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로봇은 잘 만들어졌다. 여자 로봇이었다. 인공적인 것이니 얼마든지 미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온갖 미인의 요소를 집어 넣어 만들었기때문에 완벽한 미인이 만들어졌다. 다만 조금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퉁명스럽다는 것은 미인의 조건이지 않은가.
다른 그 누구도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생각따위 하지 않았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다는
얘기는 쓸데없는 얘기다. 그런 것을 만들 비용이 있다면 좀 더 능률 좋은 기계가 만들어졌을테고,
일하고 싶어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 로봇은 취미로 만들어진 것인데, 만든 사람은 바(bar)의 마스타였다. 바(bar)의 마스타란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집에 돌아오면 술따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술같은건 단지 장사도구지 자신이 마시는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돈은 취객들이 벌게 해주지 시간도 있지.
그래서 로봇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적으로 취미였다.
이렇듯 취미로 만들었기 때문에 정교한 미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진짜와 똑같은 촉감이어서 인간과 분별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눈으로 보기에는 인간 이상이었다.
그러나 머리는 거의 텅 빈것에 가까웠다. 바(bar)의 마스타도 거기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이 로봇은 질문에 대한 간략한 응답과 술을 마시는 동작만이 가능했다.
바(bar)의 마스타는 그 로봇이 다 만들어지자 바(bar)에 갖다 놓았다. 그 바에는 테이블 자리도 있었지만 로봇은 카운타 안에다 놓아 두었다. 결점을 내보여서는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새로운 여자 아이가 들어왔으니 인단 말을 걸었다. 이름과 나이를 물었을때만은 조리있게 대답했지만, 그 이외는 무리였다. 그런데도 그 새로 온 여자 아이가 로봇이라고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이름은?>
<봇코짱>
<나이는?>
<아직 젊어요.>
<몇 살인데?>
<아직 젊어요.>
<아니 그러니까...>
<아직 젊어요.>
이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점잖은 사람이 많아서 그 누구도 이 이상은 묻지 않았다.
<예쁜 옷이네.>
<예쁜 옷이죠?>
<뭘 좋아하지?>
<뭘 좋아할까나?>
<진피즈(드라이진에 레몬 쥬스, 설탕, 탄산수를 혼합한 칵테일) 마실텐가?>
<진피즈 마실래요.>
그녀는 술을 얼마든지 마실 수 있었는데다가 취하지도 않았다.
미인에다가 젊고, 새치름한데다 대답도 쌀쌀맞았다. 손님들은 이 소식을 전해듣고 이 술집으로
모여들었다. 봇코짱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며, 또 봇코짱에게도 술을 주었다.
<손님중에 누구를 좋아하지?>
<누굴 좋아할까나?>
<날 좋아하나?>
<당신을 좋아해요.>
<이번에 영화라도 보러 가지.>
<영화 보러 갈까요?>
<언제 갈까?>
대답하기 어려울때는 신호가 전해져 마스타가 달려온다.
<손님. 너무 놀리시지 마세요.>
이리 말하면 봇코짱과 손님과의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몰라도 대개의 경우 이치에 맞아 손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그만둔다.
마스타는 때때로 쭈그리고 앉아 로봇의 다리쪽에 있는 플라스틱관으로부터 술을 회수하여 손님들에게
되팔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히려 새로 들어온 여자아이가 젊은데도 빈틈이
없는 아이인데다가 끈적끈적한 겉치레 말도 안 하고,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욱더 인기를 얻게 돼 그 술집에 들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청년이 있었다. 봇코짱에게 빠져 그 술집을 매일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언제나 조금 만 더 봇코짱과... 하다가 어느덧 봇코짱에 대한 연정이 깊어져 외상값이 쌓여갔다. 지불할
방법이 없게 되자 마침내 집에 있는 돈을 빼내려다가 아버지한테 걸리게 되고 말았다.
<이제 두 번 다시 가지 말거라! 이 돈으로 지불 하고 오고. 허나 이번이 마지막이다! 알겠느냐?>
그 청년은 그 외상값을 갚으러 술집으로 왔다. 오늘밤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자신도 마시고 이별의
표시로 봇코짱에게도 많은 술을 먹였다.
<이제 여기 못와.>
<이제 못 오는 거야?>
<슬프니?>
<슬퍼.>
<본심은 그렇지 않지?>
<본심은 그렇지 않아.>
<너처럼 매정한 사람은 없을거다.>
<나처럼 매정한 사람은 없지.>
<죽여 줄까?>
<죽여 줘.>
그는 호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내 글라스에 쏟아 붓고 봇코짱 앞으로 밀어 냈다.
<마실테냐?>
<마실거야.>
그가 바라보고 있는 앞에서 봇코짱은 마셨다.
그는 <멋대로 죽어라.> 하며, <멋대로 죽을거야.>라는 말을 등 뒤로 들으며 마스터에게 돈을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밤은 깊어져 있었다.
마스터는 청년이 문을 열고 나가자 남아있던 손님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이제부터 제가 한턱 낼테니 맘껏 마시세요.>
한턱 낸다고는 해도 플라스틱관에서 다시 뽑아낸 술을 마실 손님이 더 이상 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
<좋았어, 좋았어!>
손님들도 여자 아이도 서로 서로 건배했다. 마스터도 카운타 안에서 술잔을 조금 들어 마셨다.
그날 밤. 바(bar)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라디오는 음악을 계속 흘려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한 사람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사람소리만은 끊어져 있었다.
그러는 사이 라디오에서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며 소리를 흘려 내보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봇코짱은 <안녕히 주무십시오.> 라고 중얼거리며, 다음은 누가 말 걸어주려나, 하는 새침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 |
호시 신이치 초단편 sf 소설 모음집 '봇코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