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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소와 작가에 대해서, 그리고 무협 소설 추천^^
게시물ID : readers_12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을횡단
추천 : 2
조회수 : 48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04 23:26:54
다년간 무협 소설을 읽으면서 세칭 양판소와 작가의 차이를 자연스레 알게 되더군요. 90년대 후반부터 읽은 분들이 으레 그렇듯이 저도 묵향으로 시작했지요. 그 이전 90년대 초에 부모님이 빌려오던 의천도룡기나 영웅문?같은 무협 비디오를 보면서 무협에 친밀함을 느끼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책으로 접한 건 묵향부터였어요. 김정률씨의 책을 보면 양판소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어요. 대부분의 소설들은 인물이 처한 현실의 모순들이 쉽게 극복되지 않고 지난한 과정이 있는데, 양판소들은 모순-해결이 빠르게 교차하더군요.어떤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주인공의 전지전능한 능력이 빛을 발하며 해결이 금방 된다는 거예요. 이런식의 이야기가 반복되고, 그 주변인들은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충실한 수하+동료로 주변인의 드라마는 뭉개지더군요. 또한 묵향 이후로 양판소의 기본 테마.. 맛 소금?ㅎㅎ 정도의 테크닉이 있는데 주인공은 무지 쎄지만 제 3자는 눈치를 못채고 무례하게 군다. 무례하게 굴다 주인공에게 된통 당한다라는 소설적 테크닉이 있더군요. 이게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데, 너무 우려들 먹어서 질렸어요. 묵향땐 그나마 신선한 편이었는데.. ㅎㅎ
 
여하간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주인공들의 내적 문제들과 외적 문제들이 독특한 작가의 시선에서 쓰인 것, 그리고 그걸 가지고 놀줄아는 경지라고 생각해요. 무협에서는요. 양판소는 이 과정이 축소되고 '인간' 보다는 어떤 성취감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하죠. 근데 웃긴 건 양판소식 무협이 근래에 일이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본격 한국 무협이 나오고 그 시절 백상씨나 사마달 같은 분들의 무협 소설을 보면 양판소의 어떤 부분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이 시절의 작품들이 주인공의 영달이나 무지막지한 기연 무공 따위의 설정들이 양판소의 뿌리가 아니었던지...ㅎ
 
추신 : 저와 생각이 같으시다면 아래 추천된 무협 소설들은 읽어도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본격적으로 무협 소설 추천해 봅니다. 너무 유명한 작가들은 빼고( ex) 용대운, 좌백) 추천해 볼께요~ 물론 좌백씨나 용대운씨는 빠져서 안 되는 작가들이지만, 이 분들을 추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해서 식상한 감이 있지요.
 
한상운-무림사계
 
-한상운씨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무협에서 잘 볼 수 없는 젠더 문제를 건든다던가, 주변부 이야기를 한다던가하는 그 쪽에 관심이 많고, 글은 그에맞게 투박한 편이예요. 투박하다는 게 못 쓴다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미학적으로 투박하다는 거죠 ㅎㅎ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무림사계'는 2류즈음으로 강호에 정착한 주인공이 강호의 일에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활극?이예요. 뭐 보통의 평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과 그 주변의 일들이 너무나 생동감 있게 그려져서, 것도 무협의 주를 이루는 문파에서의 일 따위가 아니라, 뒷 골목, 폐가, 망한 절, 배위의 전투, 더구나 싸우는 방식도 잘X10배 정도 독특해서 마치 그 시대에 가 주인공 옆에서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싸우는씬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또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캐내는 것도 쏠쏠한 재미고요. 강추^^ 
 
독비객이나 신체강탈자도 재밌으니 구할 수 있으면 함 보세요^^
 
진산-대사형, 정과 검
 
-작가 진산은 좌백님의 마나님으로 유명해요. 무협외 단편과 소설을 좀 낸 분이죠. 그러나 이 분이 그리는 무협은 여류 작가의 시선에서 본 무협이라 꾀나 흥미진진한면이 있고, 게다가 재밌어요!! 로맨스를 제대로 그려내는 분이죠. 
 
