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한정식집을 개업한 날, 일 도와주러 와준 아빠 친구, 아빠, 엄마, 나, 여동생 이렇게 식당에서 자고 있었음. 일 끝나고 집에를 못갔음. 아빠 친구는 소리소문없이 새벽에 갔음. 그날도 문 열리는 소리가 새벽에 들렸고, 잠귀 어두운 엄마는 그날만 그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음. 엄마는 아빠 친구가 가는 줄 알고, "밥 먹고 가. 밥해줄께" 소리를 지름. 아침에 아빠친구가 있었음. 알고 보니 도둑이 방충망 자르고 창문으로 들어오려고 한건데 엄마는 아빠친구인줄 알고 밥 준다고 함. 엄마 소리에 놀라 도둑은 도망감. 다음 날 들으니 인근 상가 다 털렸다고 함.
울 집이 3층인데 옆방은 원룸식으로 총각 2명에게 세를 줌(아잉~♥) 엄니께서 늦은 마실 가셨다가 돌아오니까 총각 2명이 3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집으로 안 들어가고 뭐라뭐라 이야기하면서 서있더라는. 엄니가 총각들 뭐하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옥상에 어떤 남자가 올라가 있다는 거임. 울 집 옥상 계단으로 통하는 길은 엄니 서계시던 그 계단밖에 없음. 그래서 올라가 봤더니... 아버님 친한 (노름)친구 동생ㄷㄷ 여름이었는데 등산양말을 신고 고구마장수 아저씨들 쓰는 모자를 쓰고 빨간 목장갑을 끼고 있더라..하셨음 너무 놀라서 여기서 뭐하나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산책 나왔는데 아는 형님집에 인사하러 왔다가 저 총각들땜에 놀라서 옥상으로 왔다는 거임. 그러면서 성질을 버럭버럭 내면서 어머니 밀치고 후다닥 도망을 가더라는 거임. 총각들 두명이 그 사람 잡으라고 엄니한테 말하던데 엄니가 왜인지 소름이 끼쳐서 그냥 뒀다는 거임. 총각들이 왜 그냥 냅뒀냐고, 저 사람 우리 올라오니까 문 따려고 낑낑거리고 있더라고 그럼. 어머니가 너무 놀라서 그 총각들 붙잡고 고맙다고, 오늘 총각들 아니면 내 황천길 갔을거다, 저 사람 들켰으면 모르는 사람이면 도망갔을텐데 아는 사람이니까 필시 내 죽이지 않았겠나. 내가 오늘 죽을 팔자였는데 총각들때문에 살았다, 이러시면서 그 달 집세를 안 받으셨다고 함. 나중에 아버님한테 이야기했더니 아버님이 그 친구랑 그 친구동생 불렀는데 (울 아버님 퇴역군인이셨고 카리스마 짱짱맨) 그 아버님 앞에서 억울하다고, 생사람 잡는다고, 증거 있냐고 행패를 부리더라 함. 형이고 동생이고 똑같이 그러더라고.. 그리고 얼마있다가 두 형제 이사감. 이사가기 전에 길에서 마주치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더라.. 이러심.
울 친정 할매 친구분 이야기임. 에.. 택호는 구어떼기(구어댁)이신 분 울 할매 택호는 한골떼기(한골댁. 동네에 한분 더 한골댁이 계셔서 큰 한골댁ㅋㅋ) 울 친정동네가 경주서도 깡촌이었음. 요즘은 보문단지랑 통하는 길이 뚫리기도 하고 개고기 전문 식당이 많아서ㅋ 많이 발전했는데 그래도 90년대 초반까지 아주 가끔 거지들이 동냥도 얻으러 오고 그럼. 그러면 아버지는 평상에 밥 한 상 차려줘라.. 엄마한테 툭 던짐. 엄마도 완~~전 짠돌이신 양반이 거지들이 오면 아무 소리 안하고 밥상 차려줌. 근데 울 평소 먹는 반찬도...먹을 게 없는 상임ㅋ. 진짜 어릴때(농사지으심) 엄마가 바쁘다고 대충 먹자 이래서 밥상 보니까 거짓말 안하고 간장이랑 김치만 올려져 있었음. 간장 뭐임ㅋㅋ 나 어릴때 완전 비비 틀렸는데 애들이 짠지, 멸치젓, 뭐 이런거 안먹잖음..그래놓고 딸래미 살 안찐다고 투덜댐. 엄마 당신이 먹는 거에 별 애착이 없어서 그냥 아무 반찬 없이도 밥 한공기 대충 먹는 분이심. 그래서 애들이 다 말라 비틀어짐. 맨날 반찬이 어른들 먹는 것들뿐임. .. 전쟁통에 나셔서 고생하셔서 그러심ㅋ.
삼천포로 빠졌는데 쨋든 동네가 좀 평온하고 서로는 의지하고 걱정해주는 좋은 동네임. 그래서 낯선 사람들이 와도 별로 싫어하지 않았음. 그때는ㅋ
하루는 구어떼기 할매 집에 어떤 남자가 들어옴. 할매 마당에 고추 말리고 있는데 디게 초췌하게 보이는 남자가 할매한테 자기가 어딜 가야하는데 길을 잃가빼가 잠도 못자고 너무 피곤한데 잠시만 눈 좀 붙이면 안되겠냐고 그러더라는 거임. 그래서 할매가 오이야. 그래레이. 이럼서 할매 자는 방을 내줬다 함. 할매는 일 다해놓고 (자식들은 다 분가해서 혼자 사심. 사회에서 한 친구됐는데 알고 보니 구어떼기 할매 손녀ㄷㄷ) 밥 먹으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쭈구리고 자고 있더라 하심. 그래서 밥 묵으라 하고 깨웠는데 안 일어나서 대충 밥을 드셨다 함. 밥상 치우고 소일거리 한다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남자가 몸부림 치는 척 하면서 할매 다리에 머리를 얹더라는 거임. 근데 예감이라는 게 있지 않음? 소름이 좍 끼치고 뭔가 불길하더라고. 그래서 다리를 뺐더니 못빼게 꽉 잡고 안놔주더라는 거임. 할매 겁이 나서 벌벌 떨으셨다고 함. 그래서 어짤꼬.. 이일을 으짜노..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쏜살같이 도망을 가더라 함. 할매 어안이 벙벙했는데 조금 있으니까 경찰차 소리가 나면서 경찰차가 지나가더라고. 남자가 할매보다 귀가 좋으니까 소리를 먼저 듣고 도망간 거임. 생전에 경찰차가 순찰 안하는 동네인데ㅋ 경찰아저씨들한테 이야기했더니 동네 구석구석 순찰함. 못 잡긴 했는데 구어떼기 할매가 너무 무서워해서 아들들이 며칠 내려와 있고 아들들 가고 난 후 담이 큰 울 할매가 며칠 같이 지내줬음.
..몇년후에 구어떼기 할매는 돌아가셨구요. 울 할매랑 제일 친한 분이셔서 할매가 너무 슬퍼하셨어요. 뭐 그랬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