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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카드 한 장을....
게시물ID : sisa_7345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호준
추천 : 15
조회수 : 104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5/09 23:56:24

난 그저 아는 노래가 ‘아침이슬’이나 ‘금관의 예수’ 정도였고, 대학 졸업식에서 ‘산자여 따르라’를 몇몇이 둘러 모여 외쳤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예배를 마칠 때면 늘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한총련’ 시대 학생들이 유학을 오면서 ‘전화카드’ 라는 노래를 내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희 때는 데모 나갈 때 선배들이 전화카드와 5천원 짜리 한 장씩 쥐어 줬었어요. 잡혀가면 전화하고, 나오면 차비 하라고...”

유치장 복도에는 공중전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전화 할 놈 나와!” 하고 전화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찰도 있었습니다. 물론 상황판단이 안 되는 아이들이 “동전 바꿔주세요” 했다가 욕과 함께 발길질을 당 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당시 공중전화 요금이 십원짜리 두어개 쯤 되었던 것 같은데, 십원짜리 동전을 늘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화카드’ 노래는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땐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이라고 시작하면서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라고 이어집니다.

‘동지’, 내게 있어서는 누가 들을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입 속으로만 되 뇌였던 단어였는데, 이들은 ‘동지’라고 입 벌려 외쳤던 심연을 괴로워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공중 전화기가 바뀌고, 노래가 바뀌며, 싸움의 방식도 바뀌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동지’라는 단어의 설레임과 애틋함이 남아있습니다. 나이든 성별이든 상관없이 한 마음 한 뜻을 가진 ‘동지’들...

노래는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 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라고 끝을 맺습니다. 물론 난 편지도 전화카드도 사지는 않겠지만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동지들 또한 나와 항상 함께 하는 동지들 그리고 이번 토크 콘서트를 통해 엘에이, 씨애틀, 시카고, 샌 프란시스코 그리고 워싱턴에서 만나 ‘동지’들의 이름을 불러 보렵니다.

아직도 아주 가끔은 유치장에서 십원짜리 동전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꿈은 물려주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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