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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가 -2- [완]
게시물ID : panic_87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라
추천 : 17
조회수 : 94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5/09 19: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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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스테이크를 썰며 60대로 보이는 남자와 마크를 사이에 두고 제니는 와인을 홀짝였다. 

"아 제니 양 이런 소질 있는 줄 몰랐군요.이쪽 생활 평생 이렇게 놀라운 작품은 처음 읽어봅니다. 
당장에라도 출간해도 최소 10만 부는 팔릴 겁니다. 물론 초판 10만이요. 하하하." 

마크는 그에 지지 않는 듯이 싱글벙글하며 소리쳤다. 

"저는 30만도 불가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하하 올해 우리 출판사는 운이 좋군. 훌륭한 편집자에 소설가까지 하하하." 


제니는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사실을 말해버리면 
자신은 무엇이 되겠는가? 작품을 평생 쓰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실대로 말해야 하지하고 마음먹은 지 

벌써 두 달이 넘은 뒤였다. 

"내일이면 모든 서점에 제니의 작품이 맨 앞자리를 장식할걸세. 그뿐인가? 아마 각종 대형 신문사에서 
불이 터지게 인터뷰 신청 전화가 올 거야" 

사장은 취기에 기분이 달아올랐는지 연신 웃기만 하고 있다. 
그런 마크도 열심히 사장의 기분을 맞추며 농담을 펼치고 있다.

"제니 왜 그래요? 낯빛이 어두워요. 혹시 소설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인가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장담합니다. 
아마 천만 부는 팔리지 않을까요? 제니 제가 당신이라면 페라리 몇 대쯤은 예약하고 다녔을 것 같네요." 

제니는 그런 마크를 무시하고 와인을 홀짝였다. 

이대로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다. 책이 출간되면? 아마 수지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며 제니를 고소하고 그녀는 영원히 표절작가로 낙인 찍히며 영원히 그녀의 이름으로 된 작품을 출간하지 못할 것이다. 

제니는 한숨을 쉬며 마크에게 말했다. 

"사장님도 취한 것 같고…. 저도 이만…. 먼저 가볼게요." 

마크와 사장은 아쉽다는 듯 제니를 만류했지만 제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내일이면 나는…."


 ---  


그녀의 작품 아니 수지의 작품이 마크와 사장의 바람과 다르게 이목을 끌지 않기를 바랐다.

만약 그대로 수지의 작품을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제니의 바램과 다르게 소설은 초판 40만 부를 가뿐히 넘어 버렸고 소문을 들은 여러 나라에서 출판계약을 

하자고 전화가 걸려왔다. 

소설이 출간된 지 이 주일이 지나가 미디어화 소리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왔고 그녀의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하루 수백 통의 팬레터가 그녀의 집 우편함에 쏟아져 나왔다. 

"아하하 소설가님 오셨나요?" 

마크는 과하게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했다. 아마 제니의 소설의 발견한 공로로 그도 꽤 많은 액수의 
보너스를 받았을 것이었다. 

마크는 전과 다르게 제니를 상전 모시듯이 대했다. 

"왜 이래요. 부담스럽게." 

"부장님이 벌써 후속작까지 쓰고 있다고 인터뷰까지 하셨어요." 

"그런!!! 제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뭘 그렇게 놀라요. 그 작품은 딱 봐도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쓴 책 같던걸요." 

제니는 두려운 마음에 수지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아아 그런 작품이었나? 생각해보니 편집할 당시 
한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제니는 마크와 간단한 대화를 마친 후 출판사를 빠져나와 수지의 집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이대로 수지에게 말해야 한다. 아마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그녀는 용서해줄 것이다. 

제니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2시간 정도 운전하자 외곽에 있는 수지의 허름한 이층집이 보였다. 딱 한 번 와본 적이 있었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돼지우리로 보일 정도의 허름한 집이었다. 

"띵 똥" 

벨을 눌렀지만, 기척이 없다. 제니는 창문을 통해 집안을 살펴보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제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제니는 수지 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꽃무늬 남방을 입은 7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서 있었다. 

"아가씨? 무슨 일 이신가? 혹시 그 집에 사는 아가씨를 찾아온 거야?" 

"아 안녕하세요. 네 편집일을 하는 사람인데. 수지 씨가 얼마 전부터 연락이 안 돼서요." 

"설마 소식 못 들었어?" 

노인은 다짜고짜 수지 얘기를 꺼내며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자살했어. 유서하나 남기지 않고 말이지…." 

