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일베는 싫어합니다만,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그 핑크코끼리 탈을 쓴 사람이 명백히 피해자가 맞습니다.
그 사람이 일베 회원인건 정말 달갑지 않고 또 싫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그것도 다수의 힘을 악용해서 폭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그 피켓 내용을 보면 나름대로는 일리 있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거기 가서 그런 시위를 한다는 것, 그것도 핑크코끼리 탈을 쓰고 갔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런 집단 폭행을 정당화하는 매개체가 될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강남역 포스트잇 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더 이상 그 곳은 순수하게 고인에 대한 추모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미 네편 내편으로 갈라져서 죽어라 싸우는 일종의 전쟁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또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끝없이 조장합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모습일까요?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들, 그리고 남자친구분이 과연 이런 걸 원하실까요? 딸의, 여자친구의, 혹은 누나나 동생의 날벼락 같은 죽음도 억울한데, 이렇게 이 죽음이 우리 사회를 끝없는 분열과 갈등과 반목의 골로 몰아가는 이 상황을, 과연 바랄까요?
진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