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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멋진 결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게시물ID : gomin_16271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I-83
추천 : 1
조회수 : 3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13 09: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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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싸우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아신건지 내가 싸웠다는 걸 알고 계셨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
“다른 사람들 때리지 마라”
“너도 여자아이지만 절대로 다른 여자아이 얼굴을 때리지 마라”

한바탕 잔소리 듣고 나서 억울한 마음에 뾰롱퉁 해져있으면
 
“그래서 이겼냐?”

이 말 한마디에 의기양양한 모험담을 풀어놨다.

그리고 자라서 혼자 살면서 강도 만난일이나.
인종차별자한테 달려든 일이나
경찰에 도둑을 신고한일
회사에서 상사랑 부당한일을 놓고 당당하게 싸운 일

온갖일들을 격으면서
항상 일들이 좋게 끝난건 아니지만
당당하게
그래도 내가 이런일을 격었고 이겨냈고 내 자신에게 당당하다! 고 부모님께 모험담을 펼칠 수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지난 일년 만큼은 
나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가 없다.
이유도 대지 않고 한국에 돌아가서 다짜고자 정신병원에 가야한다고 땡깡을 부리고
또 말 없이 외국으로 나와서 계속 약, 병원, 상담을 일년넘게 받고

 “아빠한테 할 말 없니?”
 “엄마한테 할 말 없니?”

 “아무일도 없어요.”

 말할 수가 없다.

일년만에 신고한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수사할수 없다고 했고.
학교에 신고한 일은 인권침해에 적용되지만 가해학생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떤 처벌을 내리는지 말해줄 수 없단다.

나에게 남은건 학교장에게 받은 편지한통
점점 도수가 높아지는 수면제,두가지 우울증약과 심장약
그리고 진단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그에 의한 여러가지 증상들”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싶어도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이번에도 내가 살아남았다. 
내가 믿는 대로 행동하고 내가 만족할만한 결말을 봤다.

이런 멋진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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