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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리뷰: 스포 다량] 똘끼의 도돌이표
게시물ID : drama_45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덕덕
추천 : 26
조회수 : 303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5/26 02: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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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은 지웠다 다시 쓴 것만도 네 번째다. 그 만큼 리뷰를 쓰기가 어려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던 로맨스 코미디물이 이상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에 살짝 당황하고 예상 밖(말 그대로다)의 이야기 진행과 캐릭터성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사실 고민하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났다. 이 드라마를 즐기려고 본 거지 고민하고 해석하고 고찰하고자 보는 게 아니니까. 고민은 깊었고 짜증은 치솟았으며 리뷰를 쓰는 것 자체가 싫기도 했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써달라고 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시간과 정성을 쏟을 이유가 있을까. 고민의 결과는 금방 나왔다. 
 
저녁밥 먹었더니 좀 풀리더라. 당 떨어져서 그랬던 듯. 뇌에 포도당이 부족했던 거지. 나이를 먹긴 했나보다... 겨우 요런 걸로 당 떨어졌다고 머리가 안 굴러가냐...
 
하여튼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괜히 짜증나고 그러면 일단 뭐라도 먹어봐라. 탄수화물 듬뿍 + 포도당이면 증상의 30%는 해결가능할 법 싶다.
 
아무튼 머릿말은 이쯤에서 간단히 정리하고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참고로 전혜빈의 오해영은 전해영. 서현진의 오해영은 서해영으로 구분하니 유의를 바란다.
 
참고로 이번 글도 무지 길다.
 
 
 
1. 연출 방식: 거울
 
설명을 위해 이 드라마에서 참 많이도 등장하는 연출 기법 하나를 우선 짚고 넘어가보자.
 
눈치 챈 사람도 꽤 많겠지만 이 드라마의 감독은 등장 인물을 거울에 비춘 듯한 연출을 이 드라마에서 시도 때도 없이 시전하신다. 처음엔 그저 '이런 연출에 꽂혔나보지'하고 심드럼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이유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8화쯤 지나고 난 지금은 감독이 일부러 이 일명 거울 기법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등장인물과 등장인물의 거울상을 하나의 화면에 잡는 연출 방식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수없이 나온다. 왜 흔히 세면대 거울 앞에서 등장인물이 자신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거울을 깨버리거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스스로의 모습에 자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 않는가. 이 때의 거울은 외면을 비춤과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 드라마에서는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이 거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박도경 입장에서 서해영을 길 가다가 처음 마주치던 그 장면을 보면 박도경은 고개를 돌려 스쳐지나가는 서해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고 건물 대리석 벽은 그러한 박도경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박도경-서해영-박도경의 거울상. (거울상: 거울에 비친 사물의 상)
 
이야기의 중심이 서해영에 있다는 암시일 수도 있고 박도경의 내면과 외면 모두 서해영과 묶이게 됨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서해영이 박도경과 본격적으로 얽히기(그녀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술집 장면(2화 종반부)은 어떨까. 서해영은 자신을 차버린 전 남자친구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신감과 실의에 빠져 술 빨고 있다가 갑자기 탁자를 두드리며 '왜 울어요. 누가 때렸어요?'하고 난입한 박도경을 바라본다.
 
이 때엔 서해영-박도경-서해영의 거울상의 형태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박도경이 서해영의 이야기 중심에 들어왔음을 암시하는 장면일 수도 있고 그들이 서로에게 서로가 갇힌 관계가 되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바로 이 날 서해영은 파혼을 당했다는 걸 처음으로 타인에게 고백하게 된다.
 
이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거울상에 비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다는 점이다. 뭐 진짜 거울에 비춘 것(대리석 벽)도 아니고 장소가 술집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잘 살펴보면 이 거울상들이 박도경의 회상씬과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 흐릿한 거울상과 흐릿한 회상씬. 뭐, 우연일지도 모르지.
 
 
이러한 거울 기법의 연출 방식이 가장 잘 적절하게 구사된 장면을 꼽자면 '박도경의 파혼 고백씬(3화)'이 될 것이다.
 