"자살이라고요?" 

"으응…. 그게 아마 무슨 작품이 안 써진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렇게 발광하더니 홱!" 

노인은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얄밉게 혓바닥을 내보였다. 

"아아…. 그렇군요"

"그 집은 아마 얼마 안 가 밀릴 거야." 

"밀린다고요?" 

"응…. 그 자살한 주인이 자살 직전에 집을 시에 기부했나 봐. 아마 일주일 후면 시청에서 철거하러 올 거야. 
안 그래도 흉물스러운 집이었는데 잘됐지"
 

노인은 이내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는 듯이 자신의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제니는 순간 쾌재를 내지르고 싶었다. 예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일이 해결되었다. 

제니는 이대로 집으로 향하려 했지만, 순간 욕구가 치밀어 올라왔다. 분명 다음 작품이 
그녀의 집에 남아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후속작이 존재한다면? 제니는 말 그대로 작가로서 대성할 수 있었다. 

--- 

벌써 사흘이나 넘게 집을 뒤지고 있었지만, 수지의 생전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집을 
청소한 지 몇 년이나 흘렀는지 책장에 진열된 장식을 빼내자마자 케케묵은 먼지가 
제니의 목을 괴롭혔다. 

"콜록콜록" 

책장을 뒤집어봐도 헤질 대로 헤진 소파를 뒤집어봐도 후속작 비슷한 종이쪼가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수지가 생전에 쓴 노트북도 뒤져봤지만, 노트북은 깔끔하게 포맷돼 있었다. 

"아…. 역시 후속작은 존재하지 않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수지는 아마 칼로 목을 그어 자살을 했을 것이다. 그럼? 어디서? 자살했을까? 생각해보니 

그녀가 자살했을 만한 흔적을 집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설마 시청에서 그녀를 위해 흔적을 지워준 것일까? 그렇게도 생각해보았지만 
어차피 얼마후면 없어질 집을 청소할 만큼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그녀는 아마 집 말고 다른 곳에서 글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글이 써지지 않자 그대로 칼을 들고….  

수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런 결론에 다다르자 수지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그녀의 페이스북을 검색하자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나왔다. 

다행히 친구목록은 전체공개로 되어 있었다. 

"친…. 구 목록이…." 

수지의 친구목록은 주로 유명한 연예인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생전에 
제니에게 연예인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자신의 작품이 만약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이 연예인을 쓰고 싶다고 그때 당시에는 제니가
 
생각하기에 허무맹랑하다 싶은 얘기로 들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벌써 수지의 작품 아니 이제는 제니의 작품이었지만 

벌써 유명연예인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제니는 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출판사에 모든 일을 일임했다. 


친구목록을 보자 아무런 단서도 없겠다고 포기할 때쯤 마지막에 평범한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맥스…. 제임스" 


이름을 클릭하니 커다란 해골이 그려진 메인 화면이 떠다녔다. 

"이상한 취미군…." 

맥스는 수지의 전 남자친구였다. 인디밴드의 보컬로 평범한 얼굴과 다르게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자신이 공연한 모습을 찍어 업로드한 영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업데이트하지 않는 듯 마지막 사진이 올라온 지 1년이 지난 상태였다. 

다행히도 적힌 주소가 수지 집에서 멀지 않는 곳 이었다. 

제니는 그대로 수지의 집을 빠져나와 그의 집으로 향했다. 

--- 


집은 외곽도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층집이었다, 깔끔하게 흰색페인트로 칠해진 집에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가 눈이 띄었다. 

제니 목을 가다듬고 멋지게 깔린 잔디를 사뿐히 지나 흰색페인트로 칠해진 나무문을 똑똑 두드렸다. 

곧이어 "누구세요?"라고 말하며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음? 누구시죠?" 

여자는 꺼림칙 하다는 듯 제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 맥스라는 분이 이곳에 살고 계신 가해서요." 

"우리 아들 이름인데…. 누구시죠?"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XX 출판사의 편집을 맡은 제니 라고 합니다." 

그제야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약간 경계를 늦추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엄마는 커피를 내오며 말했다. 

"맥스가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몰랐네요…." 

"그게 아니라. 아들분…. 여자친구가." 


"아! 그 수지인가 뭔가 하는 여자 말인가요?" 

"네…." 

"그 여자…. 참 이상한 여자였지요. 무슨 글을 쓴다나 뭐라나 했는데. 정말로 글 쓰는 사람이었을 줄이야"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영상과 달리 짧게 깎은 머리의 남자였다.

