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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살면서 문화 차이를 느낄 때
게시물ID : wedlock_19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제꿀떡먹나
추천 : 18
조회수 : 1593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6/05/23 10: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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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먹을 때임. 

(쓰던 대로 음슴체 할게용~)


국제결혼이란 게 시작부터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시작한 거라, 

의외로 문화 차이란 거 모르고 살게 되는 경향이 있음. 

문화 차이? 그거 먹는 거임? 하고 와구와구 먹다 보면 그렇슴.

먹는 거에서 문화 차이란 걸 간혹 느낌. 


나는 스무 살까지는 완전 Vegan, 채식주의자였음. 

초등학교 1학년 때쯤에 할아버지께서 키우던 병아리가 장성하여 화단을 들쑤시고 다니는 통에 먹어버려야겠다고 잔인하게 살생하셨음. ㅠㅠ


닭을 잡을 줄 모르셨던 할아버지께서는 무작정

닭의 머리부터 쳐 버리셨고, 

머리가 잘린 닭이 거의 삼십 분가량을 푸드덕 날아다니며 온 마당에 피를 흘리고 날뛰었음. 


어린 내게 너무도 강렬한 기억이어서 그 이후로 살아있는 생물로 만든 것을 먹지 못했던 걸로 기억함.

멸치, 생선, 닭, 죄다 못 먹었음. 

먹으려 하면 뭔가 비릿하거나, 식감에 메슥거리어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었음. 


그렇게 살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꽤 잘 먹는 편이 되었음.

여전히 막 좋아서 찾아다니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닭은 퍽퍽한 가슴살만 먹고 윙이나 닭다리는 아직도 별로 잘 먹지 못함.

그래서 달걀 프라이는 먹어도 삶은 달걀도 막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었음.


오늘도 서두가 길어졌는데(ㅠㅠ)

여하튼, 신기한 것이 독일로 이주해 오면서 안 먹던 음식들이 그렇게 먹고 싶어 짐.

순대며, 삼겹살, 한국식 치킨 등등. 

그중에 메추리알 조림이 자주 먹고 싶었는데, 

독일에서는 메추리알 구하는 게 쉽지 않았음.


대도시 위주의 대형 아시아 상점에 가면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살 수가 있는데, 

그마저도 늘 갖춰져 있진 않음.

그러던 어느 날, 독일 대형 마트에 메추리알이 특가로 나왔음. ㅇㅇ

작은 한 팩에 1,99유로


고민하지 않고 두 팩을 집어서 집으로 왔는데, 

우리 토마스 씨, 의외의 반응. 

KakaoTalk_20160328_034931090.jpg


"여보, 이거 뭐예요??"



그랬음.

남편은 메추리알을 실제로 본 것이 처음이라고 했음. 나니?

내 생각에 본 적은 있었지만 기억을 못 하니, 그냥 처음이라고 하는 것 같음.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조림을 하기 전에 굳이 꼭 자기를 위해 

프라이용 한 개, 삶은 것 한 개를 남겨달라고 애원함. 


그래서 남겨 주니, 


토마스 씨 어린이, 메추리알로 프라이 하셨음.


KakaoTalk_20160328_034836204.jpgKakaoTalk_20160328_034840188.jpg

프라이도 해 먹고, 

삶은 것도 하나 먹고 혼자서 싱글벙글. 

쪼아.jpg

처음 먹어봤다고 함.

그런데 다시 급 실망, 늘 먹는 달걀 맛이라고. -_-

뭐, 그럼 메추리알도 달걀인데 무슨 초코 맛이라도 날 줄 알았나? ㅎ


그리고 조림을 들고 신나게 시댁으로 향하는 남편. 

시댁 식구들에게 보여주니 역시 시부모님들도 메추리알의 존재를 알고

본 적도 있지만, 한 번도 본 적 드셔 본 적은 없다고 하심.

옆에서 토마스 씨 또 아는 척 시전함. 


해맑.jpg헤헤.jpg

"먹어 봤는데요. 그냥 달걀이랑 맛이 똑같아요!" (해맑,해맑)



아놔. 그 모습 보는데, 왜 그렇게 웃긴지. 

시아버지도 조림으로 된 메추리 알 하나를 드셔 보더니. 



"음. 작은 달걀 맛이군." 



나는 정말 신기했음.

다른 독일인들은 먹어봤을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모두 달걀처럼 당연하게 먹는 것 아니었음.


그러더니 남편은 또 딸기 이야기를 시작했음. 



"한국에선 심지어 겨울에도 딸기가 난대요."

"음.... 한국의 겨울이 스페인의 남쪽처럼 그렇게 따뜻했었나?"



내가 전에 한겨울에 딸기 먹고 싶다고했다가 

남편이 겨울에 딸기 나는 나는 나라가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막 싸우다가 구글링 해보고 엄청 놀랐던 적이 있었음. 

표정.jpg

막 우겨서 거의 티격태격하다가 구글링을 하면서 남편의 표정 변화였음.



"한국은 비닐하우스로 겨울에도 신선하고 달달한 딸기가 나요. 신기하죠?"



아니, 나도 가만히 있는데 혼자 완전 신나서 한국 자랑을 시작하는 것임. 

시댁 식구들에겐 비닐하우스 딸기는 신세계였음. 

남편은 자칭 한국 홍보 대사임. 



남편이 좋아해서 홍보하는 것 중 하나가 또 있음. 

20160105_013745.jpg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임. 

독일 케이크는 일단 많이 다름. 크림이 빵보다 두껍고 무척 달고 느끼함.

한국식 생크림 버터크림 케이크는 없음. 

(독일 와서 장사하면 한국 사람 상대로만 해도 먹고살 수 있을 것임.ㅇㄱㄹㅇ)


내 동생은 10년 넘게 빵순이임. 

모모 프랜차이들을 비롯해서 수년간 일했음. 

그런 동생이 지난 겨울에 와서 생크림 케이크를 해줬음. 


집에서 제빵을 안 하기 때문에 제빵 도구가 전혀 없음에도 

동생은 맛만큼은 제대로인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 냈음. (고마워 울 동생)

20160105_014443.jpg

만들고 남은 재료로 케이크처럼 대충 쌓아 올린 것도 맛있었음. 

그냥 다 맛있었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까지 동생은 나를 위해 케이크를 구워야 했음. ㅠㅠ


언젠가 한 번 시도했다가 폭망했던 내가 만든 무늬만 생크림 케이크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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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씨는 한 입 먹고 내게 

"여보 좋아하는 거니까 혼자 많이 먹어~" 했던 그 케이크.



평소에 후식으로 케이크나 단 종류를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던

시아버지께서도 앉은자리에서 두 조각이나 크게 잘라 드셨고

시어머니도 두 조각, 다음 날 아침에도 한 조각, 점심에도 한 조각씩 드시더니

며칠 사이에 체중이 무려 2kg이 느셨다고 하셨지만, 매우 좋아하셨음.

20160105_013808.jpg

촉촉한 빵에 부드러운 크림이 독일식 케이크보다 달지도 않고

한없이 입으로 들어간다고. 

그렇게 동생이 처음 만들었던 케이크를 포함해 두 개의 케이크가 하루 만에 사라지고

나중에 2개를 더 만들었는데 그것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짐.


한국 음식 그리워하는 나를 전에는 조금 이해만 하셨는데, 

요즘은 격공 하시고 나아가 먹고 싶다고 같이 막 그리워 하심. 



* 한줄 요약 : 기승전신토불이. 한국이 최고임.

========


덧. 쓰다보니 항상 길어지네요. 스압 죄송합니다. 

긴글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우리 부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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