그 장면에서 서해영은 누가 나한테 결혼식 전날 파혼 당한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박도경이 침묵한다. 서해영이 끝까지 말 안해준다며 매정하다고 말하고 나서야 박도경은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냐며 말을 건네는데 이 장면에서 다시 한 번 거울 기법이 활용된다.
 
소파의 왼쪽에 앉아 있던 박도경과 오른쪽에 앉아 있던 서해영의 위치가 뒤바뀌어 왼쪽에 서해영이 오른쪽엔 박도경이 위치한다. 서로가 같은 상처를 안고 있으며 서해영이 박도경의 위로에 위안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박도경 역시 위안 받고 있음을 암시한달까... 거울에 비춘 상은 좌우가 바뀐다는 것을 활용한 꽤 세련된(근데 티는 안나는) 연출 기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2. 데칼코마니(도찐개찐) 혹은 도돌이표
 
이 정도로만 생각해 보면 그냥 감독이 이런 연출 기법을 선호하는구나 싶고 말겠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다보면 사실 이러한 연출이 의도적이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이 전의 영업글이자 리뷰에서 이 남녀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진상들이고 똑같이 예비범죄자들임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 두 남녀는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메가데레(서해영)랑 츤데레(박도경)가 같다니 이 무슨 설정붕괴급 시나리오인가요하고 생각하겠지만 이 두 남녀는 실로 많은 부분에서 공통적인 성향이나 감성을 가지고 있다.
 
 
외적 상황을 보면 이 두 남녀는 둘 다 결혼 전 날 혹은 당일에 차인 전적이 있다. 동병상련, 공감대 형성을 통해 급속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설명하기 위한 극적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이 둘의 언행과 벌어지는 사건은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으니 사소하거나 중요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서해영이 매일 술을 빠는 건 뻗을 때까지 마시지 않고서는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은 것과 박도경이 남들이 잠 좀 자라고 말할 정도로 일에 열중하는 것 모두 파혼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제정신이 아니거나 무언가에 열중해서 마음의 여유를 없애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2) 서해영은 '조용한게 싫었다 침묵 속에서 욕이 나올까봐'(4화 종반부)라고 말한다. 술자리에서 박도경이 음악 소리 좀 줄여달라고 할 때 서해영은 소리 좀 키워달라고 하고 집에서 혼자 티비를 볼 때도 소리를 크게 키워서 듣는다. 박도경은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타박하지만 막상 그도 전해영이 생각나 마음이 심란할 때면(4화 초반부) 음향 장비를 챙겨 녹음하러 간다. 둘 다 어딘가에 매몰됨으로서 안정을 찾고자 했던 것. 
 
3) 착각으로 인해 박도경이 전해영과 청담동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마주친 날 박도경은 홧김에 차 유리를 깨버렸고 서해영은 돈 아깝게 차 유리나 깼다고 바가지를 긁었다가 전해영이 박도경의 집에 찾아온 날 짱돌을 던져 박도경 거실 유리를 깨버렸다. ...애네들 좀... 이상한 애들 같다...
 
4) 유리 깨고 울면서 희란의 집으로 피신한 서해영은 좋아하는 걸 들켜버렸다며 '쪽팔려. 누구 좋아하는 거'라고 투정을 부리고 박도경은 여친이 싸준 도시락을 쪽팔려서 못 먹는다. 무슨 사춘기 소년소녀도 아니고 누군가와 서로 좋아하는 티를 내는 걸 부끄러워하다니... 나이가 서른 초중반인데... 애네들 좀 유치하다. 하기사 사랑 앞에 나이가 뭔 소용.
 
5) 서해영은 직속 상관 그것도 이사에게 대놓고 바락바락 대들 정도로 똘끼 있는 여자다. 근데 박도경도 자신에게 의뢰를 하고 돈을 지불하는 영화 감독한테 '너 같이 인생이 대충인 놈은 대충이 되도 나는 안 돼.' 운운하며 펜 던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간다. 아무리 실력 있어도 그 바닥에 소문 돌면 어쩔라고...
 
6) 등장하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 둘 다 딱 한명씩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 되버렸다. 오해영이 잘 나가는 사업가와 결혼한다고 박도경에게 말한 건 희란이고 한태진을 엿 먹이자고 박도경을 꼬드긴 건 진상이다. 둘 다 친구의 일을 자기 일처럼 나서는 좋은 친구들이기는 한데...
 
