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오롯이 믿는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인간이란 것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함에도 가장 못 믿을 것이 되어버린 사회.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자화상을 이 영화는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인 ‘종구’를 영화는 끊임없이 괴롭힌다. 종구’는 독버섯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는 ‘부검 결과’도, 자신의 실내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딸’도, 그냥 여행 온 것이라는 ‘일본인’의 말도, 굿을 하는 ‘일광’도, 자신의 딸을 지키려 한다는 ‘무명’의 말도 결국은 끝까지 믿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유일하게 믿은 것은 오직 ‘의심’ 뿐이었다. 그 결과 그는 소중한 것을 모두 잃었으며, 선악이 뒤섞여 있던 한 인간은 의심의 대상이 된 끝에 결국 악마가 되어 버렸다. 만약 그가 의심하지 않고 하나라도 끝까지 믿음을 지켰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에 이 영화를 본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온몸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누가 그의 불신을 욕할 수 있으랴. 모든 ‘미끼’들은 그에게 불신을 종용했고 그를 현혹했던것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미끼’를 물었던 것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결국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무언가를 믿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의심’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그런 우리들에 대한 나홍진 방식의 안타까움과 연민을 표시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불신의 끝에 “아빠 경찰이야. 내가 다 해결해 줄게‘라는 말을 넋두리처럼 말하고 있는 우리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우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닐까 하고.
p.s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재밌는 영화를 봤네요. 해석 글이야 많은 분들이 써주셨으니까 해석 보다는 그냥 제 감상을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진짜 바로 나왔던 말은 사실 이거였습니다. "나홍진, 이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