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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늘 현자타임의 극을 보았습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121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가마왕
추천 : 5/6
조회수 : 99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0/03 20:46:39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른 봄 대지에 꿈틀거리는 씨앗처럼 어김없이 제 주니어가 머리를 내밀고,

 

저는 그것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기대에 보답하기위해 좋은 땔감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광란의 파티! 판타스틱!

 

주니어가 내뱉은 하얀 생명은 크리넥스 휴지에 흩뿌렸습니다.

 

여기서 제가 현자타임이 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저는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 이 정도에 현자타임이 올 정도로 약한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어찌됐는 저는 가볍게 애니를 한편 보기로 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제 하드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거나, 복도에서 부딪히는 정도로 사랑에 빠지는 얼빠진 연놈들이 주인공에게 달려드는

 

그런 애니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보고 있는데 역시나 이런 생각이 몰려왔습니다.

 

'나는 왜 딴 놈들이 연애하는 거나 보며 낄낄거리고 있나'

 

이때 약간의 현자타임이 왔지만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타쿠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예상했던 것!!

 

저는 묵묵히 애니를 보기시작 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앵겨 붙을 때도 고요한 호수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애니속 시간이 밤이 되고,

 

아 맙소사!

 

보았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검은 화면에 비친, 한심하게 낄낄거리고 있는 나의 얼굴을!

 

아아 자괴감과 자기혐오감이 혈관을 타고 손끝, 발끝으로 흐르고…….

 

저는 끈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저는 하얀 무덤을 휴지통에 고이 묻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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