7) 전해영의 메일을 확인하고 전해영에게 전화를 걸까하는 찰나 서해영에게 걸려온 전화(7화)에서 서해영이 '난 전해영 싫어. 원래 좋아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도 같이 싫어해주는 거니까 당신도 만나지 마'라는 식으로 말하자 박도경은 그게 무슨 유치한 논리냐며 깐다. 그런데 몇 분 뒤 박도경은 '너 나가. 아니면 내가 나갈까?'하고 땡깡부리다가 서해영한테 유치하고 치사하다고 까인다.
 
8) 5화에서는 서해영이 왜 안들어오냐고 전화했고 8화에서는 박도경이 왜 안들어오냐고 전화한다. 근데 둘 다 전화 처음 받자 한다는 소리가 '여보세요'가 아니라 '왜'다. 서해영이야 엄마 전화받을 때도 '왜'라고 하지만 박도경은...
 
9)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의사와 심리 상담 중 '옆집 여자를 생각하면 가장 강하게 드는 이미지가 뭐예요.(5화)'라는 질문에 박도경은 "짠해서 미치겠어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4화에서 이사도라와의 불편하던 술자리 이후 박도경과의 산책 씬에서 서해영은 박도경에게 불행이 뚝뚝 떨어진다며 "막 안아주고 싶게 측은하고 불쌍해요."라고 말한다. 이 두사람 관계의 시발점에는 공감과 측은함이 가장 베이스로 깔려 있다는 거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이 의아할 지도 모른다. 둘 다 파혼당했으니 당연히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건 당연한 극적 장치가 아닌가하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필자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말았지만 7화를 보고 그 생각이 확 바뀌었다.
 
"그게 사랑이야? 측은지심이지." 
 
도경 몰래 녹음하던 도경 엄마(허지아 여사)가 쐐기를 박듯 말하던 내용이다. 사랑과 측은지심은 다르고 사랑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발언은 일견 타당해보였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상대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고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현실에서도 자신의 연인이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불쌍해서 버리지 못한다고 하면 이별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사람이 꽤 될 것이다.
 
 
그런데 7화의 하이라이트. 서해영이 전해영한테 전화 걸지 말라며 좋아한다고 직접 고백했던 장면을 보자.
 
 
서해영: "왜 나한테 잘해줬어? 잘 해줬잖아!"
박도경: "짠해서 그랬다. 결혼 전 날 바보같이 차이고 지가 찼다 그러면서 깔깔 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그거 못 보겠어서 그래서 좀 챙겨줬다. 죄냐?"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고 허지아 여사의 발언과 전해영의 결별까지만 생각하면 서해영이 사랑이 아니었구나 동정이었구나 하고 실망하며 돌아서는 모양새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여주 뭔가 남달라도 확실히 남달랐다.
 
 
서해영: "됐어, 그거면. 오해영이랑 같은 이름이라서 나 보면서 오해영 생각나서 잘해준거 아니면. 됐어. 짠해서. 불쌍해서 잘해준 거면 됐어. 그것도 감정 있는 거니까. ...바보, 감정불구."
 
 
...와...
 
 
 액면 그대로 이해하자면 고등학교 내내 이쁜 전해영과 비교되며 쭈그러졌던 여자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전해영을 떠올리고 대신했던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바라봐줬던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어찌 보면 소심하고 어쩌면 낮은 자존감의 표현 혹은 이렇게라도 남자를 잡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필자는 이 발언이 그 외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도록 하겠다. 사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기립박수를 쳤다.
 
 
지금껏 무수히 등장했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 헤어지자하고 개썅 마이 웨이를 외치던 등장인물들에게 빅엿(새로운 해석)을 날리는 씬이 아닐 수 없으니까.
 
약 2500년전 맹자가 사람의 조건으로 꼽은 게 측은지심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덕목. 사단 중의 하나로 인의예지 중에 인(仁)을 뜻한다. 근데 그거 아는가? 어질 인(仁)의 뜻에는 사랑하다는 뜻도 담겨 있다. 또한 예수가 강도를 당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어 기꺼이 보살핀 사마리안의 예를 들며 누가 이웃이 되어 주었는가, 누가 이웃을 사랑해주었는가 물었던 게 2000년 전의 일이다.
 
