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줄곧 제 주위의 여성분들이 메갈 등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학내에 붙어있던 몇몇 대자보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자보를 작성한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정신병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사람 여럿 정신병자 만들었는데 더 못만들게 뭐가 있나'라는 과격한 반박을 써 놓았더군요. 지나가면서 이에 동조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대자보를 보고나서 의견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에 따른 범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가해자가 여성이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니까요. 다만, 이 혐오가 일부 분들이 주장하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해자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2011년과 2013, 2015년에 각각 6개월동안의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최근 두달간은 약을 먹지 못한 상태였으며 열흘간 노숙을 했다고 합니다.  가해자가 앓고 있던 정신분열증의 증상은, 망상과 환각입니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에서부터 신체적 망상까지 다양합니다. 가해자의 혐오는 피해망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현증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누구나 그 망상의 대상이라면 폭력적인 행동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신분열증 환자의 환청과 망상이 사회적인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 또한 부족합니다. 즉, '여성'이라서 잠재적 피해자라는것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경찰에서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단순 여성 혐오 범죄라고 보지 않았고요.

 우리 사회에 여성 혐오가 만연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해 보려고 합니다. 사회에 여성혐오가 만연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UNDOC (유엔 산하 마약 및 범죄국) 통계자료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듯 문제가 많은 자료이며, 새로 개정된 자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살인 피해자 비율은 5대5로 일본, 독일 등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근 강남역을 보면, 본래의 목적인 추모와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혐오는 옳지 않다는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의 근처에 욕을 적어 붙여놓는것은 대수입니다. 동물탈을 쓴 남자시위자와 여자 중학생을 집단폭행하고 인터넷상에서는 온갖 욕설로 조롱합니다. 심지어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화환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적어서 보내는 등 특정 극단적인 사이트간의 싸움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추모의 본질은 잊어버린듯한 행위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강남역에서만 일어나는것이 아닙니다. 더이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한 김광진 전 의원과 표창원 의원에게 '한남충'이나 'x치남'이라는 욕설을 퍼붓습니다. 여성 혐오로 일어난 일인데, 이를 사회 전체의 약자의 문제로 해석하지 말라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사야카님이 말씀하셨듯이,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왜 치료를 그만두었으며, 정신병을 가진 사람의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사회의 안전망을 어떻게 확충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국가에서 특정 기준에 따라 관리할 수 있게 하거나 치안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합니다.

 설령 혐오가 실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혐오로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혐오는 더 큰 혐오를 불러일으키게 되어있으니까요.

 이상 부족한 글실력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