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에서 만난 힘이 없던 아이
조금의 거리를 힘들게 걷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려 보지만 낯설기만한 이곳저곳의 흔적은 혼자 남겨진 공포에 더 극한의 공포로 몰아갑니다. 이런 아이를 잠시 두고 주위에 누군가 지켜보며 잠깐의 휴식의 준 것이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주위에는 좁은 도로를 내달리는 위험한 자동차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꽉 잠긴 채 우두커니 서있는 몇 채의 집뿐이었습니다.
정지된 듯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길가에 서있는 아이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눈으로도 느껴질 만큼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듯 걸음을 걷던 아이....
아직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열 용기는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아이의 걸음은 눈에 띄게 느렸고, 버려짐의 아픔이 있었을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몸은 아픔이 어린 그 장소에 꽁꽁 묶어버렸고, 어디로도 마음이 편한 곳을 찾지 못한 아이에 눈에는 두려움만 가득히 고여 있었습니다.
한순간 휘몰아친 불행
최선을 다해 걷는 아이의 몸에 눈에 띄게 털이 뭉친 곳이 있었습니다. 등 부분과 정수리 부분에는 혈흔이 뭉쳐 검게 변한 자국이 털과 뒤엉켜 있었습니다. 버려지고, 또 그 길 위에서 다른 떠돌이 견공으로부터 공격이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책임 없이 아이를 두고 돌아서 가던 순간에 모든 불행은 시작되었겠지요. 슬픔만이 가득한 그 곳을 벗어나려 애를 써도 말을 듣지 않던 네 다리... 그리고 닥쳐왔을 길가를 배회하던 큰 견공들의 공격까지... 이렇게 한순간에 아이는 모든 것을 잃은 듯 합니다.
나주에게 희망을 안겨주세요.
아이의 마음에도 대못이 박혔습니다. 힘없이 들려지는 아이를 나주천사의집으로 구조해 왔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한 아이는 오자마자 누워만 있을 뿐 먹을 것에도, 마실 것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하루가 지나고 나니 그간 고팠던 배를 채우듯 사료를 먹어주었고, 편안한 휴식을 취해주고 있네요. 병원을 다녀와보니 아이는 뒷다리 양쪽 모두 슬개골 탈구와 함께 등에 뭉쳐있던 검은 흔적은 큰 강아지로부터 크게 다친 상처라고 하네요.
이제 천천히 눈에 총기를 얻게 하고 희망에 찬 일들로만 가득히 안겨주고 싶은 나주... 이런 나주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