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괴담자판기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 괴 오 베 (4.20 ~ 5.20)
게시물ID : panic_879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28
조회수 : 333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5/21 20:11:09
괴담자판기 베스트 오브 베스트  " 괴 오 베 " 4월 20일 ~ 5월 20일 모음
 
* 추천수가 많았던 에피소드
*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
* 환상괴담 본인이 뽑은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엄선하여
지난 한달간의 괴담자판기 중에서 엄선한 괴오베를 올려봅니다.
 
※ 가끔 키워드와 제안자의 닉네임을 모두 사용해서 괴담을 만드는 경우가 있어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런 경우 부득이 제안자의 닉네임을 언급하였습니다.

1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0742 (4월 23일)
 
- 촘잠님
 
 " 촘.. 잠님.. "
발음이 어눌하다 못해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는 그 사람을 보는 나의 눈도 일그러졌다.
 " 일거바..주새애여.. "
포트폴리오? 뭘 이렇게 많이 쓴거야.
얼씨구? 대학원까지 공부하겠다고. 정상인 학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이봐. 아까 그 친구, 어떻게 입학시켰어?
내가 학교 이미지에 도움 안 될 것 같으면 빼라고 했잖아.
아? 그 의원님 자제 분이야? 진짜로?
이거 참. 서류로만 봐서 몰랐네.
근데 도서관 가는 길에 휠체어 계단이 있던가?
아무쪼록 신경 써줘. 홍보기사 보도자료 하나 준비하고.
장애우 관련해서 설비 투자하는 걸로.

- 갈매기. ( 제안 : 별빛에잠겨라 )
 
같은 잠수부대 출신이지만 그와 나의 운명은 엇갈렸다.
그는 계속 잠수사의 길을 걸었지만 나는 건강상의 문제로 바다를 떠났다.
전역하던 날, 나는 아끼던 갈매기 로고의 잠수복을 그에게 주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닮고, 형제처럼 통하던 우리였기에.
팽목항이 울던 날,
수많은 별똥별이 지던 슬픈 날,
갈매기는 별빛 속으로 잠겨들어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갈매기의 날개는 꺾였다.
축축히 젖은 채 돌아온 외로운 영웅을 나는 그저 말없이 안아주었다.

- 돼지.
 
요새 돼지라서 안으면 살집 장난 아냐 ㅋㅋㅋㅋ
 친구들과의 카톡에서 남자친구는 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자신의 운동에 맞춰 흔들거리는 돼지고기처럼 여겨지고 있었나보다.

- 봄나물.
 
낭랑 18세였소.
나는 그저 봄향이 그리워 나물을 따러 간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왜인들에 이끌려 나는 저 먼 남국까지 갔더랬소.
매일 밤 천둥이 쳤소.
사내들의 고함은 우뢰처럼 날 질리게 했다오.
내 봄이 그렇게 저물었소.
지금 이 고향에 찾아온 봄,
나는 자다가도 그 봄내음을 맡으면 심장이 떨려온다오.
봄을 반길 수 없게 만든 이 조국을 그래도 나는 미워할 수 없었소.
그래도 내 새끼, 내 손주들이 반기는 봄이 아니오.

- 떡볶이.
 
임신했을 때 얘기에요.
일주일 동안 노래를 불러도 안 사오던 떡볶이를 왠일로 사온다는 남편.
밤 7시.. 9시.. 11시.. 자정을 넘겨서야 술에 떡이 된 채, 목덜미에선 여자 향수 냄새를
 풀풀 풍기며 식어서 퉁퉁 불어버린 떡볶이를 봉지째 내미는 남편.
그 날 밤 난 울면서 꾸역꾸역 식어버린 떡볶이를 삼켰답니다.
마찬가지로 차갑게 식어있는 남편 옆에서 말이죠..

- 퉯뷝짫
 
 퉯뷝?짫??퉯뼓
 뭐라는거야. 수상한 메시지는 삭제해야지.
나는 그 클릭 한 번으로 60억 인류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미래로부터 온 그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이 행성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둘리.
 