측은한 것. 동정심. 그건 사랑이 아닌 건가?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은 뭔가 좀 다른가? 나 아니면 이 사람 안 될 것 같아서 결혼한 커플들은 진짜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닌 게 되는 건가?
 
세월 흘러 등이 굽고 아픈 몸으로 골골대는 오늘 하루도 살아보자고 애쓰는 배우자를 보며 애잔해하는 그래서 뭐라도 도우려는 것은 진짜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정이고 의리인 건가? 그럼 사랑이 뭔데?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짠해서.... 불쌍해서... 위에도 썼듯이 박도경만 서해영을 짠하게 여기었던 것이 아니다. 서해영 역시 박도경이 측은해서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두 사람의 감정적 출발선은 동일했고 그래서 박도경이 짠해서 불쌍해서 챙겨줬다고 말했을 때 서해영이 그것만으로도 납득하고 이해했던 것이다. 자기도 그랬고 그렇게 사랑하게 됐으니까.
 
또한 이 발언의 방점을 8화에서 박도경 본인이 찍어주기도 한다. 전해영을 만난 자리에서 "불쌍하고 짠한 거 그거 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품는 감정이야"라고 마침표를 찍는다.
 
시청자들이야 다들 짐작하고 저 놈 언제 고백하려나하는 심정이지만 박도경 본인이 서해영에 대한 감정의 정체와 스스로 그 점을 입밖으로 내어 확인하는 것은 그 장면이 최초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 발언으로 박도경은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내면도 외면도.
 
 
 
3. 에...또... 그래서... 남주가 미, 미쳤다?
 
 
위의 긴 문장들은 결국 이 한 단락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일한 상을 배치하는 거울 기법. 알고 보면 매우 닮은 두 사람. 결국 여주가 미친 X 꽃다발인 것처럼 남주도 미친 X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년이냐 놈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 정황증거는 예전부터 있었다.
 
자기한테 돈주는 의뢰인과 막말하며 싸우고 어머니랑 같이 작업 들어가는 감독한테 너무 예술하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는 거야 약간의 똘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 외에 너무 직접적인 증언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가족 혹은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이 하는 증언들이다.
 
먼저 박도경의 동생인 박훈은 무려 두 번이나 박도경이 미친 X이라고 언급했었다. 낮소리 밤소리 구분 못한다고 갈굼 당했을 때 한 번, 햇빛 드는 소리 넣으라고 했을 때 "어록 나왔습니다. ....미친 X"이라고 또 한 번. 개X끼라고 한 적도 있긴 하다. 2 미친 1 개.
 
자칭타칭 박도경과 죽마고우 사이인 진상 역시 8화에서 서해영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는 박도경에게 "아, 이거 완전 미친 X아니야 이거."하며 타박을 했다.
 
한태진은 자신의 사업을 망하게 만들다 못해 출소 기념으로 차 사고 까지 날려주신 박도경에게 '이거 완전 미친 X끼네. 이거'라고 손가락질 하기도 했지.
 
박도경의 쿨 페이스와 멀끔한 행색에 가려져서 그리고 애써 서해영을 밀어내는 듯한 이성적인 태도에 지금 것 무시하거나 모르고 넘어갔던 것이었다. 필자는 원래 얼빠 아닌데 나도 모르게 츤데레뽕에 거하게 취해서 미처 보지 못했었나 보다. 크으~ 취한다. 주모 츤데레뽕 한 사발 더 주소!
 
 
하여튼 조금 진지하게 보자면... 박도경이 1화에서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장면에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있기는 했다. 그리고 첫 상담 장면에서는 뇌를 단층촬영한 모니터 화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것이 박도경의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일단은 좀 의미심장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냥 맥거핀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환각을 본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정신과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단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등의 요소가 있는지 가족력이나 사고와 같은 외적 요소가 있는지 다 확인하고 나서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다음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정신과 상담까지 갔다면 정확하지 않아도 뭔가 인과가 있고 환자나 의사가 어딘가 문제가 있음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
 
이 장면에서 살짝 쎄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난데 없는 환각으로 인한 심리 안정 치료라고 이해해볼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후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돌아갔다.
 
