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랜만에 소설 좀 써볼까
게시물ID : panic_87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zro
추천 : 4
조회수 : 6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18 06:35:19
옵션
  • 창작글
 "오랜만에 소설 좀 써 볼까?"
 "그거 쓸게 뭐 있다고... 대충 아무거나 짜집기 해서 붙여."

 유진은 항상 저런식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해한다. 일단 그는 나의 상사이고,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의 인생이 그래왔으니까.

 그는 나에게 그의 살던 시절을 가끔씩 이야기 해 주었다.
 그것에 대한 내 기억은 확실한데 왜냐하면 그는 종종 "내가 너만했을 땐 말이야." 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김에 유진이 살던 집을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해 찾아본다.
 낡은 파스텔톤의 5층짜리 아파트들이 나온다.
 그것들은 나에게 그 가격이 한 때 500원, (지금은 29만원 이나 하는) 주황색인지 황토색인지 불분명한 주사위 모양 캐러멜 박스를 생각한다.
 나는 그 중에서 609 라고 쓰인 그 상자에 오밀조밀 나있는 먼지낀 창문들에서 맨 아래, 1층을 본다.

  시간대를 캬라멜이 1000원 하던 때로 돌리자 그 창문 앞에 유진이 설명한 전깃세가 무서워 먼지가 가득 끼고 곰팡이 낀 실외기 하나가 보인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서플라이를 연상키는 그 상자 가 있는 공간이 지금의 유진을 지켜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유진은 자신의 아파트가 1층이 가장 좁고 위로 갈수록 평수가 넓어진다고 했었다.
 따라서 가난한 그의 가족이 학군이 좋은 그 지역에 살기 위해서 구할 수 있는 집은 그것 하나 뿐 이었다고 했다.
 그것마저 상당한 운 이었다고 하지만.

 어쨋건 그는 매일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충동 속 창문은 15층 이상 이었지만 현실의 그는 죽지도 못하는 1층에 사는 것이 나름 짜증 났다고 했다.
 땅에 가장 가까운 관계로 땅속에 묻히질 못 한다나.

 그래도 기억을 잘 가지고 있는게 어디인가.
 이번에 새로 만드는 나의 쌍둥이는 유진의 쌍둥이가 될 것 이다.

 거울을 보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