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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의 이야기 (스압주의)
게시물ID : gomin_1630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흰수염고래00
추천 : 5
조회수 : 3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25 09:21:49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태어날때부터 많은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도 그럴것이 손귀한 집에 어쩌다 보니까 장남으로 태어났고
어렸을때부터 그런소리를 진짜 많이 듣고 자랐어요.
 
니가 잘해야 한다...
니가 우리집을 일으켜야 한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땐 좀 살았다 합니다. 뭐 다 옛날 얘기니까 해봤자 상관 없는 얘기지만... 그냥 그랬었데요...
근데 어느집에나 하나쯤 있는 철없는 자식 하나때문에
다 말아먹었다고...
 
사실 아버지가 막내라서 원래는 제가 장남 될 이유가 없습니다만
아버지 형님네에... 그러니까 제 큰아버지댁에 아들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남이 되버렸습니다.
 
시골가는게 전 진짜 싫었어요.
어른들 뵙는건 좋았지만, 저런 말씀을 하실때면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괜히 싫었어요.
 
다행인건 우리 부모님은 저한테 부담을 한번도 주신적이 없다는거에요...
오히려 나랑 큰 연결 고리가 없는 사람들이 나한테 부담을 줬지 우리 부모님은 단 한번도 부담을 주신적이 없어요.
 
속셈학원 같은데 한번도 억지로 가본적이 없었고...
제가 하고 싶다는 그런 활동만 시켜주신거 같아요.
전 그래서 우리집이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 인줄 알았어요.
 
남들 다 하는 피아노, 미술, 서예, 글짓기, 태권도, 바둑 뭐 이런건 기본이였고
플룻 클라리넷 승마 테니스 스쿼시 이런거 까지 배웠어요.
tv보다가 어! 나 저거 배우고 싶어요. 시켜 주세요. 하면 다음날 바로 학원에 갔던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진짜 우리집이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지금은 그나마 조금 살만 하지만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때까지 우리집은 단칸방 이였어요.
가게에 딸린 작은 단칸방 있잖아요...
거기서 연탄불 떼면서 살았어요.
주인집 마당이랑 우리집 가게랑 붙어 있었거든요? 왜냐면 화장실이 마당에 있으니까...
저는 그냥 화장실이 안에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 그런 애였어요...
겨울엔 너무 추워서 화장실 가는게 정말 싫었거든요.
 
그래도 좋았어요.
그렇게 살면서도 우리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한번도 없어요.
전 오히려 우리가 부자인줄 알았어요.
엄마 아버지가 빚을 내서라도 애들은 배우게 하겠다고 서로 다짐 했었데요...
덕분에 전 하고싶은거 다 해봤어요. 
책도 무지 많았어요. 아버지가 책사는데엔 돈 아끼면 멍청한거라고 말씀하셨던게 아직도 기억 나네요...
 
토요일까지 일을 하셨지만 일요일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아버지가 무조건 저희와 시간을 보내셨어요.
서점도 많이가고, 연극도 많이 보러 다니고, 박물관도 많이 갔어요...
4시에 집에 오면 다시 가게문을 여셨구요... 전 그게 진짜 싫었지만요...

작은 전파사를 하셨는데
저는 전파사집 아들이였죠 언제나...

가게방에서 살면서 부모님 고생하는걸 보고 자라서 그런가
저랑 제 동생 모두 빨리 철이 들어 버렸어요.
왜 그렇다잖아요... 
미국 이민간 한국인들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이유가, 부모님들이 세탁소나 슈퍼에서 힘들게 일하는거 보고 느껴서 열심히 하는거라고...
 
저도 동생하고 둘이서 막 공부 했던거 같아요.
다락방에서...
재밌었어요... 한번도 그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라이온킹 ost 들으면서 둘이 공부 했어요. 
멋지잖아요... 노래 들으면서 공부하는거...
 
