히 1m는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검폭 또한 상당히 넓어졌고 검 손잡이는 푸른색으로 도색이 되어있었다.
롱 소드와 비교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멋진 내 모습에 내심 퍼거스에게 감사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청년이 도착한 곳은 팔라딘 수련장으로 청년과 같은 또래의 사내들이 새하얀 빛이 살짝 감도는 갑옷을 입고 열심히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전 주인의 학교에서 배운 검술과는 달리 살기가 어린 검에서는 노련한 전사의 찌르기와 베기가 연출되었으며 그 중에는 티르 코네일의 검술 선생과 비견할 정도의 검술을 구사하는 수련생도 있었다.
나의 새로운 주인인 청년도 이에 질세라 한껏 실력을 뽐내며 여러 수련생들과 대련을 했으며 주인의 실력 역시 출중했다.
비록 실력이 낮다고는 하나 여러 수련생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한걸음에 뛰쳐나가는 용기와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검들을 가볍게 튕겨내는 반사 신경, 게다가 몸집이 곰만한 수련생을 상대로 검을 맞대어도 밀리지 않는 근력은 그가 차기 근위대장이라는 실력을 갖추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어쩌면 티르 코네일의 검술 선생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자가 나의 주인이라니 나는 엄청난 기대감과 흥분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두 번째 일상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하하! 다들 아직 멀었어! 수련을 더 해야 할걸!"
비록 팔라딘 수련생이긴 하지만 일종의 기사의 직위를 받은 그들은 성을 다스리는 영주의 명령에 따르며 여러 전투에 나가 값진 승리를 거두는 게 일상이었다.
어떤 때에는 포워르와의 전면전을 치를 때도 있었지만 그는 용감히 앞으로 돌진하여 여러 마리의 포워르들을 베어내리고 가르며 팔라딘으로서의 명예와 부를 누리며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그는 명예로운 팔라딘 수련생이었으며 나는 그의 무기이자 동료로서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그의 일상에 이멘 마하 영주가 명령을 내려왔다.
"이멘 마하 내에 다크 나이트들의 습격이 포착되었으니 즉시 팔라딘 수련생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한 자들만을 모아 기사단을 만들어 모두 사살하라!"
팔라딘 수련생들은 영주의 명령에 혼란스러워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다. 지금껏 나간 전투에서도 그들은 인간이다.
지금껏 나간 전투에서도 적 중에는 도둑질을 일삼는 도적들이나 기사단을 사칭한 인간들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결코 죽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영주의 명령은 죽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팔라딘 수련생들은 두 가지 의견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자신의 신의에 따라 적을 살려줄 것인가, 영주의 명령에 따라 죽일 것인가.
내 주인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라이미라크시여. 저는 어찌해야 좋단 말입니까. 제 뒤로 지켜야 할 목숨은 수없이 많지만 그로 인해 적들인 인간들을 죽이게 되다니, 그렇다면 제가 지금껏 믿어온 팔라딘으로서의 모습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결국 팔라딘 수련생들의 의견은 점점 다크 나이트들을 죽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몰려가고 나의 주인 역시 살려주자는 의견에 해당하는 절반의 팔라딘 수련생들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주인이 본 곳은 그야말로 전장이었다.
그곳은 이멘 마하 광장이었지만 팔라딘 수련생들과 다크 나이트들이 서로 섞여 대립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다크 나이트들을 살려주자는 의견을 가진 자들조차도 이제는 이성을 잃어버리는 듯 검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동료가 쓰러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우연히 휘두른 검에 적이 죽어버렸다.
그런 분노와 허무함이 뒤섞인 전장에서 나의 주인은 평소와는 다르게 손을 떨면서 붉은 선혈이 난무하는 단말마가 가득한 전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주인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주인에게 동료가 있듯이 나에게도 동료들이 있다.
그것은 내가 바라보는 모든 무기였다.
들고 있는 사람은 다르나 나의 친구들은 피를 뒤집어쓰고 묵묵히 다른 누군가를 베어나갈 뿐이었다.
인간에게 선악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선악이 있는 걸까.
"으아아! 죽어라!"
한 다크 나이트가 나와 주인을 향해 검을 들고 돌진했다.
나는 재빨리 주인의 손을 끌어 다크 나이트의 검을 막았다.
주인 또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반사 신경으로 검을 막은 것이리라.
그렇게 다크 나이트와 몇번의 칼부림이 이어졌다.
위로 베어내리는 것을 검을 비스듬히 세워 흘려보내고 좌로 베는 것을 뒤로 물러서서 피했다.
그렇게 나의 방어만 하다 누군지 모를 시체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지고 다크 나이트는 틈을 누렸는지 검을 두 손으로 잡고 크게 아래로 내려치려 했다.
'
내 주인을 지켜야 한다.'
주인은 그저 멍하니 다크 나이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의 빛이 감도는 중갑옷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인의 의지가 아닌 나의 의지로 다크 나이트의 복부를 찌른 것이다.
다크 나이트의 갑옷을 뚫고 들어간 나의 일격은 다크 나이트를 즉사시켰으며 다크 나이트가 힘없이 쓰러지자 나의 주인은 상당히 동요한 듯 다크 나이트의 피가 한가득 흐르는 두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 으아아!"
주인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은 것인지 크게 울부짖으며 나를 손에서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 저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걸까. 적
이 공격해 올 것을 알고 나는 주인을 지켰을 뿐이다.
오히려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기뻐해야 할 텐데 말이다.
그 순간 나의 몸에서 다시 피가 튀었다.
그것은 다크 나이트의 피가 아닌 주인의 피였다.
"크헉?!!"
절망하던 주인은 미처 등 뒤의 다크 나이트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못 봤고 다크 나이트의 일격에 나의 주인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주인은 내가 보는 눈 앞에서 싸늘하게 식어갔다.
