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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짜리 전자책 시리즈 중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읽은 후기
게시물ID : readers_250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색낙엽
추천 : 0
조회수 : 3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09 1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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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출처 - yes24 http://www.yes24.com/24/Goods/18309187?Acode=101)

이런 저런 출판사나 책들을 알아보다가 재미있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호오, 평소 내가 콘텐츠에 대해 생각하던 그대로인 말이다. 물론 이게 촌철살인적이거나 대단히 창의적인 문구라서 눈에 띈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장르문학을 전문적으로 출판한다는 출판사의 대표가 낸 책의 제목이라서 눈에 띄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출처 - 블로터 bloter.net/archives/158947>

북스피어의 대표님은 위 사진처럼 마케팅을 참 재밌게 하시는 것 같다. 아니 이 출판사 전체가 그런 분위기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책이나 작가가 아니라 이 출판사의 팬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홈페이지나 SNS에서 딴지일보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이번에는 후기를 쓸 책의 옮긴이 분이 딴지의 편집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것을 최고로 치며, 순수와 원조와 고급을 숭상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순수예술문학이 아닌 재미와 장르를 추구하는 대중문학은 찬밥신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이슈가 되면 의미가 없지만 평소에 평화로울 때는 SF나 추리소설 등은 정말 척박하다는 것을, 도서관에서도 서점에서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많은 베스트셀러들 중 가벼움과 재미를 지나치게 등한시한 책들은 결국 '아무도 끝까지 읽지 못하 책'이 되어 '장식용'을 전락하는 것 또한 많이 보았다. 그렇다, 사람들은 '엄격근엄진지'한 책을 숭상하면서도 '재미'가 없는 책은 끝까지 읽지 못한다. 재미가 없으면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건 사람들의 지적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재미야 말로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유일무이한 이유가 아니었던가!

그 원초적인 책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할 것만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을 나는 읽고 싶어졌다. 간만에 추리소설 하나 땡겨볼까~하고 리디북스에 들어갔다.(요즘 전자책의 편리함에 맛들이고 있기도 하고 충전해놓은 캐쉬가 많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북스피어의 책들은 리디북스에는 아직 많이 진출해 있지 않았다. 별책부록처럼 발간하는 <르 지라시>시리즈와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그리고 <에스프레소 노벨라>시리즈가 있었다. 나는 이 세 가지 종류의 책을 하나씩 구매해보았다. <르 지라시>는 신문의 호외판 같은 느낌으로 출간한 책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나 칼럼, 출판사 이야기 등이 적혀있는 것이었다. 이 자체로 독립된 컨텐츠라기보다는 흥미로운 마케팅 수단처럼 보였다. 계속 돈주고 사보는 것은 좀 더 고민해보아야할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중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를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리디북스에서 구입한 전자책 표지화면)

  에스프레소 노벨라는 이름처럼 엑기스처럼 적은 분량이지만 재미있고 중요한 중단편으로 문고본 같은 책으로 만드는 시리즈인 것 같았다.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2,500원을 주고 구매했다. 저렴한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 대신 책 한 편 후루룩?!

  책 제목이기도한 <심플 아트 오브 머더>라는 글과 <스패니시 블러드>라는 소설이 실려있는 책이다. 분량상 앞의 글이 훨씬 짧지만 왠지 비중은 더 높아보였다. 그 글에서 말했던 것을 뒤의 소설에서 '자 보아라! 이게 내가 말했던 것이여!'라고 하는 기분이랄까.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챈들러의 추리소설에 대한 비평 같았다. 그는 기존의 추리문학 작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장르라는 굴레에 갇혀, 잘 쓴 작품도 못 쓴 작품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결국 '리얼리티'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몇몇 실제 작품이 간과한 개연서의 오류들도 지적한다. 그 오류들은 대부분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고 틀릴 확률이 높지만, 그 소설에서는 결과적으로 맞았기 때문에 옳은 판단으로 넘어가버린 것들이다. 이건 결과와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움직이는 비현실적인 픽션의 세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챈들러는 그것을 비판한다. 현실을 닮지 않은, 흰 장갑을 낀 채 고상한 세상에서 논리만으로 깔끔하게 모든 것을 지배하려 드는 소설들 대신 '현실에 있음직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대안으로써 내놓는다.
 