 
드라마를 보던 사람이라면 일단 파혼 당하고 맨날 술 먹고 이리저리 채이고 상처 입던 서해영의 모습에 먼저 감정이 이입되었을 것이다. 가장 불쌍해 보이고 가장 힘들어 보였을 것.
 
귀엽고 예쁘고 짠하고 안아주고 싶고.
 
시청자에게 박도경은 여주인공에게 고통을 안겨준 원죄를 가진 가해자로 보였을 것이고 서해영이 박도경을 좋아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내적 갈등과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며 '저쯤이야 당연하지. 저지른 죄가 있으니 저 정도는 당해도 싸. 저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후딱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서해영에게 잘못을 비는 걸 우유부단하게 미루고 있는 박도경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도경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여자의 환각이 보인다. 내가 미쳤나 싶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어느 날 자기의 실수(오해)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할 4월의 신부가 되었어야했던 여자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도경 본인부터가 파혼으로 인해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데 그 고통을 타인에게 똑같이 격게 만든 것. 완벽주의적인 성향에 약간의 도덕적 결벽증도 있는 이 남자에게 이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냥 아는 것만으로 끝났으면 죄책감은 가졌으나 애써 모른 척 고개 돌리고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그 여자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 옆 집으로 이사와 버렸다.
 
이 여자의 짠함은 끝이 없어서 자기 실수로 인한 파혼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인생 자체가 짠함의 결정체였다. 이 여자는 고등학교 때 자신의 전 애인에게 묻혀서 힘들게 살아왔단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미워하는 전 여친과도 더럽게 얽혀 있는 것.
 
볼 때마다 술 먹고 있고 그 때마다 울고 있고 위태위태한게 눈을 뗄 수도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측은함으로 미칠 지경인데... 이 여자가 갑자기 자기가 좋다고 들이대고 더 환장할 일은 자신도 그게 싫지만은 않다는 거다.
 
그런데 얼레? 전 여친이라는 여자가 돌아오더니 보고 싶었네 마네하고, 알고 보니 이 여자가 떠난 것도 시어머니(도경의 엄마)의 훼방이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자신이 그 여자의 내면을 다 읽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욕감을 느꼈다는 것.
 
사실 그거야 이미 지나간 인연이고 그냥 거기까지였다하고 잊을 수 있는데 자신이 구치소에 처박은 한태진이 출소했단다. 하필 자신이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비로서 자각하게 된 바로 그 때에 말이다. 이쯤 되면 제 아무리 멘탈킹이라도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인 상황인데... 가장 큰 문제는 박도경이 약한 수준의 강박성 성격장애 혹은 대인기피증을 격고 있을 가능성이 꽤 농후하다는 점이다.
 
[너님 지금 멀쩡한 남자 주인공 정신병자 만드시나요?]
 
미안하다. 하지만 일단 릴렉스해라. 따지고 보면 모든 현대인들은 크든 작든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결핍과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여간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신 멀쩡한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도 별로 없다. 결핍과 장애가 현실과 한계에 충돌하며 나는 불협화음이 극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게 태반이다.
 
아무튼 필자가 박도경을 약한 수준의 강박성 성격장애로 보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강박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간단히 보도록 하자... 위키 같은 게 링크가 되면 좋은데... 일단 예전에 정리해 놓은 것을 적어보겠다.
 
1)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행동하기를 극히 주저하고 망설이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때로는 더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2) 규칙이나 절차가 확실하지 않을 때 긴 시간 결정장애와 함께 고통스러워함. 한 마디로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음.
3) 융통성도 부족하고 쉽사리 타협하려 하지 않아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
4) 수전노 성향도 있고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5)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물건을 잘 못 버린다.
6) 감성 표현에 서툴기도 하고 표현을 억누르기도 하며 칭찬이나 농담도 별로 안 함.
7) 자기 뜻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대놓고는 못해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름. 가끔은 뻥 터짐.
8) 이성과 도덕을 중요시하며 감성 표현에 자유롭거나 충동적인 사람을 싫어함.
 
....
 
