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편애
한 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오래 돼 휘어진 옛책들은
일으켜 세워 똑바로 꽂아 봐도
꼭 주저앉죠 자꾸 치우치려 하죠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우리
한쪽 어깨만 젖기로 해요, 서로
확 기대요 꽉 잡아요 꼭 안아요
이제 와서 멀어지면 휘청대다 쓰러질 뿐
우린 서로 편애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우리인 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정든 찻잔에 생긴 얼룩은 유독 즐기던 커피 탓인 걸
미웁나요 어떡하나요
우리 헤어지면 서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말텐데요
그대는 내 편에 서고 난 그대 편에 서는 우리잖아요
우리인 게 참 편해서 점점 더 편애하는 사이잖아요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오 나의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