그러다가 아버지가 우리 아들 이제 곧 중학교 가야 하는데 애 방은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그러셔서 
진짜 작은... 그런데 거실도 없고, 주방만 있고, 방이 2개인 그런 이상한 구조의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저는 항상 최고로 자랐어요.
제 방엔 막 야광 벽지도 붙어 있었구요, 아버지가 이제 컴퓨터를 잘 배워야 한다고 하셔서 제 전용 컴퓨터까지 사주셨어요.
진돗개 1호... ㅋㅋ
 
그렇게 거기서 중학교를 들어갔는데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5등을 했어요. 난리가 났었죠... 학원도 안보냈는데 전교 5등 했다고 우리 엄마 아버지 난리가 나셨어요.
두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꼬리표 들고 온날... 엄마 아버지 두분이서 우리 재워놓고 술한잔 하시면서 우시는것도 봤어요.
 
지금생각해 보면 특별히 공부 안했는데도 첫 시험에서 그런 성적 낼 수 있었던건...
아마 어렸을때 이것저것 많이 해봐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전 고등학교도 갔고...
이사도 갔고 
이때는 우리집이 잠깐 삐그덕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그냥 우리 4명이 있으면 항상 좋았어요... 쳐다만 봐도 그냥 좋아요 그냥...
 
그러다가 제가 외국대학에 합격해서 유학을 갔어요.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그냥 덜컥 합격 통지를 받아서... 그냥 갔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용감했던거 같아요.
남들이 보면 부자라서 유학을 보냈다고 하겠지만
위에서 보셨듯이... 저희 부모님은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무한대로 퍼주는 스타일이라...
빚을 내서라도 보내셨을거에요...
 
다행스럽게도 장학금 조금 받았고, 생활비는 제가 조금씩 벌면서 생활했어요.
그러다가 다른데로 편입 했고, 거기서는 본격적으로 벌면서 공부 했죠...
솔직히 진짜 많이 벌었어요. 부정한 방법으로 번것도 아니고, 내 목 쉬어가면서 강의 해서 벌은 돈이라 전 떳떳해요...
학생이 한달에 2000달러 에서 3000달러 까지 벌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미친거죠...
근데 그때는 무슨 독기로 돈을 그렇게 벌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잔고에 돈 올라가는거 보면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거 같아요.
 
돈벌면서 쓰지도 못했어요 많이...
많이 써본적이 없으니까 돈 쓸줄을 모르더라구요...
 
그 돈 모아서 제가 대학교 졸업할때 쯤... 아마 24살 여름 쯤 이였을거에요...
나 이만큼 자랐다고 부모님께 보상을 해드리고 싶어서
부모님 하고 동생 비행기표 보내드리고, 제가 사는곳으로 초대해서 여행했어요.
호텔도 무조건 5성급으로 가고, 절대 버스, 지하철 안탔어요.
식당도 무조건 세금 따로 붙는데로만 갔던거 같아요.
지금와서 보면 무슨 허세인가 싶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거기서 살면서 이래저래 친분을 많이 쌓아 놨기 때문에 생각보단 많이 들지 않았어요... 
감사하게도 부모님 오신다고 오히려 대접해 주셔서...
그리고 보여 드렸어요...
나 여기서 이만큼 인정받고, 난다 긴다 하는 그 사람들이 다들 나한테 자기 자식 잘 가르쳐 달라면서 고개숙여서 인사한다고...
엄마 아버지는 그때도 두분이서 감격 하시더라구요.
고생해서 키워놓으니까 이런데도 와보고 그렇다고...
 
그러다가 중간에 제가 잠깐 방황을 했어요.
졸업하고 대학원을 바로 진학할 예정이였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좀 6개월 정도 방황 했던거 같아요.
 
그러다 한국에 다시 왔어요.
오니까 희안하게 취직이 바로 되더라구요?... 운이 진짜 좋은거 같아요...
그렇게 일하다가, 다른데서 또 일 해줄수 없냐 해서 거기도 일하면서 투잡 뛰다가, 또 과외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어요.
 
그러다가 또 다시 대학원 와 있고
이제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네요...
 
사실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자랐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들한테는 부담이 없었어요...
거의 7년간 떨어져서 지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잘 안되도 날 받아주는 유일한 곳은 집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가족들은 저한테 그런존재고
저도 가족들한테 아마 그런 존재 일 거 같아요.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우리집 단칸방에 살았던 얘기... 돈 없어서 고생했던 얘기...
이런말 누구한테도 잘 한적이 없어요.
 
