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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와 혐오
게시물ID : sisa_736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c
추천 : 3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19 09:42:59
현대사회는 개인주의 사회입니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행위의 주체로서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개인이고 
개인은 개인의 행위로서 자유를 누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는 상관 없이 법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17세기로부터 시작된 자유에 관한 투쟁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개인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진중권 씨 등이 지적하는 것 같이 개인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분에 집중하죠.
고향이 어디인지, 피부색이 뭔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성별이 뭔지, 집안이 어떤지. 
어떤 사람의 인격은 어느 조건에 종속되는 것이 아님에도 
그 조건 속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려합니다.  
사람들은 출신과도 같은 조건들로부터의 차별을 없애고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대우 받기 위해 싸워왔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을 다시 집단 속에 넣고 그 안에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되어야할 개인은 없습니다.
그것은 차별이고 인격에 대한 모독이며 그 동안 투쟁했던 자유를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좋은 평가를 내린다고 해도
국가, 인종, 성별, 계층, 등의 집단 속에 개인을 넣고
그 안에서 개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이고
현대사회의 근간에 대한 무지입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는 이러한 무지를 먹고 자랍니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 영역이 아니라 집단 속에서 그 증오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집단 속에 밀어 넣고 그 개인을 집단과 동일시하며
그 집단 자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판단하고 평가할 대상이 집단 속에 있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공적인 책임과 권한이 주어졌을 때 뿐입니다.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무원 등의 공인들은 그러한 책임을 지라고
그 자리에 앉혀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강남역 살인사건은 어떤 성격을 갖습니까?
먼저 이 사건은 분명한 혐오범죄입니다. 
가해자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일으킨 끔찍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남성' 혹은 '한 남성'이 '여성'에게 자행한 범죄는 아닙니다. 
가해자를 남자라는 집단 속에 밀어 넣고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혐오입니다. 연좌제입니다. 
개인을 보호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연좌제를 없앴는데 그것을 다시 불러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일차적으로는 고인이 되신 분이고
이차적으로는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성별 안에 묶어두고 판단 받은
모든 남성과 여성, 즉 사회 전체입니다.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인격이 짓밟혔고 자유가 침해 받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서로 남탓 공방을 하며 주는 상처보다는
아픔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 어떤 남성도, 여성도 개인으로서 이 사건에 책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으로서 이 같은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가해자 자신과, 
이런 사건을 막지 못하고 조장해온 집단을 막지 못한 국가에 있습니다. 

만약 피해자들이 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를 점검하고 서로에게 공감하고 아픔들을 위로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또 다른 개인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노르웨이 극우 테러의 사례가 좋은 모범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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