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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저에게 없는 날이에요.
게시물ID : bestofbest_1215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pa
추천 : 388
조회수 : 21614회
댓글수 : 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8/06 01:49: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5 22:50:38
DSC_0062.JPG
어제오늘내일 생일인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축하받은 적이 없으니 축하받으려고 쓰는 글도 아니에요.

이런 사람도 있으니까 들어나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사실은 그냥 서글퍼서 글 써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유에라도 털어놓고 싶어서요.

저희 집은 어릴 때부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을 안 지켰어요. 그냥 365일 중에 하루였어요.
어머니의 종교 때문이에요. 
그래서 생일 케익도, 선물도 받아본 적이 없고 미역국도 먹어보지 못했어요. 
제가 케익을 먹어본 것은 스무 살이 넘어서 애슐리에 처음으로 가서 조각케익을 먹어본 것이에요.


어제 갑자기, 잊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네요.

6살에 제가 다니던 유치원은 달마다 강당에서 생일인 아이들의 합동 생일파티를 열어주던 곳이었어요.
유치원의 모든 아이들이 다 모이고 생일인 아이들의 부모까지 오는 즐거운 날이었죠. 
앞에는 부모들이 가져온 케익들이 나란히 있고, 케익 뒤에 생일을 맞은 아이들이 앉아 있지요.
언젠가 하루는 저희 부모님도 오셔서 저는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나는 앞에 나가지 않았는데, 생일인 사람으로 제 이름이 불렸고 저는 그때까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은, 제가 생일을 지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케익만 사서 전달하고 저는 앞에 나가지 않았던 거예요.
어린 나이의 기억이 그토록 생생한 것을 보니, 자세히는 몰라도 그렇게 마음에 상처가 되었나 봅니다.
저도 앞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처럼 축하받고 싶었나봐요. 유치하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후로 20년 정도를 더 살아오면서 원래부터 없던 것이라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조금 달라졌어요.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면 동기들이 자기 생일이나 가족 생일 지키러 집에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저는 그럴 일이 없으니까요. 나에게는 왜 생일이 없는지 쓸쓸해지더군요. 365일이 모두 같은 날이면 너무 삶이 건조하잖아요.

크든 작든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딱 하루가 저한테는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누구에게나 생일이 있고, 1년에 하루는 즐거운 나의 하루가 되잖아요. 저는 그게 없으니까요.

생일이라고 모두가 많은 친구들의 연락을, 생일 케익을, 선물을, 시끌벅적한 파티를 바라는 것은 아닐 거예요.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단 하루라도 생일을 구실로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들과 오랜만에 연락하고, 서로 시간이 된다면 얼굴도 보는 날이죠.

이제 먹어보지도 못한 생일 케익이나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을 받고 싶어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나버린 것 같아요. 
제가 바라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들이에요.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해볼게요.
'생일인데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몰라서 서운했다, 그래도 생일인데 추천해주세요' 
이런 글들을 보면 저는 정말 많이 부러워요.
저도 그냥 단 한 번이라도 생일을 가져보고 싶어요.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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