어느 날 집앞에 둘리가 와있었다.
안녕, 길동아! 약속대로 찾아왔어!
그랬다. 7살 때 내 소원, 내가 어른이 되면 둘리 같은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내 이름 고길동과 같은 만화 속 아저씨를 보며 하늘에 빌었던 소원.
하지만 둘리야.
지금 내 소원은 취업이고, 내 방은 단칸방이야.
그거 아니.
둘리 하는 짓이 미워보이면 어른이라더라.
그게 내가 문을 닫고 119를 부른 이유야.
커다란 유기견이 있다고.. 잡아가라고.

- 백김치.
 
얼렁뚱땅 떠밀려서 관심도 없는 데모 현장에 나갔었다.
최루탄 연기 속에 몽둥이 세례, 끌려간 곳에서도 이어지는 손찌검.
무서워서 동기들 주소랑 이름을 다 불어버렸다.
그러자 내 앞에 소고기국밥과 백김치가 차려졌다.
허겁지겁 먹어버렸다. 먹으면서 울었다.
형사들은 날 위로하며 넌 잘못한 거 없다며 내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까지도 백김치를 먹지 못 한다.
그 날 내가 불어버린 이름 중에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학우도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 보일러.
 
보일러를 고치러 왔다는 말에 우리 어머니는 문을 열어주었고,
괴한이 들고 온 공구는 우리 어머니의 목뼈를 부러뜨렸다.
어머니는 전신마비 환자가 되어 눈코입만 겨우 벌름거리면서도,
그 사람을 원망하지 말라며, 우리 함께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하지만 신은 내 기도를 먼저 들어주신 모양이다.
그 새끼가 누군지 알았다.
다행히 경찰보다 먼저 알았다.
지금부턴 내가 신이다.
적어도 그 새끼의 운명에 관해서는.

- 돼지머리.
 
우리 엄마 참 착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시집 왔을 때부터 그렇게나 괴롭히셨다고 해요.
아주 못 살게 구셨죠.. 할머니께서 누워지내시게 된 교통사고가 나던 날 아침까지도 괴롭히셨거든요.
엄마는 참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 할머니의 똥오줌을 다 받아내고, 밥 차려드리고, 씻겨드려요ㅡ.
근데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요? 편육이에요.
돼지머릿고기 누른 거. 그게 그렇게 먹고 싶다고, 한 번 시장 가거든 찾아보라고 얘기하시거든요.
우리 엄마.. 그런데 항상 없다고 그래요. 어머니ㅡ 찾아봤는데 머릿고기를 요새 안 판다네요..
전 알아요. 우리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편육은 팔아요. 시장에도 팔아요. 인터넷에서라도 구하면 되죠.
우리 엄마는 착한 사람이에요.
할머니를 정성으로 보살피니까요.
하지만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꿈에서도 그리는, 이제 두 발로 걸어가서 먹을 수 없는,
그 머릿고기.. 그 돼지머리.. 그것만큼은 평생 드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착한 엄마의 착한 복수인거죠.
전. 엄마 편이에요.

- 무지개.
 
사람들은 늘 무지개를 보면 일곱개라고 했지만 나는 무지개를 정확히 열두가지 색깔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난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께 맞았습니다. 난 아픔을 견디지 못 하여 무지개 색을 일곱가지라 했습니다.
지금도 무지개를 보면 열두가지 색깔로 봅니다, 나는 크레파스를 들어 내가 본 무지개를 그려보고자 하지만
 도무지 그 색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나는 오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지개를 일곱 빛깔이라 얘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비가 왔고, 내 눈 앞엔 열두빛깔 무지개가 떠있습니다.
어라, 무지개를 검색하니 실시간 트윗이 하나 올라왔네요.
 ' 무지개가 열두빛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
이런, 어쩌죠,
지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드디어, 드디어..!

2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1666 (4월 25일)

- 토토로.
 
토토로 옷, 토토로 가방, 토토로 신발,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여자가 저러고 다니다니.
아무래도 좀 모자란 모양이지?
그래서 내가 따라가고 있는 거지만. 불쌍한 것.

