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정치인들이 율사 출신이고, 아니더라도 법과 친숙해야 하는 일들을 하다 보니까 법 자체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을 부지불식간에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올바른 일도 '법률에 위반된다'고 하면 깨갱하고, 잘못된 기소도 일단 판결이 나오면 그걸 수용하고 재론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법은 정말 기껏해야 도구, 잘 만든 설정집이에요. 법전은 신성하지 않고, 판결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기소와 수사는 얼마든지 부당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든 법을 선택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편파이며, 잘못 만들어진 법을 성실히 집행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법에 대한 존중을 거둬들이지 못하면 법을 손아귀에 쥔 집단이 권력을 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판결, 잘못된 법률행사, 잘못된 법에는 물리력을 포함하는 탈법적인 수단으로 맞서야 합니다. 복종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지가 있는 개인들을 규합하고 보호하는 게 올바른 정당, 자유로운 언론, 깨어있는 시민단체의 역할인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