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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괴담의 [공포소설 창작 이렇게 입문해보자] - 1편
게시물ID : panic_87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25
조회수 : 170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05/18 22:19:19
 안녕하세요? 아마추어 소설가 환상괴담입니다.
'공포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모 유저 분의 글을 보면서
제가 2011년부터 '공포'를 주제로 글을 써오며 나름대로 구축한 제 자신의 팁을 모두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수학의정석처럼 들어가는 멘트를 아주 길고 장황하게 써보고 싶지만..
다들 바쁘시죠! 압니다! 그러므로 직구 날리겠습니다.
 
1. 어서 와. '공포'는 처음이지?
 
공포라는 감정은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벌레를 키우는 사람은 벌레가 귀엽다고 하지만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겐 공포의 대상이죠.
나에겐 공포인 것이 남에겐 공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셈이죠.
 
실체가 있는 것만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쇄살인마, 인신매매, 전쟁, 전염병..
반대로 실체가 없는 것만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귀신, 저주, 예언..
어떤 사람은 삐에로를 우스꽝스럽다고 여기지만 삐에로를 쳐다보지도 못 하는 사람도 있어요.
 
천 개의 얼굴은 바로 사람 한 명 한 명 저마다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공포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모두를 공포스럽게 만들 순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한 음식을 먹는데 한 사람이 말해요.
" 어우, 짜! "
그러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 그래? 내 입에는 싱거운데. "
 
결국 그 음식이 짠 건가요, 아니면 싱거운 건가요,
음식은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을 뿐이고 다른 것은 각자의 입맛이죠.
 
공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무서워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일수도 있어요.
 
그러나 공포라는 천 개의 얼굴을 동시에 마주보고 있는 감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미지'에 대한 공포입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익숙하지 않은, 잘 모르는,
친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한 감정입니다.
 
연쇄살인마와 귀신의 공통점, 일상 속에서 익숙하지도 않고 만나본 적도 없지만 왠지 있을 것 같고 만약 있다면 내 편은 아닐 것 같죠?
 
공포라는 감정을 활자로 불러내기란 아주 어렵고 괴로운 일이 될 겁니다.
공포를 부르기 위해선 몰입을 시켜야 하고, 몰입을 시키기 위해선 결국 그 앞에 울려야 하고, 웃겨야 하고,
화나게 만들어야 하고, 짜증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몰입이 없이는 사람이 천 명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기 힘들어요.
오늘 뉴스 보셨나요? 몇 명 죽었나요? 슬펐나요? 슬펐겠죠.
그럼 일주일 전에 뉴스에서 죽은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슬펐나요? 물론 애도하지만 오늘은 웃으며 살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몇 년 전에 죽은 내 가까운 사람 떠올려봐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아직까지 남아있을거에요.
잊고 살았는데 아직까지 아파할 마음이 남은 모양이에요.
 
그처럼 작중에서 독자에게 마치 자기 일처럼, 아니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일처럼 몰입하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저는 잘 하냐구요?
어려워요. 아직까지 1%도 깨우치지 못 했어요.
가끔 힘들어요. 노력이 부족해서, 재능이 모자라서, 공포라는 감정을 겨우 안 다고 생각했더니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나서.
 
그래서 얘기드렸어요.
 
'공포라는 감정을 활자로 불러내기란 아주 어렵고 괴로운 일이 될 겁니다.'
 
'공포라는 감정은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모두를 공포스럽게 만들 순 없습니다. '
 
각오가 되셨다면,
쓰세요.
 
2. 클리셰와 친해지기
 
클리셰, 아시나요?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요즘 시대에는 장면까지)을 클리셰라고 합니다.
여러분 마음 속에 몇 개 있는데요. 끄집어내볼까요?
 
주인공과 악당이 칼싸움을 챙챙챙, 주인공이 밀리다가 절벽 밑으로 미끄러져요.
간신히 절벽 끝을 붙잡은 채 버티고 있습니다, 근데 악당이 다가옵니다.
그냥 발로 밀어버리면 끝날텐데 벌써 이긴 것 마냥 웃더니 쓸데없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죽게 된 소감은 어떠냐? '
 
다른 클리셰도 있죠.
싸우던 중 회심의 일격을 날렸더니 어디 갔는지 안 보여요.
 
' 어디야? ' '어디지? '
' ...위! '
 
네.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죠.
 
이건 어떤가요?
탕, 탕, 탕, 탕ㅡ. 주인공은 도망치는데 그 뒤를 총 쏘며 쫓아오는 악당!
그런데 막상 장애물이 사라지고 주인공이 허허벌판을 달려가는데, 한 발만 더 쏘면 죽을텐데,
찰칵, 찰칵, 뭐야? 네. 총알 다 썼네요.
 
