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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13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4
조회수 : 49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1/28 16:45:56
* 예전에 한 번 올렸던 글인데 수정을 하게 되어 다시 한 번 올립니다.
보셨던 분들도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한 번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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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전철 짐칸에 생일파티 용품들을 가득 싣고서 자리에 앉았죠.
그리고 강남역까지 가는 동안 사람들의 이런 저런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사람들 관찰하는 게 제 취미이자 특기거든요.
그렇게 나름대로 즐겁게 가고있는데 얼마 후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누가 제 코구멍에 머리카락을 쑤시는 것처럼 슬슬 코가 간지럽더니 곧
초강력 끈더기가 목구멍을 타고 매가패스의 속도로 튀어나오는 겁니다.
결국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재채기를 하며
상반신이 허벅지까지 날아가 콰당! 추락하고 말았죠.
그렇게 커다란 효과음을 내고는 재빨리 원상복귀 하려하는데, 이럴 수가!
커다란 껀대기가 무릎에 가득 고여있네요. 오 마이 갓!
0.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 껀대기를 오른손으로 잽싸게 덮고서 상체를
서서히 일으켰습니다.
아무리 제 몸에서 나온 신성한 물질이지만 차마 손으로 비빌 순 없었던 거죠.
가래를 그렇게 가리고있는데 사람들 시선이 왜 그리도 따갑게만 느껴지는지
바로 사태수습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오른 손만 올려두면 의심받을 것 같아 아름답게 왼손도 허벅지 위에 척~! 올려
한 쌍의 뚜껑을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껀대기를 덮고있는 가운데 손가락을 위 아래로
찍어대며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이대리: 가슴을 활짝 펴고 크게 웃어요~
하늘 향해 힘껏 소리쳐 봐요 ♬♩♪~ (^ε^*)
근데 이상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제 손만 바라보는 느낌이 드네요.
도둑이 제발 저리는 걸까요?
아까 그냥 미친척하고 그 껀대기를 비벼서 없앴어야 하는 건데 지금 와서
비빌 수도 없고 정말 후회되더군요.
그렇다고 다음 역에서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짐칸에 짐들을 내려야 하는데 왼손으로만 내리기엔 무리니까요.
제 앞에 목격자들이 모두 빨리 내리기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래야만 완전범죄가 되니까요.
숨막히는 긴장감이 돌고있는데 갑자기 정적을 깨며 제 핸드폰 벨소리인
우유송이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하더군요.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 ♬♩♪~"
제 핸드폰 스피커는 외장형이라 소리 엄청 큽니다.
그런데 그 조용한 곳에서 울려 퍼졌으니 얼마나 시끄럽겠습니까.
전 차마 핸드폰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불행히도 그 핸드폰이 제 오른쪽
주머니에 있지 뭡니까. 물론 왼손으로 꺼낼 수도 있지만 멀쩡한 오른 손
놔두고서 왼손을 낑낑 비틀 수는 없잖아요.
계속 울려 퍼지는 벨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는 어느덧 레이저빔으로
승화돼 눈에서 발사준비를 하고있는 듯 했습니다.
시끄러우니 빨리 전화 받으라는 무언의 메시지였죠.
전 나름대로 최선책을 써야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옆에 여자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망막을 크게 부풀리며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그녀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지 뭡니까.
역시 사람은 악한 마음을 먹으면 안 되나봅니다.
벨소리가 멈추나 했더니 이내 다시 울립니다.
친구들이 빨리 오라고 자꾸만 전화질하는 듯 했습니다. 정말 왕짜증입니다.
저 멀리 노약자석에 계시던 할머니까지 주름살을 늘리며 절 째려보았지만
전 절대 전화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못 받습니다! 쪽팔려죽는 것 보단
맞아죽는 게 나으니까요!
그러나 개죽음 당하기는 싫었는지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이대리: 거 정말 끈질긴 여자네. 싫다는데 전화는 왜 해?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흥! (`へ´)
남우주연상감 연기였죠. 저도 이런 연기력이 잠재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벨은 얼마 안 가서 멈추었고 이제 강남역까지 세 정거장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있는 여자들이 몇 보이는데 이제 그들과 저의 관계는
가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가래를 가리기 위해 지금까지 써 온 편법과 술수가 더 쪽팔린 일이니까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때만 애타게 찾던 주님을 속으로 열창하며 뜨겁게 기도
드렸습니다. 제발 모두 내리게 해달라고요.
그러나 군대에서 백설기 떡에 현혹되어 종교를 팔아먹고 불교를 택해야 했던
제 부탁을 하나님이 들어주실 리 있을까요? 당연히 없죠.
그래서 전 마지막 최후의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강남역에 도착하면 그냥 철판
깔고 후다닥, 짐 챙겨 내리기로.
그런데 아직도 비극이 남았는지 뭔가 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까부터 한쪽 출입문에 기대어 절 쳐다보던 남자가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겁니다.
뭔가 일 내겠다는 분위기로 말이죠.
그리고는 제 앞에서 멈추더니 놀람 반, 기쁨 반의 목소리로 크게 외칩니다.
"어라? 낯이 익다했더니 이대리 맞네?"
헛! 고등학교 단짝 친굽니다!
근데 이 자식은 10년이 지난 제 면상을 어떻게 알아봤는지 정말 왕짜증이었습니다.
전 이 난처한 상황에서 그 녀석을 모른 척 하려했지만 차마 그렇게 까진 못 하겠고
그냥 살짝 미소를 지었죠.
이 녀석이 많이 반가웠는지 갑자기 제 오른 손을 덥석 잡습니다.
전 화들짝 놀라 손에 힘을 꽉 주었죠.
그러자 이 녀석이 강제로 악수를 하며 손을 흔드는 겁니다.
뜨아악!!!! *(")x(")*
순간 제 허벅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오뉴월 소 붕알 늘어지듯이 축 늘어지고 있는
가래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죠. 곧바로 여자들의 비웃음소리도 들려오더군요.
전 이제 비참할 대로 비참해졌고 망가질 대로 망가졌습니다.
두 눈빛의 초점은 가출한 상태가 되어버렸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앞에 나타난 녀석의 목을 신발 끈으로 쫄라 죽여버리고 저도 비상문을
열고서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은 분위기파악도 못한 채 제 바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껀대기를 보며 이런 대사를 내뱉습니다.
친구: 어라? 바지에 뭐 묻었네?
이렇게 절 두 번 죽여주시더군요. -_-
결국 그 더러운 가래덩어리를 손으로 쓱쓱! 문질러야 했습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는 상황에서요.
사람들은 키득키득 난리가났고 전 얼마나 쪽팔리던지
두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더군요.
전 그 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쪽팔려서 울 수도 있다는 걸요. 크흐흑! (∏へ∏ )
* 추1000하면 새해에 꿈꾸는 일들 다 이루어지이다...
이대리 유머공장 - http://cafe.daum.net/2daeri
(놀러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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