박도경이.... 몇 가지나 해당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
 
 
일하는 게 까칠하다 못해 완벽주의적이고 융통성도 없어서 2주 찍은 영화에 사운드 작업을 한 달 동안 했고...
남정네 혼자 사는 집이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기 이를 데 없고...
서해영한테 사실대로 털어놓지도 못하는 걸 보면 결정장애도 있고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하고...
직원이 장비 대충 내려놓으니까 그게 얼마짜리인지 아냐고 승질내고...
서해영한테 선물로 준 건 다 있.던.거. 였고...
"원래 잘 안 웃어."라고 대놓고 말하는데다가 감정 불구라는 말도 들었고... 칭찬은 지금까지 서해영한테만 딱 한 번 "먹는 거 이쁜데"라고 했었고... 훈이는 뭐 동네북.
죄책감에 허덕여서 서해영 볼 때마다 짠해서 미칠 지경인데다가 엄마가 돈 뜯어낼 때에도 결국 뜯기고 마는 호구스러움까지 장착...
 
 
대충 한 여섯 일곱은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수준이 아닐 수도 있겠는데...??? 어이, 티비엔 이거 정말 괜찮은 거냐?
 
하지만 성격장애가 광증이거나 진짜로 위험한 것은 분명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저마다 한 두가지씩은 해당 사항이 있을 것이고 필자만 해도 서 너개는 피할 수 없이 스트라이크인데... 필자나 독자가 미친 X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하여간에 약간의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박도경이 서해영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아 점차 미쳐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따져보면 등장 인물 전부 제정신인 사람 거의 없는 이 드라마에서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일단 여주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고...
이사도라는 공사 구분도 못하고 회사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부하직원 갈구며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며 '미친 마음'으로 매일 술 빠는 여자이며...
진상은 여자에 미친 색정광...
박훈은 그냥 또라이에 시간되면 약 먹어야 하는 놈(1화에서 박도경에게 맞을 때 말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남자주인공이라고 제 정신일리가 없다. 1급수는 1급수끼리 3급수는 3급수끼리이듯 또라이들은 또라이들끼리 어울리는 법.
 
 
여자주인공부터가 제정신이 아니라면 은근히 혹은 대놓고 닮은 구석이 농후한 남자 주인공이라고 해서 미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4. 그래도 사랑한다면 일직선. 로코물을 빙지한 격정멜로.
 
남자 주인공이 드디어 미쳤다는 점만 인정한다면 8화에서의 충격적인 전개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다.
 
한태진과 서해영의 파혼에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 주제에 아직까지는 피해자 입장인 한태진의 차를 뒤에서 들이 박는다는 건 일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할 부분이다. 사과도 하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또 다른 폭력을 가한다는 게 사실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긴 하다.
 
그 부분을 박도경이 은근히 보여주던 똘끼의 발현이라고 볼 경우, 전부는 아니지만 약간의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태진의 생각없는 혹은 정을 떼려고 독하게 밷은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서'라는 말에 고통 받아왔던 서해영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사람으로서 도저히 참지 못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는 삐뚤어진 애정표현이라는 식으로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무 뻔뻔하니까. 첫 만남에서 정중히 사과 한 번이라도 하고 뭔 일이 터졌다면 모를까. 사과 한 마디 없이 왜 저럴까하는 당혹감이 더 클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차를 가져다 박고 나서 박도경이 하는 대사가 꽤 의미심장하다.
 
 
"전에는 실수였고 이번엔 고의였고. 고소하려면 고소해."
 
 
만약 삐뚤어진 애정표현이었다면 혹은 순간의 똘끼였다면 화를 참지 못해 차를 박기는 했어도 곧 정신을 차리고 진심이 담긴 미안하다는 말 쯤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절 미안한 기색 하나도 없이 고소하란다. 마치 자신은 미안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처럼.
 
서해영과 박도경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보아왔던 많은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해영한테는 죄책감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밀어내던 박도경이 정작 한태진한테는 죄책감 전혀 없이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일관성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 왜 박도경은 한태진에게 이렇게 뻣뻣하게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던 걸까. 정말 부끄럽고 미안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걸까?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박도경은 한태진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설령 그러한 마음이 든다고 하더라도 절대 미안해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겠지.
 