- 첼로케이스.
 
붙었니?
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은 어디 계셔?
딸은 묵묵히 첼로케이스를 열었다.

- 자취.
 
흔한 자취녀입니다.
냉장고에 사람 대갈통이 들어있다는 것만 빼면.

- 무통증, 곰팡이.
 
정말로 통증이 없냐는 말에 나는 몸에 달라붙은 곰팡이를 새빨갛게 긁어 책상 위에 올렸다.
주치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3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1745 (4월 24일)

- 멜로디.
 
또 그 흉가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얼렁뚱땅, 전혀 조화롭지 않은 멜로디.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 또 그 피아노를 밟고 목을 매달았음을 직감했다.
핏방울이 똑,딱,똑,딱ㅡ.
건반이 딩동댕동.

- 휴지.
 
다이어트를 한다며 도통 음식을 먹지 않는 누나인데,
요즘 매일 휴지 한 통씩을 써버린다.
가족들의 의구심이 깊어질 무렵, 나는 우연히 열린 화장실 문틈새로 보고야 말았다.
식욕을 달래지 못 한 누나는 휴지를 풀어가며 솜사탕 먹듯 게걸스레 먹고 있었다는 것을.

- 중학생.
 
 ' 아직 중학생 밖에 안 된 애 인생 망치고 싶어서 그래요? '
아줌마. 물론 저는 성인이고, 다 컸고, 당신 아들은 중학생이지만,
그 날 내 방 창문을 열고 들어와 내 위에 올라탄 당신 아들은 키가 180이 넘고 몸무게가 80이 넘어요.
적어도 그 날 내 얼굴을 때리고 욕할 때의 모습은 애는 아니었다구요.

- 좀더올려주셈. ( 제안자 : 좀더올려주셈)
 
개 같은 남친은 이제 전 남친으로 만들어버리고 돌아왔다.
후회? 뭐하러 후회를 해. 흥. 아쉽지도 않아. 밀린 드라마나 다운 받아봐야지.
뭐야. OO대 간호학과 수지..? 이거 내 얘기..
저.. 저런 걸 언제 찍은거지?
- 좀 더 올려주셈 ㅋㅋㅋ 와 쟤 이제 얼굴 팔려서 어떡하냐
- 님 여친? 대박. 이런 거 들키면 뭐라고 안 해요?
안 돼.. 안 돼..

4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2019 (4월 29일)

- 고독.
 
지금 이 곳 태평양 어딘가.
구명보트에 저 혼자 끈질기게 살아있습니다.
아...
이제 다시 스무명입니다.
고독은 끝났군.
늦어서 미안해.

- 목침.
 
아버지는 내 수학 시험지에서 오답이 하나 나올 때마다 내 종아리를 목침으로 때리셨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려오는 종아리를 부여잡으며 내 학창시절은 휘청거렸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아버지를 가르친다.
곱셈 나눗셈도 어려워하셔서 요새는 그나마 더하기 빼기만.
3+5는 몰라, 2+7은 아파, 1+6은 살려줘.

할아버지는 점잖은 분이셨지만 하회탈을 쓰면 누구라도 웃기는 재주가 있으셨다.
그렇게 낯 가리던 분이 탈만 쓰면 동네 잔치에 나가 좌중을 압도하곤 하셨다.
그런 추억을 남겨주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다니ㅡ.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에 실컷 춤추고 노시라고 하회탈을 조용히 씌워드렸다.
그러자 관에서 벌떡 일어난 할아버지가 팔다리를 삐걱삐걱 꺾으며 놀아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모든 건 명확해졌다.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성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하회탈의 놀음에 불과했던 것이다.

- 폼클렌징.
 
 " 야, 폼클 잘 썼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따끔거려? 각질이 벗겨져서 그런가? "
 " 오빠 무슨 소리야. 뭔 폼클. 나 요새 물로만 세안하는데. "
 " 화장실에 있는 거 폼클 아냐? "
 " 그걸로 세수했다고?! "

- 중간고사.
 
96점. 중간고사 때보다 4점 떨어졌어요.
집에 가면 일단 4대네요.
 
