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슨 죄냐, 라고는 하는데, 전 정부의 잘못이 80% 이상이라고 봐요.
나머지 일부는 개개인의 질서 문제구요.
참고로 전 이태원 할로윈 축제를 7번 정도 갔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리 인파가 많아도 최소한 걸어다닐 순 있을 정도였고,
넘어짐이나 압사 사고 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마 이런 경험 때문에 미처 압사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거 같은데,
문제는 코로나 이후예요. 2020년 코로나로 행사가 없어서였는지,
작년 2021년에 이전보다 1.5배 정도의 인원이 몰렸어요.
그리고 사고가 난 그 좁은 내리막길도 직접 가봤습니다.
작년에도 그 골목은 유독 심하다 싶을만큼 몸이 끼였고,
중요한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곳으로 밀려들어갔어요.
사람들로 이루어진 느릿한 급류로 생각하면 됩니다.
전 사람 몰리는 곳에 욕심은 없었고 혼자였어서
위험 직감하고 얼릉 사이드 쪽으로 빠졌고,
20분 정도 거기서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왔어요.
작년에 이전보다 인파가 몰린 이유는 코로나로 답답했어서였을텐데,
그럼 마스크 해제된 올해는 더더욱 인파가 몰릴 걸 당연히 예측했어야 했고,
문제의 그 골목은 당연히 집중 단속됐어야 해요.
바로 그 골목에 경찰 배치가 당연히 됐어야 하고, 폭 마저도 3~5미터로 울퉁불퉁한 그 골목은
일방통행으로 통제했어야 합니다.
경찰 200여명 배치했다고 자랑하는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치를 "어디에" 했고, "어떤 통제"를 했냐가 중요하죠.
(참고로 그 골목은, 차도 건너편 사람들이 우르르 건너와서 제일 처음 맞이하는 골목이자,
해밀톤 뒤편에서 차도 쪽으로 빠져나가려는, 가장 가깝고 빠른 길이라, 엄청 많은 사람들이 지나감)
작년에 올해보다 경찰 배치가 더 많았다는 주장은, 맞아요.
작년엔 거리 양쪽으로 경찰이 바리케이드 치듯이 서 있었어요.
근데 그건 명목이 코로나 때문에 배치된 거였고,
그 많은 경찰들이 질서를 통제한다거나 하는 걸 본 적은 없어요.
온몸 소독약 분사 장치 통과하는 거 안내하는 정도.
새벽 2시쯤 됐을 때 '자, 이제 귀가해주세요' 하고 안내하는 정도가 전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사고는 예방될 수 있었어요.
특히 그 골목은 작년만 해도 진짜 블랙홀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 힘으로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중력과 사람들의 힘에 정체되는 곳.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시장이 이번 할로윈 때 '마약, 성폭력 통제하라' 라고 지시했다는데,
(그럴 일이야 있겠어 싶었던 거겠지만) 너무나 답답하고 화나는 건 '질서, 압사 사고' 얘기는 전혀 없었다는 것.
이번에 경찰 배치한 건, 결국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마약'
그리고 늘 예민한 소재인 '(여성 대상)성추행, 몰카'에 대해서만 통제된 거예요.
10만 인파가 몰린 중에 마약하고, 성추행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 군중들 틈에서의 몰카나 터치 같은 사소한 손동작을 어떻게 잡아낼까요?
이러한 목적으로 배치된 경찰들은 사실상 "형식적으로" (마치 군대에서 경계근무 서듯)
서 있다가, 그 확률 적은 마약과 성추행 등에 대해 우연히 발견되거나 신고되는 건에 대해서만 움직였던 거 같아요.
(물론 경찰들의 노고는 언제나 응원합니다)
통행 통제에 대한 지시가 전혀 없었던 게,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요.
200명 배치가 아닌 100명만 배치했더라도, 일방통행 안내하고 호루라기라도 불어가며 밀지 말라고 확성기로 얘기만 해도,
정말 아무도 안 죽었을 겁니다.
200명씩이나 배치했는데 그 200명이 불법촬영 단속과 마약 단속에만 집중했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불법촬영, 마약 단속은 50명이 랜덤하게 돌아다니며 단속만 해도 충분했다구요.
지금 기사에선
'우리 예전보다 적게 배치 않았어. 200명 배치했단 말야' 라는 돌림노래만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