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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저히 술을 안마실수가 없더라.
게시물ID : gomin_1210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jY
추천 : 5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9/23 21: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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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 볼일 없는 직장인이다.

누구와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출퇴근을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계약직이라는 것.

더군다나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갓 사회인.

덕분에 아직도 학교 주변에 서식한다마는....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이 조금씩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졸업이 두려워 대학원을 진학하고 거기서도 도망쳐 수료도 못한채 사회로 나왔다.

직장을 출퇴근 하다보면 가장 낯선것이, 

나와 같이 버스를 타는 이들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출근을 하고, 누군가는 등교를 하겠지.

이 버스를 타면 학교를 가니까....

나는 출근하지만 너네는 2교시 수업이 있겠구나 하고...

거기까지도 괜찮았다. 비록 하찮은 계약직이라도 오랫동안 눈치보며 살던 용돈생활은 안해도 되니까.

나도 월급 받는다. 한껏 들떴었다. 푼 돈이라도 생각나는 얼굴들 불러가며 술도 먹였다.

그나마 빌빌거리던 시절에 대한 보답이랄까.


연애도 했다.

조금만 늦게 만났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맛난거 더 먹여주고 좋은거 더 사주고 싶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것조차 힘들더라....

하루 얼굴보고 같이 밥먹고 같이 있는게 너무 좋았다.

너도 그럴줄 알았지.

그래도 여자는 여자인지라 섭섭하긴 했나보다.

5년의 불같았던 연애도 어느샌가 식어갔다.

당연히 옆에 있을 줄만 알았던 너는 울면서 떠나가더라.

미안했다. 지금도 미안하다. 다시만나면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별 일 아닌 일에 울컥하는 30대가 되었다.

오늘도 별 일 없이 퇴근해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학교를 가로질러야만 집으로 가는 길이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집을 향했다.

그래....

여기가 아늑한 울타리 였었다.

너희들은 이제 시작이고 나는 이제 마무리다.

집에 가면 부를 사람도 없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사소한 약속도 없는 나는 

그저 내일을 위해 배고픔을 달래며 집으로 갈 뿐이다.

자면 그만인 것을......굳이 저녁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겠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퇴근 길에

우습게도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처음엔 헛웃음이 나더라.

내가 여자가 궁했나 싶었거든.

향수냄새도 아닌 샴푸냄새에 

갑자기 누군가가 떠오른 것은 내 착각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그래서 술 생각이 났다.

잔을 기울여줄 친구는 너무도 바빠 감히 부를 수가 없었다.

뭐 원래 방에서 홀짝홀짝 마시는 거야 익숙하니까.


참 웃긴게.

밖에서 

회식자리나 술자리에서 그렇게 끊어 먹던 소주가

오늘은 종이컵 뿐이라 그냥 마셨는데

세 잔이면 비워지더라 한병이


뭐 누군들 안그러겠냐마는

지금 순간이 외롭고 

진솔한 얘기를 나눈지가 가물가물해질때면

그 때쯤 술 생각도 나고 내 친구도 그립고, 니 생각도 나고..


도저히 오늘은 술을 안마실수가 없어 한잔했다

SNS같은거 잘 몰라서 이젠 끄적일데도 없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하지만

티 내고 싶었다. 술마셨다고

그리고 가끔씩 생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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