"맥스 이제 오니 너를 찾는 손님이 와 계신단다." 

맥스 는 그제야 제니를 발견한 듯 약간 무서운 눈빛으로 제니를 노려보았다. 

"수지 때문에 왔다고요? 글쎄요. 저도 헤어져서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수지 씨가 사실 얼마 전 자살을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흡'소리를 내며 입을 막았다. 맥스도 그제야 눈이 커다랗게 뜨더니 
충격을 받은 듯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 그럴수가 자…. 살하다니 " 

몇 분인가 그렇게 수지를 애도하듯 말없이 맥스는 주먹을 이마에 대고 바닥을 보았다. 

"후우…. 고통 없이 죽었겠죠?" 

"그것까진 나도 잘…." 

"그래서 그녀의 죽음을 알려주러 오신 건가요? 단지 그녀의 책을 편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꽤 날 선 질문에 제니 는 놀랐다. 

"수지에게 가족이 없어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게 예의 인 것 같아서…." 

맥스는 그제야 자신이 도가 지나 쳤다는 듯 약간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아…. 그랬군요. 네 그녀에겐 저밖에 없었죠. 근데 그렇게 가버리다니…."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그녀가 글을 썼던 장소를 알 수 있을까요?" 

"글 썼던 곳이요?" 

"네" 

"음….음.. 생각해보니 글을 쓰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막상 제가 보여달라고 하면 창피하다고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아차…. 수지는 생전에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편집담당인 제니에게 조차 글을 보여주기 창피하다는 
투로 말을 자주했었다. 

"아 그렇군요." 

"아아 생각해보니. 무슨 카페인가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집 근처 카페에서 글이 잘 써진다고 몇 번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 

제니는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듯 말을 하면서 집을 빠져나왔다.



 --- 



수지의 후속작은 결국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제니 스스로 후속작을 써보려 했지만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스토리를 써 내렸지만 전작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다. 

그때 수지의 유류품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은 건  일주일 후 시청으로부터였다. 

유산이나 기타 부동산은 사회에 환원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유류품은 제니 앞으로 명시돼 있었다. 

설마 생전 거의 상관도 없는 자신의 앞으로 유류품을 지정했을 줄이야. 

제니는 늦은 점심을 먹고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에 들어서 지하로 들어서자 

젊은 경비 한 명이 제니를 안내했다. 

이내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제니의 품에 쏙 들어올 만한 유류품 상자를 건넸다. 

"이게 전부인가요?" 

"예 생전 수지 씨가 남긴 건 이게 전부네요." 

그것은 낡은 옷 몇 벌 그리고 책 5권이 전부였다. 

제니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상자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작품을 출간하지 못했다. 
근데 그 작품이 제니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다니 

제니는 집으로 와서 수지의 옷을 깔끔하게 세탁해 그녀를 위해 기도한 후 태울 셈이었다. 
수지의 옷을 들어 접으려는 순간 무언가 옷 속에서 빠져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그마한 USB였다. 제니는 혹시나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USB를 자신의 노트북에 꼽아 넣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텍스트 파일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생전 녹화해둔 영상 파일 하나가 전부였다.

그 파일을 클릭하자 수지의 얼굴이 나왔다. 그녀는 약간 불안한 듯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이 영상이 편집장님 아니 제니 당신이 보게 될 때 쯤 저는 이 세상에 없겠네요.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도저히 꺼낼 자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출판은 안 됐지만 제 양심이 저를 가만두지 않네요. 

사실 그 작품은 제가 쓴 게 아닙니다. " 

"그 작품은 사실 생전에 제 여동생이 가명으로 쓴 글입니다. 

필명은 앨런이었지요. 

여동생은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지요. 근데…. 작품이 실패하자마자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글은 동생이 처음 작품에 실패하고 두 번째로 쓴 글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요. 그래서 순간 욕심으로 제가 제 이름으로 대신 
출판하려 했지만, 도저히 제 양심에 걸려서 출판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그날 출판하지 못하겠다고 전화를 했죠, 

자살하기 전 다른 출판사에 동생이 정신병원에서 손으로 직접 쓴 원고를 보냈습니다. 

아마 제가 죽고 난 뒤 그 작품은 세상으로 나오겠지요. 

마지막으로 편집장님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이렇게라도 해명하게 되었네요. 

아 그리고 위약금은 제 보험금 수령인이 출판사 앞으로 되어있으니 그것으로 어떻게든 충당될 거예요. 그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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