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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 공포는 아닌데요, 꿈에 아버지가 나오셨었어요
게시물ID : bestofbest_121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573
조회수 : 26643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8/02 17:54:40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2 12:34:18

올해 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뭐... 아닌 부모가 어딨겠습니까만 저희 아버진 정말 가족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당뇨가 있으셔서... 늘 혈당관리가 필요한데, 레미콘 운전 하시면서 누가 빵이랑 우유라도 드시라고 주면
아버진 그냥 사탕만 까서 드시고 그 빵과 우유는 아내와 아들인 저 먹으라고 갖다주고...

더 말하면 눈물날 거 같고, 정말 남산 위에 솟은 저 소나무처럼 굳건하게 버티고서서 가족들을 향한
모진 평지풍파 다 홀로 막아주시던 그런 아버지셨거든요.

췌장암 판정 받으시고 결국 6개월만에 돌아가셨는데, 그랬던 아버지가 며칠 전에 제 꿈에 나왔어요.

아버지 가신 후에 어머니가 늘 그러셨어요. 아무리 아버지라도 돌아가신 분이 꿈에 나오면 안좋은
거니까 혹시라도 꿈에 아버지 보이거든 꼭 엄마한테 연락하라고.

그 말씀을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영정사진으로 나오셨데요. 그런 건 신경 안쓰셔도 되는데.

아버지 그렇게 가시고 이사다 뭐다 해서 집이 금전적으로 참 힘들었어요.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자식도 저 하나다 보니 제가 가장이라, 모든 고민을 저 혼자 감싸안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유일하게 맘먹고 있던 해결방법도 과연 이대로 하면 될지 답이 없어서 늘 고민만 하고 있었죠.

꿈에 아버지가 나오셨어요. 영정사진 모습 그대로요. 그리고 그 왜 신문 보면 사진이 나오고 그 옆에
기사가 나오잖아요.

꼭 그렇더라고요. 영정사진이 나오고, 그 옆에 뭐라뭐라 글씨가 써지는데, 햐... 그게 아직도 생각이
나요.

"니가 생각했던 대로 목표대로, 예정대로 해라."

그리고 깼는데 어쩜 꿈이 그렇게나 생생한지. 온정신에 본 거 마냥 또렷하게 기억에 남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고민 안해요. 그냥 계획했던대로 그렇게 진행하고 있어요. 뭐 나쁜짓 하는 건 아니고;

그 뒤로 아버지 보고싶다 아버지 그립다 이런 얘긴 안해요.

제가 뭘 하건 아버지는 제 옆에서, 살아계실 때 그 모습처럼 절 향한, 제 어머니와 며느리를 향해
다가오는 풍파를 다 막아주고 계실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 여기까지 얘긴 했는데 어떻게 마무릴 해야할지 ;;

이 자리 빌어서 아버지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요?

아버지, 저랑 어머니랑 아버지 며느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더 이상은 걱정 안하고 고민도 안할게요.
다만 이젠 며느리 뱃속에 있는 이제 8주 된 아버지 손주 좀 봐주세요. 그놈만큼은 아직 아버지 도움이
필요할거에요.

많이 부족하고 나쁜 아들이자 며느리였지만은, 아버지, 그래도 저흰 이제 괜찮아요. 
그러니까, 아버지 손주 잘 돌봐주세요. 사랑해요 아버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몇십년 뒤에 아버지 다시 만나면, 그 땐 정말로 아버지 손 꼭 잡고 좋은 데 놀러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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