나는 미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세번째 주인의 손에 들려야 했다.
그것은 방금 두번째 전(?)주인을 죽인 다크 나이트였다.
"에헤헤! 이거 상당히 좋은 검인걸! 횡재했네!"
그 이후부터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뿐이었다.
다크 나이트가 나를 쥐고 남아있는 팔라딘 수련생들을 난도질하며 죽여갔다.
그것도 모자라 이멘 마하의 죄 없는 시민들도 베어내려 죽였다.
그리고 그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자랑스럽게 나를 치켜들었다. 이것이 나란 말인가.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순진무구한 소년의 검으로서 소년을 지키기 위한 검으로 살아왔다.
두번째는 팔라딘 수련생의 검으로서 청년을 지키기 위함과 동시에 부와 명예를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세번째는 다크 나이트의 검으로서 의미 없는 학살을 위해 쓰이고 있었다.
그렇게 세번째 주인이 검을 휘두르며 나에게는 온갖 단말마와 비명이 들려왔다.
"제발 살려줘!"
"죽이지 말아주세요!"
"엄마! 아빠!"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심지어는 그중에는 처음 만났던 소년 또래의 아이도 있었건만 그들 모두를 베어버리고 고통이 가득 담긴 단말마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피로 붉게 물들어야 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의 희열에 가득 찬 웃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자 나는 다시금 생각해야 했다.
'나는 누구지?'
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인가.
누군가를 살려줄 검인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검인가.
검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그러던 중 나는 이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러자 나는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단순히 날이 빠졌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
말로 이루 표현하지 못할 극심한 고통이 나를 덥쳐왔고 다크나이트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부러졌네."
그리고 다크 나이트는 나를 바닥에 꽂아버리고 냉정하게 자신이 가던 길을 향해 걸어갔다.
나의 일부분은 수많은 상처를 안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나는 긋것을 줄곧 지켜봐야 했었다.
그렇게 바닥에 꽂힌 채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날씨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었다.
내 주위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과 줄기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바리 던전에 매장되어 있었던 기분을 느끼며 나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지?'
나는 한때 철광석이었다.
그리고 롱 소드였다.
그리고 배틀 소드였다.
그리고 지금은 부러진 검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철광석 때가 차라리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검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리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죽는 일이 없었을 텐데...
나를 대장장이로 만들어준 사람을 원망했지만 원망은 원망일 뿐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더욱 타들어 가며 나는 내 처지를 슬퍼했다.
한때는 소년을 지켜주는 일상이 좋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소년은 나를 버렸다.
한 때는 팔라딘 수련생이었던 청년을 명예롭게 해주는 일상도 좋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를 버렸다.
검으로서 주인을 지켜주어도 나를 내던진 것이다.
대체 왜 그런 걸까.
한 때는 다크 나이트의 검으로서 살육만을 목적으로 쓰였지만 그 일상만은 싫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누군가를 죽여야하니까.
그러자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럼 왜 소년과 청년의 일상을 싫어하지 않았던 거지?'
소년에게 덤벼오는 여우를, 청년에게 돌격하는 마족을 베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왜 그 일상이 싫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여우나 마족들도 목숨을 갖고 있었고 가치관은 다르나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려 했을 뿐인데 말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검의 마음가짐이었다.
처음으로 밖으로 나온 검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첫 주인인 소년을 시작으로 그의 일상이 검의 호기심을 풀어주었고 소년의 일상이 너무나 평화로웠기에 그것을 보통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두 번째 주인인 청년으로 넘어가자 선악을 판단할 정도로 성장했고 세번째 주인인 다크 나이트가 쥠으로서 다크 나이트의 일상이 싫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생각해보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저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더 많은 것들을, 여러가지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검으로서의 자만심과 오만함이 얕은 지식을 드러내고 언제부터인가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검은 누군가를 지킬 수 있고 살려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검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지 검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상관없이 주인에 의지에 따라 다르게 변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검으로 살아가는게 싫어졌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바리 던전 속에서 잠들어 있는 게 나을 뻔했다.
"흠. 안타까운 검이군."
몇 년 만에 들어본 목소리다.
그동안 이끼가 내 몸을 뒤덮고 줄기로 감겨있는 나를 검으로 인식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내 일부분과 나를 집어 들어서 말했다.
"고된 인생을 살아온 듯 하구나. 불쌍하게도 얼마나 외로웠을까."
네번째 주인은 소년과 다르게 젊잖았다.
청년과도 다르게 냉정했다.
다크 나이트와도 다르게 자신만의 확고한 선이 있었다.
그는 나를 허리춤에 차더니 제자리에 자라던 잡초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나무 장작들을 꺼내 쌓아놓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나를 꺼내 들고 내 일부분과 불 속에 던지며 말했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 손에 쥐여가며 수많은 경험을 했겠지. 검이니까 뭔가를 베는 경험밖에 없을테지만? 그런 경험이라도 그동안 주인을 지켜주는 중대한 역을 맡았겠지. 이제는 주인도 없으니 편히 쉬어라."
불이니까 당연히 뜨거웠다.
하지만 결코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주인을 만난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섬겨온 주인들을 생각하고 각각의 일상들을 떠올리며 비록 기쁘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그것들 또한 경험이었고 삶이 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저를 써 주어서 감사합니다'
***************************
이것으로 검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긴 글이지만 상, 하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이전화 :
http://todayhumor.com/?mabinogi_120821
마비노기책 : 스법군/류트
BGM :http://bgmstore.net/view/IMU2y
스크린샷 : 마비노기 공식홈페이지, 직찍, 아서왕의검(http://kr.forwallpaper.com/wallpaper/sword-of-king-arthur-10898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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