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8일 12시30분쯤 일어난 사고의 CCTV 화면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여사 등장’이라며 황당한 사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고는 기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량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주차장 입구. 지엠대우의 은색 소형차 라노스가 등장해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잠시 후 주차장 오른쪽 벽을 모조리 쓸고 들어온 라노스는 정면에 있는 벽에 충돌하며 멈춰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충돌로 라디에이터가 고장 난 듯, 흰 연기를 뿜어내며 후진한 차에서는 한 여성이 내린다.
▶ 인터넷 게시판에 등장한 동영상. 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성은 사고를 수습하려는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운전석 문은 활짝 열린 상태. 잠시 후 차가 갑자기 후진한다. 여성이 차 안의 무엇인가를 건드리자 또 움직인 것. 비탈길을 따라 사람도 없이 후진을 시작한 차는 기둥에 문짝이 거꾸로 꺾어지고 뒤범퍼가 부딪치며 멈춰섰다. 전화기를 든 여성이 깜짝 놀라 뛰어가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행인도 사고에 놀라 두리번거린다.
7일 인터넷 게시판에서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제 각각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여성 운전자가 변속기를 쓸 줄 모르나보다”라며 “벽을 들이받고 멈춰선 차가 여성이 또 무언가를 건드리자 움직이기 시작한 게 증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건 급발진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해다”며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해 잘못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처음 앞으로 달려나가는 사고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해 잘못 밟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후진하며 일어난 사고는 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동변속기를 N에 놓고 차에서 내리거나 D나 R에 놓고 내릴 경우에도 차는 언제나 굴러갈 수 있다”며 “반드시 정차 때는 P에 놓고 주차브레이크를 채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 BMW에 장착된 안전장치. 변속기가 D나 R에 있어도 운전석 문이 열린 경우에 차는 움직이지 않고 경고 메시지와 경고음을 내며 알려준다. 해외에서는 일부 브랜드가 모든 차종에 적용하는 안전장치지만 국내에는 단 한 차종에도 적용되지 않았다. /사진=이다일 기자
한편, 최근 고급 수입차를 중심으로 차 문이 열린 경우 변속기가 D나 R에 있더라도 주행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장착한 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BMW는 운전석 문이 열린 경우 변속기가 D나 R에 있더라도 차는 굴러가지 않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가 승용차의 97%를 차지하는 국산차에는 한 종류도 안전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