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첫 애를 낳은 아내가 정신이 없으므로 음슴체.
1997년에 PC 통신을 시작했음. 시삽이니 부시삽이니 이런거 아심? ㅋㅋㅋ 여튼 나우누리에서 만화, 게임 이런 모임들에서 활동하다가 2살 연상의 누님을 알게됐음. 난 부산, 거긴 서울인데다 이 누나는 현실의 남자 따위는 관심도 없는 동인녀였음 ㅋㅋ
이 누나는 참 똑똑하고 올바른 사람이었음. 작고 귀엽고 이쁘기도 했고. 근데 잘꾸미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고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중성적인 타입이었음(결혼하고 살아보니 속에는 완전 오야지가 들어앉아 있음 -_-) 서울 놀러가서 동호회 사람들끼리 같이 만나서 몇 번 놀고 그러면서 확실히 좋아졌음. 155도 안되는 쪼매난 여자가 서문탁의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짱짱하게 부르는걸 보며 완전 반했음. 대학가면 고백해야지 싶었음. 그 땐 고2였으니까.
대학 들어가고 서울에 더 자주 놀러가고 더 자주 만나며 더 좋아졌었음. 근데 고백을 할랬는데 그 때 즈음해서 그 누나에게 남친이 생겨버린거임!! ㅜㅜ 그 땐 뭐랄까... 꼴에 그런게 멋있는건 줄 알고 아예 말도 안꺼내고 혼자 속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마음을 숨겼음. 그리고 난 군대에 갔고 논산으로 들어갔는데 전경으로 끌려가서 서울서 군생활을 하게 됐음. 그 누나는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두 번 면회를 왔고 우린 그 후로 만나지 못했음. 그 때가 2003년이었음.
그 후, 나는 나대로 그 누나는 그 누나대로 각자 인생을 살았음. 난 제대하며 유학을 가려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면서 마음을 접고 취직 준비를 하기 시작했음. 그러다 홍보팀이 모자라기로 유명한 모전자기업의 인턴으로 태국과 싱가포르에 다녀왔음. 건너서 듣기로 그 누나는 사시 준비를 하던 남자와 매우 오랫동안 연애를 하다가 고생만하고 헤어졌다했음. 연락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음. 나도 연애를 했고 상대에 대한 진심과 예의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했음.
사실 난 그 누나를 한 번 봤음. 야구팀이 못하기로 유명한 그 회사의 인턴을 하며 부산-서울을 왔다갔다할 때 사당역에서 본적이 있음. 너무나 반짝반짝 빛나던, 작은 보석 같던 그 누나는 빛을 잃고 축 쳐진 그냥... 뭐랄까 안쓰러운 직장인이 되어있었음. 가서 아는 척하고 말걸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았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부근이 그녀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였다고 했음. 그 때가 아마 2006년.
그리고 우리는 2011년 12월 30일까지 만나지 못했음.
마눌님을 챙겨두려야하는고로 나머지 사연은 나중에...
사실은 난 소심한 유부아재기 땜에 재미없고 반응 안좋으면 안쓰려고 (-_);;
사진은 그제 나온 우리 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