5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2659 (5월 4일)

- 솜.
 
한 여름에도 꼭 이불은 두 개. 땀띠가 아무리 나도 마찬가지.
아내는 그런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그런 줄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내가 어릴 적 부모님 없이 혼자 지새던 밤,
공포 영화를 보고 무서운 나머지 두꺼운 솜이불 두 개를 덮고 자던 밤,
분명 부모님은 오실리 없는데 방 안에 서있던 검은 그림자.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행히 속이불을 뚫고 나오진 않았지만 겉이불에 깊숙히 박혀있던 칼 한 자루.
그 날 이후 내 이불은 늘 두 겹.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를 항상 지켜준다고 믿는 나의 부적.

- 유성반지. ( 제안자 : 유성반지 )
 
할아버지는 어딜 가나 유성반지를 자랑하세요.
돌아가신 할머니 말로는 그 반지를 바라보면 별똥별이 내리듯 빛이 반짝거린다고해서 '유성반지'였지요.
그 영롱한 빛을 자랑하고 다니셨지만 우리 할아버지, 눈이 안 보이세요.
정말로 그 반지가 있었다고 해요, 아버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반짝이는 반지가 있었다고.
그땐 할아버지 눈도 좋으셨다고 하구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앞을 못 보시게 된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반지는 못된 사람에 의해 싸구려 큐빅 반지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주위 사람들 모두 할아버지에게 반지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선 영롱히 빛나고 있을 그 유성반지를,
누가 감히 손가락에서 뺄 수 있겠어요.

- 별들이 속삭이고 비가 노래하는 밤.
통통, 비가 언제까지고 내린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 별빛 아래 기나긴 명상.
어느 날 문득 되찾은 의식은 뜻밖의 깨달음을 주었다.
별빛은 고속 마찰로 인해 일어나는 불똥,
빗소리는 우주 먼지가 쇠를 갉아대는 소리.
내가 누워있는 곳은 편도로 발사된 우주비행선.
비행 목적은 '생존'

- 소트니코바.
 
초등학생 때는 그렇잖아요. 황씨는 황소. 오씨는 오감자.
소씨가 있었어요. 하필 피겨 하는 여자애였는데 별명이 소트니코바였죠.
별명 때문에 왕따가 되는 게 말이 돼나요? 근데 초등학생들은 당연히 가능하죠.
소트니코바, 메달도둑, 도둑년, 심해졌어요.
대회에선 슬럼프에 학교에선 괴롭힘을 당하니 그 어린 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는데..
하얀 국화가 올려진 책상 위에 적힌 낙서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아요.
 " 금메달 대신 목매달 ㅋㅋㅋㅋ "

- 맥주.
 
개 같이 벌어도 이 맥주 한 잔 마실 친구 하나 없는게! 뭐가 인생이냐!
세상이 야속한지 소리 치는 옥상 위의 남자.
세상은 놀랍도록 무관심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떨어졌고, 부서졌다.
비로소 세상은 관심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찰칵 찰칵, #투신 #대박사건 #실황중계 #경찰
 
6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3917 (5월 8일)

- 팬입니다.
 
 " 피해자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
 " ... 그 사람의 팬입니다. "

- 큐티클.
 
 " 어머 언냐ㅡ, 네일케어 어디서 했어여 여태까지? 완전 상한거봐.. 셀프? 왠일이야. 앞으로 자주 와여- "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네일샵 직원 덕에 뭔가 간만에 따스한 느낌.
꼼꼼히 케어해준 덕에 뭔가 기분까지 나아진 것 같다. 다음에 또 와야지.
어라? 핸드폰 놔두고 왔네, 헤헤. 다시 들어가서 명함도 한 장 챙겨와야지..
- 방금 돼지년 봤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말이 많아, 손톱이 문제냐, 얼굴 머리 어깨 무릎 발까지 케어 받아야겠던데. 히히힉.
 ... 어..?

- 눈깔사탕.
 
