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전남 장성 신촌마을의 아름다운 구멍 가게 이야기
3백여명 들락날락해도 큰 손해 난 적 한 번도 없네
▣ 전남 장성=사진·글 류우종 기자
[email protected]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서 백양사 방향으로 국도 1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이 나타난다. 시골마을치고는 제법 큰 68가구에 310여 명이 살고 있는데 노인의 비율이 큰 것은 다른 시골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까지 명맥을 유지해오던 마을의 유일한 구판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 인구 탓에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어지자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 그러다 보니 당장 생필품이 필요한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마을 이장 박충렬(45)씨가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 무인(無人)가게를 생각해냈고 지난해 5월 사비 300만원을 들여 선반을 만들고 물건을 들여놨다. 가게 입구 벽에는 ‘우리 마을 매점은 無人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처음엔 마을 주민들도 ‘주인 없는 가게’가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되는 4평짜리 매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 안에는 세제류, 과자류, 술, 담배 등 생활필수품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고 손님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가격표도 붙여져 있다. 손님들은 물건을 고른 뒤 양심껏 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도 알아서 가져가면 된다. 당장 현금이 없으면 따로 비치된 ‘외상장부’에 적어두었다가 돈이 생길 때 갚으면 된다. 이 가게의 한 달 매출은 30만~40만원 정도. 전기료와 상품 구입비 등을 빼면 한 달 순이익이 15만원 정도다. 간혹 계산을 잘못 해가는 노인분들이 있지만 손해로 잡지 않는다. 주민 정한도(74)씨는 “무인 점포를 보면서 요즘과 같이 삭막한 시대에 서로 신뢰하는 정직한 마을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게가 주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가게’인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이익금으로 매달 불우한 마을 노인들에게 쌀 1포대씩을 전달하는가 하면 가장 불우한 노인에게는 매달 3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16만원을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이장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 돈통을 열지만 양심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물건을 가져가기 때문에 큰 손해가 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 네이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