외국나와서 살다 보니까
진짜 어마어마한 집안의 애들이 많더라구요.
책에서 보던 사람이 막 얘네 할아버지고... TV 성공시대 같은 프로에서 보던 사람이 얘네 아빠고...
한국에 의외로 부자들이 진짜 많아요...
그런애들하고 지내다 보니까 그냥 입 다물고 있었던거 같아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니까...
 
그리고 다들 나 잘났다고 떠드는데
거기서 나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래서 그냥 얘기를 잘 안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진짜 다행스러웠던게
난 어려서 저런거 다 해봤으니까... 어떤 주제가 나오면 나도 이미 다 아는거니까 그냥 잘 뭍어 갔던거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잘사는건 아니지만 그냥 그냥 먹고 삽니다...
저도 대학원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꾸준히 일 계속 하고 있고, 이걸로 집에 손 안벌리고 생활비 겨우겨우 하고 있구요...
 
지금까지 남들한테 "너는 부모 잘만나서 잘살면서 뭐 그러냐고"
이런 소리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제 미래도 이미 다 알고 있는거 같구요...
 
그럴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니라고 답하기도 웃기고...
그냥 내 상황이 남들한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나보다 하고 넘겼지만
사실 이거 때문에 진짜 많이 스트레스 받았거든요.
지금 이렇게 글 쓰고 나니까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굳이 저런말에 토를 안달았던건,
전 부모 잘만난거 맞거든요.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이 내 부모님이라 정말 행복하거든요...
 
제 복이라면 복일 수 있는데
금전적으로 어려웠다지만 전 한번도 느끼지 못했었고, 오히려 우리집이 부자인줄 알았었고
사지 멀쩡하게 나아주셨고, 나름 멀쩡하게  생긴 페이스도 주셨고 ㅋㅋ 기럭지도 주셨고 ㅋㅋ 
더 감사한건 부모님 같은 이런 멋진 마인드도 저에게 물려 주셨다는거고...
아직까지 부모님 사이도 질투 날 정도로 좋으셔서  
제가 다른 집에서 흔히 느끼는 그런 스트레스 안받고 자란게 
부모 잘만난거죠 뭐 다른게 있겠습니까...

----------------------------------------------------------------------까지가 대학원 졸업 전 논문 마무리 할때쯤 쓴 글이고

지금은 대학원 졸업하고 한국 들어와서 3년 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몸이 안좋아서 병가내고 집에서 쉬고 있구요.
솔직히 한국 돌아와서 많이 힘들긴 했습니다.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 사이에서 저도 익숙해 지는 모습이 느껴질때마다 스스로 너무 힘들더라구요.
제 의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그러면서 너무 많이 지쳤어요.
팀을 이끌어야 하는 직책인데 능력도 없는것 같고...
뭘해도 다 내 잘못같고, 다 내 잘못이라고 또 몰고가는 일이 너무 많아지니까 미치겠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제 옆에는 가족들이 있고
심지어 지금은 가족들하고 거의 10년만에 맨날 부대끼면서 지내고 있기도 하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예쁘고 바른 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제 여자친구 남들이 다 부러워 합니다.
부모님은 이러다 막내가 태어나면 내가 아빠처럼 키워야 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사이 좋으시고 ㅎㅎ
여동생은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도 했습니다. 저 곧 삼촌 돼요 ㅎㅎ!!

조금 힘들긴 하지만 여전히 전 제 삶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학생때랑 완전 같을 순 없겠죠...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특히 한국이란 나라에서 직장인짓(?)을 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거 같구요.

사실은 오늘 몸이 너무 안좋아서 병가내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좀 더 자보려 했는데 잠도 안오네요...이 시간에 집에 있으려니 괜히 불안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잘 버텨가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유학 하면서 고게에 글 읽고 쓰고 위로 받은게 참 많았어요...
지금도 그럴 목적으로 쓰고 있나봐요.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고 어지러운데
고민을 하나하나 꺼내기 보단 그냥 이러면서 혼자 정리하고 해결 하는게 습관이 되버렸나봐요.
고게도 그 방법중에 하나였던거 같아요.
지금도 털어놓고 글 쓰다보니까 고민이 그냥 해결 된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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