무통증, 통증을 느낄 수 없는 특이한 체질로 태어난 내 아이는 그 탓에 심한 자학을 했습니다.
피가 나도록 긁는 건 기본, 손발톱을 들어올려 뽑는 걸 본 이후로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죠.
유일하게 차분해지는 시간은 먹는 시간. 그 중에서도 오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사탕을 제일 좋아합니다.
사탕이 떨어지면 엄마와 아빠인 우리를 협박하듯 자학을 시작해요.
방금도 사탕이 떨어졌어, 당장 가져와, 안 그러면 혀를 뽑아버릴거야, 하고 소리지르는 통에
 달려가서 사탕 한 통을 사오는 길이에요. 제발 혀를 건드리지 말아야 할텐데.
조심스레 문을 열어요. 다행히 새근새근 자고 있군요ㅡ. 얌전하면 저렇게나 귀여운 아이인데.
사탕이 늦었는데도 자학을 안 했어요. 얼마나 이뻐.
어라? 사탕이 볼에 불룩불룩하게 들어있는데.. 뭐지.. 사탕 없다고 했는데..
눈꺼풀이 움푹 들어가있는 건 왜죠.

- 나막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일주일, 실의에 빠져있는 나와 대조될 정도로 동생은 쾌활했다.
 " 아싸, 이제 롤 맘대로 할 수 있구연- 방해꾼 로그아웃하셨구연- 앙 기무띠 "
그 모습이 혐오스러워진 나는 방문을 닫은 채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그때 들려온 건 따박, 따박, 할아버지의 나막신 소리.
언뜻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까지 들린 것 같아 홀린 듯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내가 본 건 나막신을 양손에 든 채 바닥에 치며 할아버지 성대모사를 하는 동생이었다.

- 교살.
 
교살, 즉 목이 졸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아주 흔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자들로 가득한 이 교도소 안에서 교살은 비교적 인도적인 살인방법에 속한다.
하지만 그 살인자들이 요즘 떨고 있다.
세 번째 교살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방에서.

7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5149 (5월 20일)

- 왕감자.
 
 " 아이 달다, 따끈해서 더 맛있다, 형, 감자 봐봐, 완전 왕감자.. 알감자.. 토실토실하고 막.. "
탕, 소총 소리와 함께 막내가 힘없이 쓰러졌다.
참혹한 전투를 견뎌내는 동안 지치고 굶은 막내는 수류탄에서 찐감자의 환상을 보았던 것이다.
우리까지 죽을 순 없었으니까 미쳐버린 막내를 죽였다.
어쩔 수 없었던거야.
그런데.. 내 눈 앞에.. 군침 도는 소 한 마리가.. 누워있는 것 같은데.. 갓 도축해서.. 아주 신선한..

- 담배
" 담배는 태우나? "
 " 아뇨. 안 핍니다. "
 " 원래부터? "
 " 네. "
 " 이제부턴 좀 배워. 나랑 같이 일하려면 이때말곤 쉬는 시간 따로 없으니까. "
 " 고려해보겠습니다. "
 " 사람도 처음 죽여봤지? "
 " ... 예. "
 " 한 대 줄까? 피워볼래? "
 " 예... "

- 병아리.
 
 " 왕자님입니다-. "
 " 죄송합니다. "
 " 열 달간 고생하셨어요. 위로금은 계좌로 지급될 겁니다. "
 " 분쇄기로 들어가나요? "
 " 뭐. 수요가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제공될 수 있습니다만.. 알고 싶으신 건 아니죠? "
 " 죄송합니다. "
 " 수컷 병아리도 연간 2억마리 이상 살처분되는 마당에, 인구 과밀화 현상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아시죠? 인간이라서 봐주고, 동물이라서 당연하고. 그런 거 없어요. "
 " 하지만.. 이럴 거라면 차라리 인공적으로 성별을 결정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남자아이라도 열 달간 내 배 안에 있던 생명인데.. "
 " 지구를 위해서. "
 " 네... "
 " 가세요. 다음은 여자 아이가 출생 예정입니다. 바빠요. "

- 베개.
 
잘 자라 우리 아가..♩
베개는 아가의 목 밑이 아니라 코 위에 있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