  초반부의 추리 장르 자체에 대한 통찰이나 타작품 속 개연성 오류를 지적할 때는 감탄도 했지만, 그가 짠~하고 해밋의 몰타의 매를 칭찬하면서 하드보일드 소설을 내밀 때는 '네, 다음 하드보일드 매니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이 볼 때는 무척이나 그 시대의 미국스러운 하드보일드 소설 역시 판타지 같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자력구제와 총기가 넘쳐나는 땅 덩어리 넓은 금주법 속 미국을 무대로 마초적인 정의를 지키기 위해 피투성이로 구르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20세기판 쫄쫄이 슈퍼히어로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뒤의 <스패니시 블러드>를 읽고 다시 <심플 아트 오브 머더>와 비교해보니 그 시대의 '현실감'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델라게라 형사는 함정에 빠지고, 뱃지를 반납하고 정직을 당해도 '무리'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확정 시키려는 진실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무리'해서 진상을 쫓는다. 그 이유는 정의감인지 사랑인지 알기 힘들다. 그는 눈 앞에서 죽은 정보원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준 돈을 회수하기도 한다. 나를 함정을 빠뜨리거나 죽이려했던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상사에게 거침 없이 반항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이 모범적이지 않고 거친 형사는 끊이 없이 그렇게 '무리'를 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싸운다. 이게 바로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 시대는 공권력이 타락하고, 마피아가 판을 치고, 자력구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경우가 많을 때였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대로 서있으면 어느 시대나 조용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흐름에 반하고 자신의 신념을 들이대며 들쑤시면, 벌집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하드보이들 추리 소설에서 탐정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총격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어떤한 사건을 맡게 되고 여러가지 방해와 그만둘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신념을 위해 '무리'를 하는 순간 진흙탕을 구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야만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자력구제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챈들러가 말했던 현실을 드러내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문학의 역할이 떠오르게 된다.
 
  물론 이 짧은 소설 <스패니시 블러드>는 반전이 조금 흥미롭기는 했어도 옛날 장르소설의 한계로 이미 때깔 좋은 최신 콘텐츠로 여기저서 본 것들 많이나와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챈들러가 앞에서의 비판이 말 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했다고 느껴진다. 어찌보면 뒤의 소설까지 합쳐서 <심플 아트 오브 머더>인 센임다. 오 편집자님은 이런 이유로 이렇게 만드신 건가. (....그나저나 결말에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둘이 친한지는 모르겠는데 살인범 여자를 그렇게 감싸고 도는 것이 참 하드보일드스러운 면서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조금 재미있었다. 스패니시 블러드가 챈들러의 소설 중에서 명작은 아니고 또 초기의 소설이라고 하니 다른 소설도 읽고 싶어졌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역시 덩달아 기대가 된다.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는 가격대비 참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예전에 두꺼운 책들을 그대로 사이즈만 줄여서 가격이 팍 줄은 문고본과는 가성비로는 비교가 안되지만 요즘 책으로서 디자인이나 콘텐츠의 질, 편집 등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실물을 보지 못해서 아쉽다. 사람들이 이쁘다길래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시리즈 중 한 두권이 재고는 있었는데 창고에 있었던 것 같고 매대에는 하나도 없었다. 문고본이라서 그런가? 북스피어 홈페이지가보면 문고본에 대한 고민이 참 많으셨던 것 같다. 표지고 하드커버고 애초에 콘텐츠를 보기위해서만 책을 사는 내게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책시장이 문고본과 전자책이 양분했으면 좋겠지만....왠지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것만 같다.

무리해서 후기 3줄 요약

1.북스피어 출판사가 흥미로워보여서 문고본 시리즈 '에스프레소 노벨라'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를 구입했다.

2.챈들러는 앞의 비평에서 비현실적인 추리 소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뒤의 소설에서 그만큼 제대로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보여준다.

3.고로 책 값은 확실히 하는 책이다.

재미 - ★★★☆☆
흥미 - ★★★★
가성비 - ★★★★★
디자인 - ★★★☆☆(전자책만 보았다)
소장가치 - ★★★☆☆(챈들러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향후 바뀔 수 있음)

종합평가 및 추천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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