'대사형'은 무림의 일로 사부가 죽고 더구나 원래 대사형으로 있던 사형이 죽으면서, 어쩌다가 문파를 맡게된 무능한 2사형이 사제들을 이끌고 험난한 강호를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예요. 죽은 대사형과 달리 무능하고 게으르고 그러나 꾀가 있고 엄청 고집스러운 2사형이 대사형이 되면서, 그 밑에 사제들은 그를 죽은 대사형에 비교하며 불신하고 헐뜯어요. 무공도 변변찮은 제자들이 험난한 무림에서 온갖 유혹이 휩쓸리며 부평초처럼 떠다닐때 대사형이 된 2사형은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하죠. 이게 주도적인 갈등 구조예요. 용대운 작가의 최고의 역작, 군림천하와 비교하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어요^^
 
'정과 검'은 정말 뭐랄까.. 한국 무협의 역작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예요.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인데 적절한 로맨스가 가미된 엘렉트라 컴플렉스라고 할까요? 거기에 대한 여성의 양가적 감정을 정감있고 때론 무뚝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많은 분들이 읽은 작품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엔 그 묘사나 인간에 대한 이해..등등으로 봤을 때 한국 무협을 1에서 100까지 줄세워서 놓고 탑 10위를 뽑는다면 무조건 그 안에 뽑혀야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장경-천산검로. 암왕
 
-작가 장경의 글솜씨는 한국 무협에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장경은 단 한 장만 읽어도 독자로 하여금 그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하는 작가죠.
 
'천산검로'는 무림 변방에 위치한 공동파의 제자가 창궐하는 외세&사마 무림과 맞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요. 그러나 그 와중에 촉망받는 제자였던 주인공은 자신의 어미와 동생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사파 무리에 끼어있는 걸 발견하고, 그들을 도와 자신의 동료들을 베면서 나락에 빠지게 되요. 소설의 기본 테마는 정과 사의 대립에 기인한 주인공의 고뇌를 그리고 있어 다소 뻔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나 갈등구조는 가히 작가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암왕'은 배교(보통의 무협 소설에선 마교라고 표현되죠)의 호교신장(배교의 상징은 불, 그 불을 지키는 성녀, 그 성녀를 지키는 게 바로 효교신장)이 주인공인 작품이예요. 배교는 무림의 공적으로 황제의 윤허에 의해서 정파에 탄압을 받고 있어요. 그 탄압하에 신음하는 백성(배교).... 배교의 성녀와 주인공 호교신장의 안타까운 로맨스, 배교의 신화적이고 몽환적인 예언이 암왕의 출현을 예고하고.....장경의 역작이예요.
 
유사하-반인기
 
-작가 유사하는 몇 없는 여류 작가로써 짧게 활동했으나 인상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예요. 반인기외에 추혼유기도 추천하는 작품이죠.
 
'반인기' 보통의 여류 작가의 글이라면 작가 진산처럼 세밀하고 정감있는 글을 떠올리겠지만, 유사하 작가의 작품 반인기는 투박하고 여성성이 거세된 여성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예요. 많은 분들이 문체가 어색하다고하지만, 그 설정이나 재미에 대해선 의심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비의 죽음을 목격하고 복수를 위해 여성성과 인간성을 버린 주인공 소비아, 피의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감정을 일깨우는 그녀의 결말.. 마지막 결말은 온갖 감정이 회오리치는...^^;;
 
설봉-산타
 
-작가 설봉은 위 작가 좌백, 용대운만큼의 인지도가 있는 작가지만, 작품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작가예요. 그도 그럴것이 쫒고 쫒기는 활극이란 요소가 작품마다 반복되고, 또 어떨 땐 글의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설봉이란 작가는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함에는 틀림 없죠.
 
'산타'는 실전 무예 따위를 가르키는 말로, 제목과 같이 기존 무협에서 반복되던 틀을 깨버리고, 마희단이란 마을을 떠돌며 곡예를하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신무협답게 주변부에서 시작하고 있어요. 마희단에 속한 그들 각자의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 그 속에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의해 쫒기고 쫒기면서(설봉식 활극, 빠질 수 없는 요소죠~) 자신의 무예를 가다듬는 내용이예요.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투와 비장미 넘치는 글 솜씨... 글 자체도 아주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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