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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당 케이크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735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호준
추천 : 62
조회수 : 2740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6/05/15 01:50:05

서대문구 평동 20-1번지.

지금도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허름한 한옥이었고, 박정희의 정치 탄압으로 집까지 빼앗긴 우리 가족의 전셋집 여정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집은 ‘국가원수 모독죄’로 구속 되시는 아버지께 내가 대문에 서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던 곳이며, 아버지께서 옥중출마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 되신 곳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서 국회의원에 당선 되신 이후, 빚쟁이들과 차압딱지가 난무 했던 이 집에 갑자기 케이크 상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시 ‘고려당’이라는 이름이 선명한 포장지로 멋지게 싸여진 케이크 상자는 나를 유혹 하기에 충분하였고, 상자를 열고 한 입 베어 먹은 케이크의 달콤함은 몰래 먹었다는 죄책감을 상쇄하기에 충분 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 한 것이어서,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케이크 상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고, 그 말씀에 따라 문 앞에 그냥 놔두고 가는 케이크 상자를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배달 왔던 사람이 다시 돌아 올 때까지 지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물론 상자 뚜껑 안 쪽에 돈을 넣은 봉투가 붙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일이 있은 지 한 참 후 였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박근혜까지 나서서 ‘경제위축’ 운운 한다고 하니 과연 대통령이라는 자의 사고가 경제 활성화를 ‘부정부패’에 기대고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기대는 안 하지만, '국격'은 국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박근혜의 한복패션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더하여 분명 한 것은 ‘종로 고려당’이 그 후 문을 닫은 것이 아버지께서 그 케이크를 받지 않으셨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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