공포 영화에도 클리셰 많죠?
처음에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하는 놈은 높은 확률로 죽어요.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주인공은 죽어요.
여주인공은 가장 더러운 꼴이란 꼴은 다 보지만 안 죽어요.
남자를 밝히거나 여자를 밝히는 인물은 높은 확률로 죽어요.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가보면 없어요.
안심하면 있어요.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어디서 봤죠?
두 개 이상의 작품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글쟁이가 자존심이 있지, 뻔한 장면에서 뻔한 대사는 안 넣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소설가인 우리에게 클리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에요.
 
갓난아기가 자전거 페달부터 밟을 수 있나요? 시작은 보행기죠.
그처럼 클리셰를 쓰는 건 자칫 엉뚱한 쪽으로 나아가기 쉬운 아마추어 작품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갑자기 집에 손님이 오는데 내 솜씨로 끓인 국이 맛없을 것 같다면
조미료를 좀 쳐야겠죠.
 
클리셰, 쓰세요.. 이럴 때는 과감히 써야 합니다.
진부해진 장면인데도 다른 감독들이, 다른 작가들이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데는
그 클리셰가 보장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뻔한 막장 드라마 속에는 일상의 권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시청자층의 욕구가 깊게 반영된 클리셰가
팍팍 뿌려져있어요. 재벌2세와 서민녀,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등등..
 
젊은이를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도 마찬가지.
그 놈의 주인공들은 재주도 좋아서 늘 옥탑방에 빨래 걸어놓고 맥주 한 캔 하며 의자에 앉아 서울의 밤하늘 별을 세고 있죠.
 
말이 길어지니까 정리하자면,
 
뻔한 장면이 뻔하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그냥 잘 살려서 써먹으세요,
라면 먹고 싶은데 물 끓었으면 면 넣어야죠, 당연한 순서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 틀을 깨고 계란부터 넣고 싶다면 결과는 두 개죠. 새로워지거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되거나.
 
친구들끼리 놀러간 집에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더니 즐거웠던 파티는 연쇄살인극으로 변한다!
이 한 줄로 설명되는 영화나 게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서 다시 재구성된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충분히 될 수 있어요.
 
어줍잖은 반전이 들어있다고 신선한 소설이 아니에요,
뼈대를 잘 갖추고 살만 잘 붙여도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방의 임팩트에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다소 밋밋하더라도 기-승-전-결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많이 써보시면 점차 그 틀 안에서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실 겁니다.
 
3. 문장 부호는 하나만 써라. (독자의 상상을 제한하지 마라!)
 
작가가 먼저 신나있는 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민호가 상자를 열었더니 금은보화가 쏟아졌다.
" 우와아!!!!!!! "
 
뭔가 굉장히 기뻐서 소리 지른다는 느낌은 옵니다.
잘못 된 거 아니에요, 느낌표가 많이 들어가서 상당히 격앙된 감정이 잘 전달됩니다.
근데 잘 전달됬다는 게 뭐에요, 작가의 마음 속에 있는 장면입니다.
 
상상은 독자의 몫입니다.
 
금은보화가 쏟아졌다.
" 우와아! "
 
이정도로만 써두면 독자의 마음 속에서 그 소리는 아주 크게 들리기도 하고
어쩌면 행운에 비해 무덤덤해보이기도 할 겁니다. 독자가 상상하는대로 들리는 거죠.
작가가 그 감정을 딱 정해놓는 건 상상의 맛을 뺏는거죠.
 
게다가 작가도 굉장히 피곤해져요.
금은보화가 10이었는데 다음 번에 100을 주웠어요.
그럼 민호가 뭐라고 해야하나요?
 
" 우와아!!!!!!!!!!!!!!!!!!!! "
 
이러면 더 기쁜 건가요?
 
" 우와아!!!!!!!!!!!!!!!!!!!!!!!!!!!!!!!!!!!!!!!!!! "
 
어? 로또 됬나본데..?
쩝.
 
작가도 작품을 보고 듣는 다는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건 좋지만,
꼭 자신이 쓴 작품을 자신의 해석, 자신의 감정대로 100% 전달하기 위한 작위적인 표현은
작가 스스로도 힘들어지는거죠.
독자는 마치 퀴즈를 맞추듯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기 급급해지구요.
 
상상은 독자에게 맡기세요.
 
문장부호는 하나 이상 쓰는 걸 피하세요.
 
" 야! "
 
이 말이 나즈막히 부르는 소리인지,
화가 나서 고함 치는 소리인지,
신나서 환호하는 소리인지,
그 문장의 전후에 있는 문장, 대화, 사건 속에서 상황만 만들어주세요.
그럼 독자의 마음 속에서 독자가 생각하는 아주 맛깔난 소리로 들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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