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헤어진지 한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집안에 일이 생겨 연락하기 힘들 것 같다는 너에게
나는 기다리면 연락을 줄것이냐 물었었고
너는 일이 다 정리되면 연락할 것을 내게 약속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통화는 끝이 났다.
헤어지고 일주일인지 이주일인지 지난 뒤
너는 나의 카톡창에서 사라졌고
나는 그런 너를 굳이 쫓지 않았다.
연락을 줄 것이라는 네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대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며
일주일 뒤로 다가온 중요한 시험을 준비했었고
공부하는 내내
아픔을 녹여내려 쉴새 없이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렸다.
그렇게 나는 책 속으로 도망쳤었다.
사실 나는 니가 내게 왜 이별을 고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와서 그 이유를 알고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니 말대로 집안에 큰 일이 생겼거나
혹은 여자가 생겼거나..
어차피 헤어지는 이유야
니가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텐데..
니가 진짜 집에 일이 생겼던거라면
나와 같이 그걸 헤쳐나갈 마음이 없었던 건...
그래..그냥 니가 내가 부담스러웠던거라 여길뿐이다..
너를 기다리겠다던 나의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는 건지.
지금은 그때의 니가 그립긴 하지만
니가 언젠가 다시 내게 연락을 준다하여도
그런 너를 반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시험을 치루고 나서
나는 그제서야 이별을 맞이하였다.
내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와의 카톡창을 지우고
너의 사진과 물건을 치우고
반지를 빼고
함께 보았던 영화표와 연극표도
햇살 좋은 날 옥상에서 태워버렸다.
니가 매번 사다주던 초콜릿도 주위에 나누어주었다.
난 헤어진 뒤로 니 생각에 초콜릿을 먹지 못하였으니까..
주위에 아무말 없이 줘버렸다..
내겐 소중해 하나하나 녹여먹던 것들인데
그들에겐 한낱 간식거리가 되어
5분도 안돼 사라지는 것을 보니
순식간에 사라진 우리 사랑이 떠올라 씁쓸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누웠었던 이불마저
새이불로 바꾸고 나니
내 공간에서 너는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딱 하나 니가 남긴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함부로 치울 수도 없는 것이라
너를 완전히 지우기까지는
좀 오래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이 무슨 죄가 있겠냐 싶어
너와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헤어진 후에도 아직 내품에 보듬고 있는 아이.
내가 유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이미 8년간 3마리를 키우고 있던 나였기에
너는 마음 놓고 녀석을 버려둔걸까..
밤마다 내 얼굴로 다가와 그르렁거리며
자기를 안아달라는 녀석을 기억할까
푸른 눈을 데굴데굴 거리며
배를 까고 아앙을 떠는 녀석을 잊었는가..
쥐돌이를 던져주면 다시 물고오는 녀석을 너는 지웠는가...
지 주인에게 버림받은 녀석이 안쓰러워
가만히 껴안고 있다보면
버림받은 두 녀석이 서로를 위로해주는 거 같아
가끔은 웃음이 난다.
너를 기억나게 하면서
나를 위로해주는 이 하얀 녀석을 보며
나는 참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