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참 좁다는걸 어제 또 느꼈네요...
여자친구와 데이트 후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신촌 CGV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제 어깨를 건드리더군요
뒤를 돌아보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낯이 익은 남자가 아이와 부인과 같이 있더군요..
분명 친구나 선배는 아닌거 같은데.. 굉장히 낯이 익었습니다.
"혹시 3사단 나오지 않았어요? 포천에 있는 부대로.."
분명 군대 선 후임 관계도 아닌데 제가 나온 부대까지 알고 있더라구요.
맞다고 대답하니 그때서야 자기 정체를 말해줍니다.
1년에 한 번 제가 나온 대대에서 예비군 훈련을 했었습니다. 각 소대별로 예비군 2~4명 정도 받았던거 같은데
저희 생활관에도 예비군이 3명 배정됐었습니다. 10명이 생활하는 생활관에 예비군이 3명이라
이 아저씨들이 굉장히 시끌벅적했습니다.
게다가 2년 군생활 하면서 그 아저씨들을 2번 봤습니다. 2박 3일씩 2년간 2번을 봤더니 정도 들더라구요
그 때 우리 생활관에 왔던 예비군 중 한명이 굉장한 부자라고 했었는데..
아직도 잊지 못할게 제가 상말 쯤 했던 예비군 훈련때 마지막날 PX에서 카드로 50만원어치 긁어서
냉동이랑 과자로 회식했던거 생각하면 아직도 토나온다고 말했더니....
그때 예비군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아저씨가 술사줬는데 어디 언니들 나오는 술집도 아니고 클럽, 나이트도 아닌
그냥 일반 술집가서 술+안주값만 3명이 100만원 찍어봤다고...
그런데다 집이 서울인데 포천서 서울까지 택시도 태워 보내줬다고..
그 얘기를 처음 본 형수님(?)과 조카(?) 앉혀놓고 카페에서 한시간 동안 얘기를 들었네요..
그리고는 자기들은 그때 셋이서 친구 먹고 지금은 그때 부자 아저씨가 차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저보고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짤릴거 같거나 신경 거스르면 자기네 회사로 오라네요;;
농담인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에 그때 그 부자 아저씨한테 전화와서
사장님이라고 부를 준비 됐으면 아무때나 오라고 스카웃 제의 아닌 스카웃 제의 받고..
예비군 훈련때 굉장히 싹싹하게 대해 주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놀아드렸더니 그게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올해 초까지도 저랑 같이 굉장히 열심히 놀아줬던 제 동기 얘기 하셨다고 하네요..
끝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암튼 군 생활이 진짜 X같긴 했어도..
그 안에서 뭔가 건져 나오는게 없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