주어진 상황만 보자면 꽤나 혼란스럽고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로 박도경의 생각을 유추해볼 수 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신이 박도경에게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실수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박도경은 한태진을 물 먹이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과연 박도경이 한태진을 망하지 않도록 할까?
 
 
1) 한태진이 망하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장회장에게 어떤 부탁도 하지 않는다면 서해영은 원래 약혼 상대인 한태진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
 
2) 한태진이 망하도록 장회장에게 부탁을 한다면... 한태진은 자신이 겪은대로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서해영은 파혼 당하며 자신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던 그 고통을 고스란히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당신이 박도경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내 잘못이 있었으니 가슴 아프지만 뜨겁게 안녕? 이별은 혼자 하나? 파혼도 안 하게 될테니 엮일 일도 없고 그 여자는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할텐데?
 
무엇보다 누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것도 아니고 비록 큰 고통을 받겠지만 결국 자신이 옆에서 그 여자를 위로해주고 그 여자와 자신이 사랑에 빠지게 될텐데?
 
한태진이 자신보다 서해영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이미 이렇게나 그녀를 사랑하는데 저 놈이 나보다 그녀를 더 사랑한다는 보장이 있나? 마음엔 형체도 무게도 없는데.
 
 
결국 박도경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태진에게 미안해 할 이유가 없고 미안해 해서도 안 된다. 서해영 만나서 그녀와 사랑하고 행복해지려면 어차피 한태진과는 찢어놓아야 한다. 사업을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더 한 짓을 해서라도. 서해영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박도경에게 한태진은 이미 죄책감의 대상이 아니라 넘어야할 장애물에 불과하다. 당연히 극복해야 하는 과정.
 
한태진 입장에서야 미치고 팔짝 뛸 일이고 백주대낮에 능지처참해도 모자라겠지만 어쩌겠는가. 고소하고 싶으면 고소하라는데. 박도경이 한태진에게 먼저 한 대 맞고 나서 하는 대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먼저 때려줘서 고맙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말의 죄책감... 그런데 상대가 자신을 먼저 때렸고 이젠 서로 주먹질을 하는 쌍방과실의 입장이 되었으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솔까 남자 특유의 약간 객기와 후까시도 있었을 것이다. 먼저 쳐 맞고도 때려줘서 고맙다니... 애냐?
 
 
"나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사랑은 부끄럽지 않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록 서해영이 말한 대사였지만 박도경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발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안 닮은 듯 닮았으니까. 이제 박도경에게 남은 건 어떻게 서해영을 잘 설득해서 완전히 돌아서지 않게 만드는가 일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일 것이다. 서해영이 그랬듯 사랑한다면 일직선. 쪽팔린 것도 없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도 없다. 들이대고 또 들이대고 울고 불고 매달리는 수밖에.
 
한태진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서해영에게는 그럴 수 없으니까.
 
앞으로 전개가 얼마나 빨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서해영이 원하는 시츄에이션이 멀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나 때문에 울 꺼야. 울길 바래."
 
....질질... 짤꺼다. 엎드려 비는 걸로는 안 끝날 껄. 평생 간다고 본다. 아.. 근데 박도경 여기서 더 미치면 진짜 반사회성 장애까지 갈지도 모르니 적절히 조절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은 있다.
 
 
아무튼 로코물을 빙자한 격정멜로의 조건은 갖추어졌다고 본다. 남은 건 하드코어 에로틱 꽁냥질 뿐. 스크린이 부서져라 부딪힐 그대들을 기원해 본다.
 
다만 작가와 감독에게 사소한 부탁을 하자면 이 이상 이야기를 꼬아대며 뒷통수 날리는 건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다 쓰고 보니 한 이틀은 이 글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반전과 흥미유발도 정도껏이지 로코물에 이런 걸 너무 넣어대면 보다가 질릴 것 같다.
 
애당초 추리물이나 서스펜스물이라면 모를까 생각없이 즐기려고 보는 드라마가 두통을 유발하면 있던 정도 떨어질 판.
 
그러니까... 닥치고 꽁냥질 좀... 하드코어한 걸로. 에로스도 넣고 젓지 말고 흔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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