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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사는 곳 근처에서 나만의 맛집을 꼭 하나씩 발견하곤 하는데(뻘글)
게시물ID : cook_1803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3
조회수 : 6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14 01:46:44
작년 한 해 동안은 외대의 오피스텔에서 지냈습니다.
 
이마트도 있고, 지하철역도 가까워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비싸긴 하지만)
 
살다보니 동네는 그리 좋은 동네는 아닌 것 같더군요. 약간 음... 약간요.
 
그래도,
 
살면서 외국인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시받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눈치도 많이 받았는데
 
외대에서 살때만큼은 엄청나게 자유로웠습니다.
 
제 말투가 외국인이 한국말 하는 듯한 혀굴리는 (WH 발음이라던가, 지나치게 표준어를 구사한다던가 등) 말투를 써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대답해주는 마음씨 좋은 가게 주인들....!!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
 
 
치안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근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종종 듣곤 했어요.
 
물론 저도 직장인인데 새벽에 노래부르는 쉐키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 적 한 번,
 
여자 남자 싸우길래 신고한 적 한 번 있었네요.
 
11시에 잠들었는데 새벽1시에 노래불러서 그 노래소리때문에 잠에서 깨는 거면,
 
정말 너무 빡쳐서 수화기 들게 됩니다.
 
 
음식값은 싸고 좋았어요. 전 메뉴 5,000원으로 여러 가지 음식들을 모두 먹을 수 있는 백반집들도 엄청 많았고,
 
전 메뉴 7,000원인 술집도 있었어요. 실내 포차 같았는데 주 고객층은 학생이었어요.
 
저는 거기서 주로 동그랑땡 7,000원어치를 먹었죠. 그리고 의외로... 안주가 남습니다;
 
여름에 외대의 잔디밭을 바라보며 계단같은 의자에 앉아있으면... 여름 밤공기도 선선하고 종아리에 모기도 물리고... 좋았어요.
 
외대 운동장에서 밤에 산책하는 여자분들도 많고요.
 
외대는 음식이 쌉니다.
 
외대 후문쪽에는 순대가 싸구요. (순대 좋아함)
 
집 근처 순대국집에서 매번 순대국을 사다가, 식사로 먹기도 했어요.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으면 한 끼 식사비용으로 세 끼는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제일 좋아했던 건,
 
집 근처 떡볶이집이었어요.
 
떡볶이 1인분 천 원,
 
김밥 1줄 천 원.
 
정말 21세기에 찾아보기 힘든 가격 아닙니까?
 
그 떡볶이도 어찌나 맛이 나던지, 짜지도,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고, 딱 적당한 단맛....! 진짜 제가 어릴 때 먹던 그 떡볶이 맛이었어요.
 
요새 체인점 떡볶이들은 왜그리 맵습니까?; 전 정말 별로던데, 체인점들은 하나같이 맵게 만들더군요. 국대든 죠스든...
 
 
저는 떡볶이를 참 좋아합니다.
 
중학생때 매일 하교 후 떡볶이집에서 떡볶이 먹는 게 일상이었고,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그랬고, 초딩때에도 그랬으니
 
저의 인생에서 떡볶이는 방과후 필수 코스였네요.
 
요새 애들은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안 가는지 모르겠는데,
 
저 중학교, 고등학교땐 학교 끝나고 떡볶이집에서 수다 떠는 게 학생생활의 일상이었습니다.
 
남자친구랑 신당동 떡볶이집에서 만나서 먹기도 하고, 그곳엔 남학교/여학교 학생들이 자기네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연락을 기다리기도 했지요.
 
 
그런 떡볶이 맛을 재현해 놓은 곳이, 단 돈 천원이었습니다.
 
이천원어치는 또, 많아서 못 먹습니다.
 
언젠가 남자친구에게, 오는 길에 떡볶이좀 사오랬더니 이천원어치를 사오더군요... 못 먹었습니다.
 
천원어치는 밥 안 먹었을 때 먹기 딱 좋거든요. 배고플 때 딱 먹기 좋은 양이에요. 혼자 먹기 좋은 양.
 
제 남자친구는 저의 세대가 아니어서인지,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더군요. 사실 애초에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요...
 
 
외대의 그 천원 떡볶이집은 떡볶이가 정말 맛있고,
천원김밥도 맛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천원 김밥에서 고기 맛이 납니까??
 
요새 편의점 삼각김밥도 900원 하는 시대인데, 편의점 김밥은 1,500원이 최하인데
 
아줌마가 직접 그날 아침에 만들어주는 김밥이 천원이라니....
 
그리고 그 김밥에서 고기 맛이 납니다.
 
고기 맛이 나는 이유는, 아주머니께서 그 김밥에 , 양념에 미리 졸인 어묵과, 참치 약간을 넣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그거 하나 사서, 코트에 끼워넣고 버스에 타고, 내려서 회사 가는 길에 먹다보면 아침식사 해결됩니다.
 
너무 좋아요.
 
가끔 그거 두 줄 사다가 아침 점심 다 먹기도 하구요...
 
 
한국인은 정말, 김밥과 떡볶이 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더불어 오뎅까지....!
 
 
추운 겨울에, 아무 포차나 들어가서 500원만 내고 딱 한 꼬치만 먹고 (물론 아줌마가 눈치 줌) 오뎅 국물 한 컵만 딱 먹으면,
 
추위가 싹 풀리는데,
 
제가 유럽에 있을 때에 그 오뎅국물이 어찌나 그립던지.... 가뜩이나 돈 없는 학생 신분에, 오뎅국물처럼 싸게 몸 데워줄 수 있는 음식이 없는데,
 
가격들이 너무 비싸더군요.
 
김밥 또한 싸게 배 채울 음식인데, 유럽에 그런 게 있을리 만무하구요... 그나마 chips가 제일 싸서, 아무 것도 안 사먹고 달랑 chips 만 달라해서,
케챱만 왕창 받아와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좀 거지같지만, chips만 사먹는 게 뭐 어때서....!
 
 
그 외대의 떡복이가 먹고 싶어서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천원 떡볶이... 달고 맛있는 떡볶이....
 
외대에서 살았던 1년이, 이 글로 보면 되게 좋아보이지만,
 
저에겐 와신상담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이전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줘서, 재판을 진행하던 중이었고, 저는 판례를 뒤져가며 법률 조문과 맞춰가며 준비서면을 작성하던 중이었고,
 
여러 모로 정신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곳이었습니다.
 
나름 얻은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지금 남자친구와 사귄 지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근데 아직도 전 엊그제 일 같고, 아직도... 서먹하다는 거...
오히려 처음 사귀었을 때보다 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아직까지도 남자친구에게 예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을 떠올릴 때의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요.
저희 아버지도, 예전 남자친구 이야기 지금 남자친구한테 하지 말라 그러고,
심지어 예전 남자친구도, 자기 이야기 지금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전화 걸어서 말함...)
 
이걸 1년 넘게 묵묵히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제 남자친구도 이쯤하면 인정해주어야 하는지....
허허...
 
내일은 석가탄신일이네요.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불교신자라, 내일은 가족끼리 절에 간다는데,
저는 정말로 비빔밥을 좋아하는데, 저같은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절에 가는 루트를 알고 싶네요...
 
내일은 요리게시판에 절에서 먹은 비빔밥 사진이 올라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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