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녕하세요. 오유 눈팅한지 어언 십삼년 가량,
어느덧 늠름한 아주머니가 되어서 재미라곤 1도 없이 글을 쪄 봅니당.
지루가 예상되오니 한 숨 주무시고 싶으실 때 읽어주세여.
X데, 남X, 아X레 등등에서 시작해 최근의 옥X 사태까지 거쳐오면서
자고 일어나면 내 돈 주기 싫어지는 회사 목록이 자꾸자꾸 추가 되어서
도대체 어딜 가서 뭘 사야하나, 온통 지뢰밭이다 똥밭이다
생활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을 거로 압니다.
그냥 쓰자니, 내 피같은 돈을 그 놈들 배 부르는 데에 보태고 싶지는 않고
피해서 쓰자니, 가내 수공업이라도 해야하나 싶을 만큼 문제 없는 기업이 없는 것 같고
참 어렵네요.
그런데 저는 의외로 쉽게 불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별 것 아니지만,
바로 '생협'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 참 별 거 아니죠...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생협을 이용하시는 줄로 압니다.
특히 저같이 식구딸린 아주머니분들은 더욱 관심이 많으시겠죠?
그래도 처음 들어보시거나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께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생협은 생활 협동 조합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일을 함께 해 나가는 공동체'입니다.
크고 작은 여러 조합이 있는데,
유명하고 큰 조합은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한살림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전문 활동가 같아 보이는데
사실 1도 모름니당...
모든 소비를 생협 위주로 하다 보면
복잡하게 따질 필요 없이 물품을 사는 본래 목적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참 간편합니다.
생협을 이용하는 건 비단 불매 운동을 위한 것 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조합원이 되어서 내 살림과 터전을 더 적극적으로 구축한다는
더 큰 의의가 있기도 합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근래 핫한 모 철학가가
자본주의의 유일한 해답은 협동조합에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는 찬성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기업에서 불거져 나오는 문제들이
물건을 '상품'으로 보고 나아가 소비자인 사람들마저 '상품을 구매할 사람' 즉, 금전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많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옥X 사태라든지요.
반면 협동 조합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생활재, 물품이라고 지칭하고
소비자가 아닌 조합을 구성하는 조합원이라고 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우리가 함께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기업은 아무리 윤리를 가지고 운영된다고 해도 기업의 존재자체가
이익 창출이기 때문에 이익을 배반하는 생산 유통 판매는 이루어지기 어려운데,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채소를 기르는 사람은 내 입에도 들어갈 채소를 기르고
비누를 만드는 사람은 내 얼굴을 씻을 비누를 만든다고 하면
그 결과물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그리고 그 사회는 또 얼마나 다른 풍조를 만들어 낼까요.
이를테면 방사능이 검출 되는지 아닌지 불안한 해양생물을 산다고 했을 때,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나 마트에서 검사를 완료했다고 하는 것과
내가 속해있는 조합에서 검사를 하는 것에는 신뢰도가 분명 차이 나지요.
물론 내가 직접 검사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에... 재미 없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제가 너무나 재미 없는 사람이었군요.
무튼 요지는 좀 빡세게 불매운동 하시는 분들이라면
뭐 안 쓰고 뭐 안 사고 어디 안가고 그러느니
속 편하게 생협 한 군데만 이용하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간단...한 얘기였습니다.
보통 많은 분들이 '생협'하면 그냥
유기농 물건 파는 데 아냐? 비싼 데 아냐? 라는 정도의 인식이실 것 같은데
그것 이상으로 가치소비를 하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십 몇 년 만에 게시물을 써 봤어요.
(그리고 별로 많이 비싸지도 않답니다...소근소근...)
저희 집 같은 경우에도 생협을 이용한 지 이 년 정도 밖에 안 되긴 했어요.
알게 된 지는 더 오래 되었지만 집에서 좀 멀기도 하고 굳이...?하는 생각에
애기 태어나고서도 반신반의 하다가 제작년쯤 가입했는데
요즘같은 때에는 차라리 더 편하다는 걸 느끼네요.
아직 신랑은 그냥 제가 가니까 가는 수준이고
롯X마트가서 신라면 사오고 맛있는 우유GT사서 애기 먹이고 그러는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각자 가치관이라는 게 있으니까 강요할 수는 없더라구요.
작황이 불안정해서 애호박이 가끔 없다든지, 고기가 비싸다든지 불편한 것도 없잖아 있지만
안 먹으면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자는 주의로 바뀌니
한결 소비가 간결해 져서 좋기도 해요.
물론 저는 얼굴이 뒤집어져도 세수하고 얼굴에 크림 하나 안 바르는 화알못에
올이 나갈 때 까지 사시사철 같은 바지만 입고 다니는 패고라서 더 쉽기도 합니다.
생협에서 아직 취급하지 않는 색조 화장이나 패션 아이템에 관해서는
다른 분이 해결해 주실걸로...
에...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안 읽어주시고 눌러만 주셨어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불매 운동에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