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술자리에서 여자가 먼저 자리를 뜨면 남자가 데려다 주거나 택시를 타는 곳까지 배웅해주곤 했습니다. 혼자인 여자에게는 위험한 밤거리였으니까요. 대학가 술집 거리에서는 심심찮게 사건사고의 소문이 돌곤 했습니다. 제게는 그저 흔한 밤거리 풍경이었던 마주오는 남자, 술취한 행인, 뒤따라 오는 발소리,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여자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종업원에게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을 종종 봤습니다. 남종업원에게는 한번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여종업원에게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서 아르바이트 조차 여성이라서 더 고달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여성을 저항하지 못하는 약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만연한 탓도 있습니다. 여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여성차별은 사라져야합니다.
현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여성들이 억눌려있던 마음이 터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전에 메갈, 워마드처럼 과격한 여성 운동이 등장하고 세력을 불리게 된 건 그만큼 우리나라에 성차별이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이 없었다면 그들의 과격한 운동이 등장하지도, 그만한 지지를 받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그들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성차별의 사회 구조에서 침묵하는 남성들이 그들에게는 성차별자와 마찬가지라고 생각되겠고 일부 옳다고도 생각하지만 모든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도 아닐 뿐더러 대다수의 남성을 적으로 돌려서는 오히려 성평등 운동에 반감만 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건 이후로 온건한 성평등 주장조차 매도될까 걱정이 됩니다. 메갈과 워마드는 스스로 성평등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까지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뿐, 오히려 성평등을 훼방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