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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건너 먼 길 여행 떠나는 내 동생 토실아
게시물ID : animal_1595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린기린그린그림
추천 : 12
조회수 : 691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6/05/21 12: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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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20일 밤 10시 38분, 9년 평생을 떠나본 적 없던 긴 여행을 홀로 출발한 내 작고 가여운 여동생.
산천, 강, 바다 어느 한 곳 살아 생전 본 적도, 밟은 적도 없이 미련맞게 사그라든 연약한 축생, 토실아.
고령의 나이라 수술도 할 수 없었기에, 네 아랫배에 종양이 커져가는 걸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꽤 원망스러웠다.
가끔은 고통에 저며들어 가쁜 숨을 내쉬던 네 모습에, 그게 보기 싫어서, 차라리 안락사가 낫지 않을까 하는 말도 여러번 꺼냈었다.
그 아픈 와중에도 손가락에 턱인사로 화답하고 말린 딸기와 가끔 주는 상추에 달려드는 모습에서 보이는 화색과 생기는 병자의 그것과는 달랐다.
네가 떠나가던 순간을 생각하면 안락사 얘기나 짓거리던 과거의 내가 너무나도 밉다.
나와서 살게 되다보니 집을 매일 찾기가 어려웠는데 일주일만에 어제 집에 와서 만나게 된 네 모습은 일주일 전과 너무나도 다르게 쇠약해 보였다.
눈은 촛점이 없이 흐렸고, 아랫배에 보기 싫게 커져버린 종양은 널 집어삼키려 더러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가끔은 기적이라고 하지. 몸을 옮길 힘조차 없어서 대소변도 그냥 제자리에 보던 네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케이지를 뛰쳐나와 내 앞에 나동그라졌다.
그래도 난 울지 않았다. '토실이 잘 지냈니' 하며, 놀라울만큼 앙상하고 가벼워져버린, 대소변에 젖어버린 사지와 죽처럼 흘러내리는듯한 네 몸뚱이를 꼭 안아줬다. 그러고도 자꾸만 케이지 밖으로 나오려고 해서 엄마가 밖으로 꺼내 고이 눕혀주었다. 날도 워낙 더워서 더더욱 힘들겠구나 하면서...
얼마 후, 두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려는 듯 하여 일으켜 주었더니 넌 다시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들여보내니 또 눕고 싶다고 하여 눕혀주었다. 10여초나 지났을까. 전에 없이 몸을 부르르 떨기에 '괜찮아 괜찮아' 하며 쓰다듬어 주었고,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너는 홀연히 여행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기적은 없었다. 그때부터 울음이 멎질 않는다.
 너는 그 정신이 혼미한 고통 속에서도 가족을 찾아 소리없이 부르짖고 있었는데, 나는 그 순수한 생명에 안락사 같은 말이나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다 나가고 홀로 남는 순간엔 눈을 감으면 저승길이 아른거리는 상황에서도 그리움 하나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하나로, 가녀린 생명의 바닥까지 짜내며 버텨왔던 것이다. 그리고 가족 모두의 쓰다듬과 관심 속에서 모든 에너지를 고갈한 육신을 마침내 벗어던진 것이다.
 토실아, 반오십이 넘은 남징어 오빠가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나와 가족들이 울면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할 너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람보다 짐승인 네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가여운 우리 동생아. 내 맘 편하도록 꿈에라도 한 번 나타나주면 안되겠니? 저승길 가기 전에 못한 세상 구경이라도 시켜주고 싶다.
 
"저건 바다란다. 멋지지?"
"여긴 사막이야. 여기 이 모래 좀 만져봐."
"여기가 산 꼭대기야. 저기 멀리 뭐가 보이니?" 하며
 
미련일랑 버릴 수 있게.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동생. 무거운 육신일랑 내려놓고 맘껏 산으로 들로 뛰어 놀았으면 좋겠구나.
KakaoTalk_20160521_12022798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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