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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일상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320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랑말랑
추천 : 2
조회수 : 1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25 00:03:50
대학교에서 뭔가 얻어갈만한 것들을 꼽으라면 흔히들 학점과 사람, 여자친구 중에 하나라도 건지면 성공이라고 한다.
셋 다 잘하면 금상첨화지만, 셋 다 최상의 레벨로 뽕을 뽑으려면 어지간히 힘드니까 하나라도 잘해서 졸업을 하면 평생 재산이라고 한다.

난 사람들과 술마시고 놀고 부대끼는 걸 좋아해서 동아리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사람과 여자친구가 남았으니 개이득.

동아리 부원 중에 국회의원 아들내미가 있었다.

똑똑한 놈들 같으면 국회의원 아들내미라고 옥이야 금이야 하며 떠받들지도 모르지만 우린 그런 거 없었다.

오히려 뭔 말만 나오면 정치인 아들이라고 까기 바빴다.

애초에 그 녀석으로 인해 득볼 생각 따위 눈꼽만큼도 없었으니 그게 가능했던 거 같다.

그 친구도 과 내에서 소문이 나서 가식적으로 친해지려는 사람들이 지긋지긋하다고 이야길 했던 걸 보면

외려 우리들의 그런 ㅂㅅ같은 모습이 좋았던 거 같다.

우리는 CPA 시험을 준비한답시고 휴학까지 하고서 공부하는 녀석을 술자리에 끌고 갔다.
절대 우리가 나쁜 게 아니라 공부가 지겨워서 동아리에 온 녀석이 멍청한 거다.

우리 술자리는 항상 기본 3차였다.

1차는 저렴한 밥집에서 반주.
2차는 적당한 술집에서 술.
3차는 24시간 분식집에서 음식을 아무것도 안시키긴 미안하니 순대 하나 시켜놓고 한시간 이상 맥주만 축냈다.
어쩐지 사장님은 좋아하는 분위기였는데 아무래도 돈없는 대학생들이 먹지도 못하고 맥주로 배채우는 게 안쓰러워서 싫은 내색 안하셨나 보다.
절대 매상이 올라서가 아닐 것이다.

하루는 다음 년도 동아리 임원진을 뽑아야하는데 누가 적당한가로 입씨름을 했다.

타이밍 좋게 녀석이 술자리에 도착했고 우리는 녀석을 둘러싸고 임원을 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 역설했다.

녀석은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

우리는 임원을 하면 동아리 부원이랑 썸을 탈 수 있고
썸을 타면 연애를 할 수 있고
연애를 하면 시험도 잘 볼 수 있고

뭐 암튼 개소리를 잘 포장해서 녀석을 얼렀고, 기어코 녀석의 입에서 그래 한다 해!!라는 말을 들었다.
진작부터 꺼내갖고 있던 핸드폰어플로 고스란히 녹음이 되었고 당해년도 임원진들에게 고이 전달되어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절대 맥주 일곱병에 소주 두병에 집에서 갖고 온 양주 한병이 녀석을 심신미약 상태로 몰아넣어서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참 건전하게 술마시고, 때론 토도 좀 하고, 가끔은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은 친구들 뒷처리를 할 뿐인 동아리였다.

무슨 동아리냐고?

심신단련, 검업일체, 검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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